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정권 따라 흔들린 자유총연맹…정관대로 중립 지키고 싶었다"[인터뷰]

등록 2025.12.12 06:00:00수정 2025.12.12 06:06:24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연말 사퇴 앞둔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 인터뷰

"꼰대 조직 탈피"…청년과 광주로 이미지 쇄신 시도

극우 프레임 벗어나려면…"정관대로, 선거개입 안해"

"이비어천가는 안 돼"…이승만 세미나에 내부 충돌도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장충동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XX.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장충동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XX.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정권 입맛에 따라 죽었다 살았다 하는 단체였어요. 적나라하게 말하면 그랬습니다."

지난 9일 서울 중구 장충단로 자유센터 총재실에서 만난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는 단체의 과거부터 먼저 꺼내 들었다. 반공(反共)을 국시로 내세우던 시절 출발해 지금까지 '자유'와 '안보'를 강조해온 단체지만, 그는 "정권 성향에 기대어 과도하게 움직인 시기도 있었다"고 털어놨다.

행정안전부 소관 안보·국민운동단체인 자유총연맹은 1950년대 아시아민족반공연맹을 뿌리로 두고, 1963년 반공연맹법 제정과 함께 법정단체 지위를 얻었다. 1989년 자유총연맹법이 제정되며 지금의 이름을 갖게 됐고, 2002년 유엔 경제사회이사회(ECOSOC) 산하 NGO 지위도 획득했다.

반공에서 출발한 단체의 성격 탓에 '관제 데모', '강경 보수' 이미지가 따라붙어온 것도 사실이다. 강 총재는 이러한 평가를 부정하지 않았다. 정권 변화에 따라 단체가 흔들렸던 역사까지 스스로 화두로 꺼냈다.

"꼰대 조직이었다"…그래서 택한 건 '2030'과 광주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장충동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XX.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장충동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XX. [email protected]


"우리가 너무 꼰대스러웠습니다. 그래서 주니어 자유연맹을 만들자고 했죠."

그는 취임 뒤 가장 먼저 단체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강 총재는 만 25세 이하 청년을 중심으로 한 '한국주니어자유연맹' 창설을 최대 성과로 꼽았다. 해외 지부 교민 자녀들을 불러 모국 연수·세미나를 열고, 비무장지대(DMZ) 동서 횡단 행사 등 기존 안보 프로그램에도 2030세대를 적극 끌어들였다.

정치적 편향이라는 인식을 벗기 위한 일정은 광주에서 시작했다. 강 총재는 5·18 민주묘지를 두 해에 걸쳐 찾아 참배하고 묘역 정화 활동을 진행했다. 강 총재는 "우리가 법으로서 광주 민주화운동 묘역을 만들었으니 그 지역 실정에 맞는 자유민주주의, 안보 운동을 하자는 취지였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지역 반응은 냉담했다. 광주광역시의회에 자유총연맹 광주시지부 지원 조례안 제정을 요청했을 때는 시민단체의 거센 반발도 겪었고, 지난 10일 광주시의회에서 자유총연맹 광주지부 지원 예산 4억5400만원은 전액 삭감됐다.

그는 "오해가 여전히 남아 있고 우리가 남긴 흑역사도 있다"며 "그래도 꾸준히 하면 조금씩 달라질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극우 프레임 벗어나려면…"정관·규칙대로, 선거 개입 안 해"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총재실 앞 복도에 걸린 역대 대통령 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진보 성향으로 꼽히는 역대 대통령의 사진도 걸렸다. 연맹 관계자는 "진보·보수를 떠나 연맹을 찾았던 대통령들의 내방 기록을 기념해 걸었다"고 설명했다. 2025.12.09. create@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총재실 앞 복도에 걸린 역대 대통령 사진을 가리키고 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등 진보 성향으로 꼽히는 역대 대통령의 사진도 걸렸다. 연맹 관계자는 "진보·보수를 떠나 연맹을 찾았던 대통령들의 내방 기록을 기념해 걸었다"고 설명했다. 2025.12.09. [email protected]


강 총재가 인터뷰 내내 반복한 말은 '정관, 규정, 규칙'이었다.

강 총재는 "이 단체가 정관 규정대로 일하는 조직이 됐으면 한다"며 "법에는 우리가 정치적 중립을 지키고, 선거에 개입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다. 그대로 하면 된다"고 힘주어 말했다.

자유총연맹은 과거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 핵심 인물을 전속 강사로 위촉한 이력, 정관에서 정치적 중립 조항을 삭제하며 정치 개입 논란을 자초한 점 등이 지적돼 왔다.

그는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광화문 탄핵 반대 집회 등에서 자유총연맹 이름이 거론된 데 대해서도 '개인 일탈'과 구분해 달라고 했다. 강 총재는 "'300만 회원'이라는 규모 때문에 일부 인사의 개인적 활동이 조직 의도처럼 오해받는다"며 "국감 지적 이후 해당 자문위원과 간부가 직을 내려놓았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시선은 쉽게 거두어지지 않았다. 강 총재는 "잘하다가도 한 번만 실수하면 과거의 것이 다 들춰진다"며 "우리도 그걸 알고 있기에 앞으로는 더 정관대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쇄신 과정에서 내부와 충돌도 있었다. 대표적 사례가 이승만 전 대통령 관련 세미나다.

