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112년 만에 여성 강도사 허용…종교계의 유리천장
이수지 문화부 기자
[서울=뉴시스] 이수지 기자 = 여성 사역자에 대해 보수적인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가 여성 설교권을 인정했다.
지난 26일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제109회 총회에서 사상 처음으로 여성 강도사를 허용했다. 1912년 창립된 후 112년 만에 여성 사역자에게 설교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한 것이다.
이에 대해 교회개혁실천연대, 기독연구원 등 10개 단체 및 교회로 구성된 여성안수추진공동행동은 '여성 강도사 허용은 첫 출발일 뿐, 여성과 남성이 평등한 동역자로 서도록 온 힘을 다하라'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 단체는 성명에서 "예장 합동 109회 총회에서 설교권을 포함해 처음으로 여성 강도사를 결의한 것은 오랜 여성 차별의 역사에서 진일보한 조처"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여전히 여성을 차별하는 신학적 모호함이 남아 있고, 제도적, 실제적 피해 사례가 적지 않다. 총회는 신학적, 헌법적, 제도적 보완을 통해 교회가 남녀를 동등하게 존중함을 확인시켜 줄 것"을 촉구했다 .
"특히 남성과 여성은 오직 하나님과 교회의 부름에 따라 차등이 없는 안수를 통해 목사로, 장로로, 집사로 일하도록 해야 한다"며 "여성 안수는 신학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정당하고, 마땅한 목표다. 한국 교회는 교회 내 여성이 존재나 활동에 있어 남성과 동등하게 참여하며 차별과 불공정을 받지 않도록 더욱 힘써야 한다"고 했다.
사실 이 단체의 주장처럼 개신교에서 남녀 차별적 제도와 관행이 개선되기까지 갈 길이 멀다.
여성 사역자 목사 안수에 적극적인 개신교 교회는 있다. 지난 5월 여의도순복음교회에서는 올해 여성 목사 26명이 안수를 받았다. 지난해 안수 받은 목사 49명 중 47명이 여성이었다. 최근 여성 목사 배출 증가는 이 교회가 속한 교단 기하성이 헌법을 개정했기 때문이다.
여의도순복음교회는 지난달 여성 권사 6명을 명예 장로로 세웠다. 교회 설립 66년 만에 탄생한 여성 장로들이었다. 하지만 명예 장로는 주요 의사결정 기구 당회에 참석하거나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 이 교회에서 여성이 정식 장로가 된 사례는 아직 없다.
종교계 여성에 대한 유리 천장은 아직 저 높은 곳에 있다. 현재 불교, 개신교, 천주교, 유교, 천도교, 원불교, 민족종교 등 7개 종단 지도자가 모여 구성된 한국종교지도자협의회에는 여성 지도자는 없다. 이곳은 종교계 화합과 연합 활동 활성화를 위해 1997년 설립된 문화체육관광부 소관 사단법인이다.
종교는 평등을 중요한 가치로 여긴다. 하지만 종교계는 여전히 남녀 차별적 제도와 관행에 인색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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