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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출금리 인상에…영끌·취약계층 빚 부담 어쩌나

등록 2022.01.31 15:00:00수정 2022.01.31 16: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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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계대출 변동금리 비중 76.1%…7년 8개월래 최고

금리 1%p 오르면 10명 중 1명은 이자로 소득 5% 더 내야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새해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재설정되면서 대출을 중단했던 일부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가 다시 열리고 있다. NH농협은행은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전체 가계대출을 정상화한다. 출범 9일 만에 대출 한도 소진으로 신규 대출을 중단했던 토스뱅크도 이달부터 대출 영업을 시작했다. SC제일은행도 지난 8월부터 판매를 잠정 중단했던 신규 주담대 상품을 다시 선보인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의 대출상담 창구 모습. 2022.01.03.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새해 가계대출 총량 한도가 재설정되면서 대출을 중단했던 일부 시중은행의 대출 창구가 다시 열리고 있다. NH농협은행은 3일부터 주택담보대출을 비롯해 전체 가계대출을 정상화한다. 출범 9일 만에 대출 한도 소진으로 신규 대출을 중단했던 토스뱅크도 이달부터 대출 영업을 시작했다. SC제일은행도 지난 8월부터 판매를 잠정 중단했던 신규 주담대 상품을 다시 선보인다. 사진은 3일 오후 서울 중구 NH농협은행 본점의 대출상담 창구 모습. 2022.01.0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류난영 기자 = 금융 당국의 고강도 대출 총량규제로 주춤했던 가계대출이 올 들어 다시 늘어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일반공모 청약증거금 등 영향으로 가계대출이 9조원 늘었고,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2조3000억 가량 늘었다.

미국 등 전세계 중앙은행들이 긴축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한국은행도 추가 기준금리 인상을 시사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준금리가 오를 경우 시중금리에도 영향을 미쳐 '빚투(빚 내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대출)'로 부동산 등에 투자한 이들과 자영업자, 취약차주 등을 중심으로 부채 상환 압박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게 되면, 대출자 10명 중 1명은 소득의 5% 이상을 이자 비용으로 추가 부담해야 한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 합계는 지난 20일 기준 718조4829억원으로 지난해 말(709조529억원) 대비 9조원 이상 늘어났다. 올해 5대 은행이 가계에 공급할 수 있는 총 대출규모는 31조5000억원으로 추산되는데 약 30%가 14영업일 만에 동이 난 셈이다. 전달 가계대출이 7개월 만에 감소세로 돌아선 것과는 대조적이다. 지난해 12월 말 기준 은행권 가계대출 잔액은 1060조7000억원으로 전월 대비 2000억원 줄어든 바 있다.

전세자금대출을 포함한 주택담보대출 잔액도 전달보다 2조2980억원 증가해 14거래일만에 전달 증가액인 2조6000억원에 육박했다. 특히 마이너스통장 잔액은 공모주 청약 이틀 간 7조원 가량 늘었다. 지난 18~19일  LG엔솔 일반공모 청약으로 신용대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영향이 크다.

가계대출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대출금리는 뛰고 있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14일 기준 고정금리형 주담대 금리는 연 3.75~5.51%로 집계됐다. 최고금리는 이미 5% 중반을 넘어선 상황이다. 주담대 금리는 조만간 최고금리가 연 6% 중반을 넘어설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기준금리는 대출 준거금리인 국채와 은행채 등 금리에 영향을 줘 대출금리 상승에 영향을 미친다. 신용대출 금리도 최고금리가 연 5%에 이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대출 이자가 급증하게 되면 영끌로 부동산을 산 차주와 자영업자 등 취약차주들이 직격탄을 맞을 것으로 우려된다. 특히 금리 상승기에도 변동금리 비중이 7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등 좀처럼 낮아지지 않고 있어 기준금리 상승에 대한 리스크가 큰 상황이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잔액 기준 가계대출 중 변동금리 대출 비중은 76.1%로 2014년 4월(76.2%) 이후 7년 8개월 만에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취급액 기준으로는 82.1%로 전달(82.3%) 보다 소폭 낮아졌다.
 
한국금융연구원이 신용정보기업 코리아크레딧뷰로(KCB) 샘플 자료를 활용해 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의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분포 변화를 살펴본 결과에 따르면 전체 대출자 가운데 연 소득의 5배 이상의 돈을 빌린 대출자 9.8%의 경우 금리가 1%포인트 오를 때 소득의 5% 이상을 이자 비용으로 추가 부담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만약 대출금리가 1%포인트 오르면 대출자 10명 중 1명은 소득의 5% 이상을 추가적인 이자로 부담해야 한다는 얘기다. 연소득 5배 이상 돈을 빌린 대출자 비중은 자영업자(14.6%)와 취약차주(11.6%) 에서 높게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가계의 부채 상환액이 늘어날 경우 소비 여력을 감소시키는 등 실물 경제에도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박춘성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가계부채가 전례없이 누적된 상황에서 금리 인상은 차주에게 큰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예상보다 빠른 금리 인상이 진행돼 부채 상환에 나서게 되면 소비 여력을 감소시켜 실물 부분이 부진할 수 있는 만큼 금리 상승기에 차주 단위의 위험관리와 재정지출을 통해 실물 부문이 지나치게 부진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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