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돈줄 못 끊은 제재 1000건…중국 우회로에 미국 압박 카드 흔들렸다
中 석유 판매·위장회사·가상화폐로 제재 우회
美, 이란 항구 봉쇄까지 동원했지만 협상력 약화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과 수출 재개에 들어갔다.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면 중동산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이 줄고, 국제 유가도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소형 모터보트 한 척이 정박 중인 선박들 사이를 지나고 있는 모습. 2026.06.19.](https://img1.newsis.com/2026/06/19/NISI20260619_0002165542_web.jpg?rnd=20260619165001)
[반다르아바스=AP/뉴시스] 미국과 이란의 종전 양해각서(MOU) 체결로 호르무즈 해협이 다시 열리면서 중동 산유국들이 원유 생산과 수출 재개에 들어갔다. 해협 통항이 정상화되면 중동산 원유 공급에 대한 불안이 줄고, 국제 유가도 점차 안정을 찾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은 지난 17일(현지 시간) 이란 반다르아바스 인근 호르무즈 해협에서 소형 모터보트 한 척이 정박 중인 선박들 사이를 지나고 있는 모습. 2026.06.19.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이란이 대규모 제재를 버텨내면서 미국의 경제 압박 전략에 한계가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이란뿐 아니라 러시아와 북한도 미국 제재망을 피해 돈과 물자를 움직이는 우회 통로를 키우고 있다.
WSJ에 따르면 미국은 최근 18개월 동안 이란을 굴복시키기 위한 압박 전략의 하나로 1000건이 넘는 제재를 발동했다. 그러나 이란은 제재 대상이 된 금융망과 무역로를 피해 중국 석유 판매, 위장회사, 중개인을 활용하는 방식으로 수입원을 유지했다.
제재는 보통 대상 국가나 기관·개인을 미국 금융시스템에서 밀어내고, 이들과 거래하는 기업까지 압박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그러나 중국 은행망과 위장회사, 중개인, 가상화폐 거래망이 제재 회피에 활용되면서 제재 대상국들이 미국의 통제 밖에서 돈을 움직일 통로도 넓어졌다.
이란도 이런 우회망을 활용해 제재 충격을 줄였다. 이란은 미국 제재로 경제에 큰 타격을 입었고, 정권 생존을 위협할 수 있는 내부 불만도 커졌다. 그러나 이란 정부는 중국에 석유를 팔아 막대한 수입을 계속 올렸다. WSJ에 따르면 이란은 2024년 석유 수출로 약 430억 달러를 벌어들인 것으로 추산된다.
결국 트럼프 행정부는 이란을 협상장으로 끌어내기 위해 이란 항구를 물리적으로 봉쇄하는 조치까지 동원해야 했다. 이는 경제 제재만으로 이란의 석유 수출을 조이는 데 한계가 드러났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이 압박 끝에 백악관은 최근 이란과 원유 수송로를 포함한 바닷길의 자유로운 통행을 보장하는 내용의 합의를 체결했다. 이란이 핵 프로그램 해체 등 미국이 요구하는 추가 조치에 동의할 경우, 제재를 영구적으로 해제하는 방안도 담겼다.

【아살루예=AP/뉴시스】2018년 9월4일(현지시간) 이란 페르시아만 북쪽 해안의 아살루예에 있는 파르디스 석유화학시설의 모습. 이란 대통령 공식 웹사이트가 공개했다. 2019.06.27.
이란 사례는 미국이 제재를 더 많이 쓰고도 원하는 행동 변화를 끌어내기 어려워졌다는 점을 보여준다. 미국의 제재 활용은 크게 늘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미국의 연간 신규 제재 대상 지정은 2017년 880건에서 2024년 3000건 이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북한은 핵 프로그램을 계속 개발하고 있고,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지만 공세를 멈추지 않고 있다.
미국 제재가 정권 교체나 정책 변화를 곧바로 끌어내지 못한 사례도 이어졌다. 베네수엘라, 미얀마, 쿠바 정권도 장기간 제재 속에서 버텼다. 제재 대상국에서는 정권보다 일반 시민이 더 큰 고통을 떠안는 경우가 많다.
트럼프 행정부도 기존 제재 체계를 다시 볼 필요가 있다는 점은 인정하고 있다. 제재 집행을 총괄하는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지난 5월 연설에서 효과적인 제재가 되려면 목표가 분명하고, 적용 대상이 정밀하며, 시한도 명확해야 한다고 밝혔다.
다만 미국 정부는 이란 제재가 완전히 무력했던 것은 아니라고 본다. 제재가 이란 경제에 큰 부담을 안겼고, 이란을 협상 테이블로 끌어내는 데도 역할을 했다는 주장이다. 미 재무부는 이란 석유 운송 선박, 무기 조달망, 가상화폐와 페이퍼컴퍼니를 통한 달러 자금 이동 통로를 겨냥해왔다.

【상하이(중국)=뉴시스】 금융과 무역, 교통, 통신, 부동산, 관광 등 3차 산업의 메카인 중국 상하이 금융가에 고층 빌딩들이 끊임없이 들어서고 있다. /강경국기자 [email protected] <관련기사 있음>
미국의 한 테러자금 추적 전문가는 “이란 제재 자체가 약했던 것은 아니다”라며 “느슨했던 것은 집행과 이행이었다”고 말했다. 이란, 러시아, 북한은 중국, 아랍에미리트, 튀르키예의 위장회사와 중개인을 활용해 수출입을 이어가고 있다.
미국 당국은 지난해 한 이란 사업가가 홍콩과 아랍에미리트에 위장회사를 세워 이란산 석유 대금 등 3000만 달러를 이동시킨 정황을 확인하고 제재 명단에 올렸다. 북한은 가상화폐 탈취로 정권 자금을 마련하고 있으며, 한 블록체인 분석업체는 북한이 최근 몇 년 동안 가상화폐 절도로 60억 달러(약 9조2237억원) 이상을 벌어들였다고 분석했다.
중국의 금융시스템과 위안화도 미국 제재 우회의 핵심 통로가 됐다. 중국은 이란의 최대 석유 고객이다. 서방 관리들은 중국 은행들이 이란산 석유 판매 대금을 중국 내 이란 위장회사로 넘기는 핵심 통로라고 보고 있다. 그러나 서방은 중국 은행을 제재할 경우 중국과의 무역에 충격을 줄 수 있어 직접 대응에는 신중하다.
제재가 항상 실패한 것은 아니다. 1980년대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백인 소수정권에 대한 국제 제재는 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을 압박하는 데 역할을 했고, 오바마 행정부의 이란 은행권 제재도 이란을 핵협상장으로 끌어내는 데 영향을 미쳤다. 하지만 이후 이란은 중국에 석유를 파는 체계를 만들며 미국 제재의 효과를 약화시켰다. 미국의 한 전직 제재 집행 담당자는 “제재는 어디까지나 도구일 뿐이며, 중요한 것은 그 도구를 어떻게 쓰느냐”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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