"이승만 전 대통령 탄신일이 돌아온다고 세미나를 연다고 하길래, 저는 '이비어천가' 세미나는 절대 안 된다고 했어요. 공(功)만 말하는 자리가 되면 안 된다고 한 겁니다."

그는 이 전 대통령의 공을 말하는 사람과 과(過)를 말하는 사람을 함께 세워 토론해야 한다는 조건을 달았다. '우리는 열띤 토론을 하고 판단은 국민이 하는 거다' '우리끼리 합창하듯이 한쪽 이야기만 해서는 안 된다' 했다고 한다.

그러나 내부 변화는 쉽지 않았다. 일부 인사들은 행사 참석을 거부하며 불만을 표했고, 이 전 대통령의 3·15 부정선거 책임을 부정하는 태도를 보였다고 한다. 강 총재는 "(그 사람들이) '3·15 부정선거는 이승만 책임은 아니다'라고 하길래, 그래서 내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고 했다"며 웃어 보였다.

"반공은 낡아…자유는 헌법, 안보는 스스로 강해지는 것"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장충동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XX.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장충동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XX. [email protected]


자유총연맹의 뿌리는 반공연맹이다. 하지만 강 총재는 "반공이라는 단어는 이제 많이 낡았다"고 했다.

"우리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 때는 월요일 조회 시간마다 '반공·방첩, 때려잡자 공산당' 구호를 외쳤어요. 일제 물건 쓰면 난리 나고, 외제차 세워놓으면 칼로 긁고 가던 시절이었죠. 지금은 공산권도 무너지고, 그때와 같은 반공방첩 구호 자체가 웃기는 얘기가 된 겁니다."

그래서 그는 반공 대신 자유와 안보를 내세우지만, 이 단어들 역시 최근 몇 년간 극우 집회 구호로 소모됐다는 점을 부인하지 않았다. 자유총연맹의 '자유'도 같이 의심받는 상황 아니냐는 질문에, "자유는 헌법 1조에 기반한 가치"라고 강조했다.

강 총재는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 있고, 자유에도 법이 있다. 헌법대로 하면 된다"고 했다. 안보에 대해서는 "남이 베풀어주는 게 아니라 우리가 스스로 강해져서 지켜야 되는 것"이라고 정의했다.

여전히 군사·전통안보의 기둥은 유지하지만 유엔 경제사회이사회 NGO 지위를 언급하며 "기후, 사회적 약자 문제 등으로 안보 개념을 확장할 여지는 있다"고도 했다.

"외부의 적보다 무서운 건, 권력과 내부 분열"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장충동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XX. myjs@newsis.com

[서울=뉴시스] 최진석 기자 = 강석호 한국자유총연맹 총재가 9일 서울 중구 장충동 한국자유총연맹 총재실에서 뉴시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5.12.XX. [email protected]


대한민국을 위협하는 요인을 묻자 그는 잠시 말을 고르다 "권력이 제일 무섭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권력을 마음대로 휘둘러버리면 대한민국이 망한다"며 "헌법대로 가야 한다. 무소불위의 권력을 잘못 해석해 법을 휘두르면 나라가 죽다 살아난다"고 했다.

'계엄을 말하는 거냐'고 되묻자 답을 아꼈지만, "천재적 재앙보다 인력적 재앙이 더 무섭다"고 했다.

내부 분열도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그는 "요즘 뉴스 보면 헌법을 초월하는 일, 말도 안 되는 주장들이 많다"며 "세대·계층별 갈등도 심각하다"고 했다.

현 정부의 외교·안보 전략 평가는 조심스러웠다. 이재명 정부에 대해 그는 "외교는 실용적으로 잘하고 있다"며 "한쪽으로 치우치면서도 실리를 찾는 아주 현명한 방식"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안보에 대해선 "너무 가볍게 생각하지 말고 다양한 입장을 신중하게 조율해야 한다"고 했다.

강 총재는 임기를 2년 남기고 연말께 물러날 뜻을 밝혔다. 이유를 묻자 그는 "정권이 바뀌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그가 마지막까지 강조한 건 '훈포장'이다. 자유총연맹은 매년 7월 창립기념일에 1년간 활동을 평가해 회원들에게 훈포장을 수여해왔다. 그러나 올해는 대통령 선거와 정권 교체 여파로 훈포장 수여가 미뤄졌다고 했다.

그는 "추측컨대 '현 총재가 좀 나가줬으면 좋겠다'는 신호일 수도 있다고 본다"면서 "그래도 우리 300만 회원들의 1년을 평가한 훈포장만큼은 꼭 수여해줬으면 한다. 그분들은 다 무보수 명예직"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