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업계 '맏형'도 피하지 못한 '어닝쇼크'[기자수첩]
![건설업계 '맏형'도 피하지 못한 '어닝쇼크'[기자수첩]](https://img1.newsis.com/2020/01/03/NISI20200103_0000457018_web.jpg?rnd=20200103153753)
현대건설이 지난해 23년 만에 1조2000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하면서 역대 최악의 '어닝쇼크'(Earning Shock)를 기록했다는 소식에 한 중견급 건설사 관계자가 전한 소감이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미분양 등으로 촉발됐던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유동성 위기에 더해 업황이 더 악화되는 것은 아닌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대규모 미분양 사태에서 촉발된 건설사의 위기는 지난 2023년 수면 위로 떠올랐다. 태영건설이 2023년 유동성위기로 워크아웃을 신청했으며 신세계건설은 지난해 그룹 차원에서 자발적 상장폐지를 결정했다. 올 초부터 신동아건설까지 법정관리를 신청하며 '줄도산' 공포는 어느 때보다 커졌다. 현대건설을 시작으로 연초 공시를 앞둔 다른 건설사 역시 실적 하락 가능성이 제기되는 상황이다.
지난해 우리 건설업체들은 '해외 수주 1조달러'를 자축하며 침체된 국내 시장 대신 중동 등 해외 먹거리로 눈을 돌리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이번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의 '어닝쇼크' 사태를 통해 해외사업 역시 수익성 확보가 관건이라는 점이 다시 증명됐다.
가장 큰 손실이 발생한 인도네시아 발릭파판 정유공장 사업은 약 4조3700억원 규모로 큰 공사지만 품질비용과 공기 연장 등으로 손실이 발생했으며 사우디 아라비아 자푸라 가스공장 사업도 당초보다 설계 비용이 20% 이상 증가하며 수익성이 악화됐다.
특히 국내에서는 대통령 탄핵정국 장기화 및 부동산시장 침체, 국외로는 러-우 전쟁 장기화, 불안정한 중동 정세, 미국 트럼프 2기 정부의 보호무역으로 고환율, 원자잿값 상승, 미수금 발생 등 불확실성 리스크가 곳곳에 있는 상황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도 '2025년 건설산업 7대 이슈' 보고서를 통해 올해 ▲세계 경제의 불확실성 증대와 저성장 ▲내수회복 지연과 건설투자 감소 ▲불안정성이 확대되는 부동산 시장 ▲건설기업의 재무적 리스크 증대 ▲계속되는 건설 공사비 이슈 ▲건설현장 인력난 심화 ▲실용적 건설기술 개발과 활용 관심 확대 등이 주요 이슈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적자 전환으로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의 신용도도 일부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졌음에도, 적자 실적을 발표한 후 오히려 주가가 상승하는 등 시장의 기대감도 나타났다. 전임 CEO의 대규모 해외 프로젝트 손실을 회계에 반영해 털어버리는, 이른바 '빅 배스'(Big Bath) 전략을 취하면서 이 건설사의 소위 '바닥'이 드러났고 불확실성이 제거됐다는 이유에서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위축되는 대신 올해도 원전 등 해외 플랜트사업을 꾸준히 확장하겠다는 전략을 내놨다. 문제가 된 두 사업장은 원자잿값 상승 등이 반영되기 전 수주한 사업장이라 수익성이 악화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 현대엔지니어링 측의 설명이다. 특히 주우정 현대엔지니어링 대표는 올해 신년사를 통해 기존 관습과 관행으로부터의 변화를 통해 지속성장의 토대를 찾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자본이 뒷받침되는 대형 건설사도 '어닝쇼크'를 피하지 못한 만큼 중소 건설사들이 겪는 경영난은 올해 더 심화될 것으로 보인다. 올 한 해 건설업이 긴 터널을 무사히 지날 수 있기를, 건설경기 활성화를 위해 정부가 발표한 공사비 현실화 등 정책·제도 개선책이 실제 효과를 거둘 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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