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녹아드는 유해진
영화 '왕과 사는 남자' 엄흥도 역 맡아
폐위 후 유배된 단종과 우정 나눈 인물
"내 연기 항상 똑같아…다만 녹아든다"
코로나 사태 후 7편 대부분 흥행 성공
"끝까지 생각하고 끝까지 대본 보려 해"
"내 비결? 영화 만드는 데 동참하는 것"
![[인터뷰]녹아드는 유해진](https://img1.newsis.com/2026/01/26/NISI20260126_0002048874_web.jpg?rnd=20260126152242)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배우 유해진(56)이 코로나 사태 이후 내놓은 영화는 모두 7편이다. 팬데믹 이후 한국영화 제작 편수가 급감한 상황에서 주연 배우로서 이처럼 많은 작품을 내놨다는 것 자체가 놀라운 일인데, 흥행 성적을 보면 괄목하게 된다. '소주전쟁'(2025)과 '도그데이즈'(2024)는 부진했지만 그 외 5편 중엔 1000만 영화가 1편 있고, 700만명에 육박한 영화가 1편, 300만명을 넘긴 작품이 2편, 아무도 기대하지 않은 상황에서 100만을 넘긴 영화도 1편 있다. 지난해 100만명 이상 본 한국영화가 11편 밖에 되지 않았다는 걸 생각해보면 현 시점 한국영화 최고 흥행 배우는 유해진이라고 해도 과장이 아니다.
유해진은 새 영화 '왕과 사는 남자'(2월4일 공개)로 돌아온다. 개봉을 앞두고 만난 그에게 흥행에 대한 부담을 느끼지는 않냐고 묻자 "예전엔 제작비가 많다고 하면 좋아했는데 요즘엔 겁부터 난다"고 했다. "제작비가 많으면 촬영 시간도 여유가 있고 한 장면 한 장면 공들여 찍을 수 있어서 좋았죠. 그런데 이젠 제작비가 크면 어떻게 본전을 할까 겁나고 걱정하게 돼요." 다만 그는 은근한 자신감도 드러냈다. "타겟층이 넓은 영화이니까 많이 좀 봐주셨으면 좋겠어요. 소망 같은 거죠." 이 영화 손익분기점은 260만명이다.
유해진이 세대 불문 볼 수 있다고 말한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 이야기를 풀어낸 사극이다. 폐위 된 단종의 유배지 생활을 상상력을 더해 그렸고, 단종의 시신을 수습했다고 기록돼 있는 '엄흥도'라는 인물을 등장시켜 그가 어린 왕과 깊은 우정을 나누게 되는 과정을 담았다. 유해진은 엄흥도를 맡아 앞선 작품들에서 보여준 적 있는 특유의 코미디 연기는 물론 전에 거의 보여준 적 없는 깊은 감정 연기로 보는 이를 매료한다. 영화에 대한 평가는 관객마다 다를 수 있지만, 아마도 유해진 연기가 빼어나다 덴 이견이 없을 것 같다. 말하자면 '왕과 사는 남자'엔 관객이 좋아할 수밖에 없는 유해진 연기가 총집결 돼 있다.
![[인터뷰]녹아드는 유해진](https://img1.newsis.com/2026/01/26/NISI20260126_0002048875_web.jpg?rnd=20260126152258)
어느 때보다 폭 넓은 연기를 보여줘 놓고도 유해진은 "내 연기는 항상 똑같다"고 했다. "제 연기는 다르지 않아요. 똑같아요. 잘 보시면 똑같다는 걸 알 겁니다.(웃음) 전 그걸 숨기고 싶지 않아요. 다만 제가 노력하는 부분은 있죠. 이야기 잘 녹아들어가는 겁니다. 그냥 유해진인데 이야기 속에 자연스럽게 있느냐, 아니면 불편하게 있느냐 그 차이라는 거죠. 만약 무언가 불편하다면 연기를 잘 못 한 거죠. 한 작품을 할 때 일단 제 목표는 하나의 장면에 녹아들어 있자는 겁니다. 그 신(scene)의 대사를 내 것으로 만들자, 입니다. 그렇게 하나 씩 쌓이면 그 영화가 전하려고 하는 게 완성되는 거죠."
"녹아든다"라는 건 그게 무엇인지 느낄 수 있긴 해도 손에 잡히는 말은 아니다. 그래서 유해진에게 다시 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그는 이렇게 바꿔 말했다. "끝까지 생각하는 것, 끝까지 대본을 놓지 않는 것." 그러면서 그는 '왕과 사는 남자'에서 가장 중요한 장면이라고 할 수 있는 엄흥도와 단종의 결단을 보여주는 종반부 시퀀스를 언급했다. 이 장면에서 유해진은 30년 간 영화 수십편에 나오고도 더 보여줄 게 남아 있는 배우라는 걸 실감할 정도로 폭발적인 연기력을 보여준다. 그는 이 연기에 관해 말하며 단종을 연기한 배우 박지훈과 함께 촬영장까지 걸었던 길에 관해 얘기했다.
"촬영 버스가 촬영장까지 들어갈 수가 없어서 2㎞ 정도를 걸어야 했어요. 그때 지훈이랑 함께 걸으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눴습니다. 연기에 관해서, 작품에 관해서도 말하고 잡담도 했죠. 그러면서 엄흥도와 단종의 마음에 관해서 계속 생각해봤던 겁니다. 무식하게 계속 생각해보고, 대본을 계속 보는 거죠. 촬영 직전까지 쉬지 않고 고민합니다. 이 고민 끝에 뭐가 있을 거라고 생각하며 하는 거죠. 일찌감치 생각을 끝내버리면 안 될 거예요. 계속 궁리를 하다 보면 갑자기 좋은 게 튀어나올 때가 있거든요. 그게 저만의 방법이라면 방법이겠죠."
유해진의 필모그래피는 한 마디로 우상향이다. 단역으로 시작한 그는 비중 적은 조연을 거쳐 비중 큰 조연으로, 주인공급 조연에서 이젠 누가 봐도 주연이 됐다. 작품마다 부침이 있을 수밖에 없긴 해도 그가 나온 영화는 대체로 흥행했다. 그는 긴 세월 생존하는 것을 넘어서 겅력을 주도할 수 있게 된 비결을 동참하는 태도로 꼽았다. "제가 하는 작품에 도움이 되려고 했습니다. 그러려고 노력했어요. 계속해서 아이디어를 내고 좋은 작품을 만들기 위해 동참하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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