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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오지 않는 아버지들"…제주4·3 유족 추모 이어져

등록 2026.04.03 07:56:15수정 2026.04.03 08:2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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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평화공원서 78주년 희생자 추념식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제78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4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묘역에서 유족이 제사를 지내고 있다. 2026.04.03. oyj4343@newsis.com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제78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리는 4일 오전 제주시 봉개동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묘역에서 유족이 제사를 지내고 있다. 2026.04.03. [email protected]


[제주=뉴시스] 오영재 기자 = "시아버지 3형제가 모두 희생됐죠" "형무소에 가신 이후 소식이 끊겼어요"

제78주년 제주4·3 희생자 추념식을 3시간 앞둔 3일 오전 7시 제주시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묘역에서는 희생자들을 기리고자 하는 유족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행불인 묘역 희생자들은 70여년 전 하루 아침에 군경에 의해 끌려간 뒤 소식이 끊긴 상태다.

선선하고 맑은 날씨와 함께 벚꽃이 활짝 핀 이날 유족들은 손수 준비한 제수 음식을 싸들고 묘역 앞에서 희생자들의 안녕과 명복을 빌었다.

서귀포시 상효동에서 온 고모(80대·여)씨는 희생자인 친아버지 고두추를 만나러 왔다. 그는 손수 만든 옥돔과 메밀떡 등 제수음식을 싸들고 홀로 제사를 지내고 있었다.

고씨는 "6살때 가을 무렵, 아버지가 소 여물을 싣은 마차를 끌고 가다가 갑자기 군경이 잡아갔다고 전해 들었다"며 "그 길로 소식이 끊겼다. 언제 어디서 죽었는지도 모르고 있다"고 설명헀다.

그러면서 "작년엔 아파서 오지 못했다"며 "내년까지 살지 몰라 매번 올때마다 그래도 음식을 정성들여 준비하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희생자 홍순화를 추모하러 온 제주시 오라동 주민 천 모(80대·여)씨는 "저의 시아버지되시는 분이다. 뵙진 못했지만 매년 추념식때마다 이 곳에서 제를 지내고 있다"이라며 "3형제가 모두 4·3 때문에 돌아가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시아버지는 경인형무소에, 동생은 대전형무소로 끌려간 뒤 아무런 소식이 없다"며 "막내인 셋째는 시신을 제주에서 찾아 다른 묘역에 있다"고 말했다.

이들은 1920년대 생으로 23~26살 무렵 군경에 끌려간 뒤 불법 재판에 회부돼 행방불명되거나 총살당했다.

정창모 묘역에서 만난 제주시 오라동 주민 김모(93·여)씨는 "시아버지는 갑자기 끌려간 뒤 아직까지 집에 오지 않고 있다"며 "70여년 전 그때만 해도 군경이 마을 젊은 사람들을 죽이고 살리고 징역 보내고 하던 때였다"고 전했다.

구순을 넘긴 나이에도 김씨는 매년 제를 지내러 묘역을 찾고 있다. 그는 순주와 함께 제사를 마친 뒤 손수건으로 정창모 이름이 새겨진 비석을 한참동안 닦았다. 김씨는 "옛날에 사진이 어디있겠나. 시아버지 얼굴도 모르고 있다"고 덧붙였다.

행방불명인 묘역 유족들은 희생자들의 기일을 알 수 없어 대부분 4월3일을 기준으로 제사를 지내고 있는 실정이다.

이날 오전 10시 제주4·3평화공원에서 '제78주년 4·3 희생자 추념식'이 열린다. 이날 김민석 국무총리와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당대표, 장동혁 국민의힘 당대표를 비롯해 도내 각계 인사 및 도민 등 2만여명이 참석할 전망이다.

이번 추념식은 '4·3의 역사는 평화를 품고 역사의 기록은 인권을 밝히다'를 주제로 개최된다. 종교의례 등 식전행사 이후 희생자 영령을 위한 묵념, 헌화 및 분향, 국민의례, 도지사와 유족회장 인사말씀, 경과보고, 추념사, 유족 사연, 추모 공연, 대합창 순으로 진행된다.

한편 제주 4·3사건은 1947년 3·1절 기념식 발포사건 때부터 1954년 9월 21일 한라산 통행금지령이 해제될 때까지 7년 7개월간 소요사태 진압을 명분으로 군경에 의해 무고한 양민들이 희생된 사건이다. 1만4000~3만명이 희생된 것으로 잠정 보고됐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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