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일 만에 인터넷 연 이란…"안 보이는 친구들, 체포됐나 죽었나"
"휴대전화 인터넷 여전히 불안정…VPN만 조금 쉬워졌을 뿐"
생계 끊긴 시민들 "인터넷은 기본권…복구를 성과처럼 말하지 말라"
![[서울=뉴시스]이란, 반정부 시위에 36시간째 인터넷 차단 (사진 = 넷블록스 SNS 캡처)](https://img1.newsis.com/2026/01/10/NISI20260110_0002037787_web.jpg?rnd=20260110211637)
[서울=뉴시스]이란, 반정부 시위에 36시간째 인터넷 차단 (사진 = 넷블록스 SNS 캡처)
영국 가디언은 28일(현지시간) 이란에서 지난 26일 오후 5시께 제한적 인터넷 접속이 다시 가능해지면서 장기간 밀려 있던 메시지와 사진, 글들이 휴대전화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쏟아졌다고 보도했다.
그러나 첫 반응은 환호가 아니었다. 가디언은 이란 시민들이 올린 글에는 회의감과 불안, 분노가 뒤섞여 있었다고 전했다.
가디언에 따르면 테헤란에 사는 예술가 엘리(42·가명)는 지난 2월28일 이후 처음으로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담배를 피우고 사운드클라우드에서 우리가 좋아하던 음악을 들었다”며 “남편과 눈물을 참다가 결국 울었다”고 전했다.
일부 친정부 인사들은 인터넷 일부 복구를 정부 조치의 성과처럼 환영했다. 하지만 테헤란의 사진작가 마리암(가명)은 “인터넷은 기본권”이라며 “일부 복구를 마치 정권이 칭찬받을 일처럼 말하는 것을 보는 건 역겹다”고 말했다.
마리암은 6주 넘게 일을 맡지 못했고, 부모에게 돈을 빌려야 했다고 했다. 그는 “모바일 인터넷은 여전히 연결되지 않고, 왓츠앱도 거의 쓸 수 없다”며 “달라진 것은 가상사설망(VPN)에 조금 더 쉽게 접속할 수 있게 된 정도”라고 말했다.
이란 당국은 지난 1월8일 전국적인 반정부 시위 진압 과정에서 인터넷 차단 조치를 처음 시행했다. 이후 2월 접속이 점차 복구됐지만, 같은 달 말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이 시작된 뒤 다시 차단이 이뤄졌다.
일부 시민은 비싼 VPN이나 위성 인터넷을 통해 간헐적으로 접속했지만, 대다수는 사실상 디지털 고립 상태에 놓여 있었다.
![[테헤란=AP/뉴시스] AP통신이 입수한 사진에 지난 9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주민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6.01.14.](https://img1.newsis.com/2026/01/14/NISI20260114_0000920472_web.jpg?rnd=20260114080509)
[테헤란=AP/뉴시스] AP통신이 입수한 사진에 지난 9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에서 주민들이 도로를 점거하고 반정부 시위를 벌이고 있다. 2026.01.14.
이란 국가안보회의는 지난달 일부 업종의 디지털 수요를 맞추기 위해 제한적 접속 제도인 이른바 ‘인터넷 프로’를 승인했다. 일부 시민은 접속 확대를 조심스럽게 받아들였지만, 다른 시민들은 특정 통로로 이용자를 몰아 감시를 쉽게 하려는 조치일 수 있다고 의심했다.
지난 1월 체포됐던 시위 참가자 미나(23·가명)는 “정권이 인터넷을 여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사람들을 ‘인터넷 프로’나 더 쉽게 감시할 수 있는 통로로 몰아가려는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를 “필터넷”이라고 부르며 “자유의 신호가 아니다”라고 했다.
인터넷이 일부 돌아오자 그동안 볼 수 없었던 희생의 기록도 한꺼번에 올라왔다. SNS에는 처형됐거나 처형을 앞둔 이들을 애도하는 글, 1월 시위에서 숨진 자녀의 사진을 끌어안은 어머니들의 영상, 전쟁 피해를 보여주는 이미지들이 이어졌다.
테헤란의 한 교수 아민(가명)은 “내 계정은 장례식 영상, 울부짖는 부모들, 부모의 무덤 위에 누운 아이들의 모습으로 가득 찼다”며 “마음이 이전보다 더 무거워졌다”고 말했다. 그는 “이 전쟁의 가장 큰 패자는 미국도, 이스라엘도, 이슬람공화국도 아니다”라며 “생계와 젊음, 국제사회에 대한 신뢰를 잃은 우리가 가장 큰 패자”라고 했다.
가디언은 인터넷 복구는 해외에 사는 이란인들에게도 복잡한 감정을 남겼다고 전했다. 파리에 사는 인권활동가 마흐시드 나제미(38)는 “기쁘면서도 슬펐다”며 “온라인에 돌아오지 않은 친구들의 계정을 계속 확인했다. 체포됐는지, 숨졌는지 알 수 없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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