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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난제 푼 서울과학고 학생들 "의대 갈 생각없어…충실히 연구"

등록 2026.06.23 13:48:22수정 2026.06.23 13:5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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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랙홀 열역학-중력장 방정식 새 연결고리 규명

서울과학고 권용준 물리교사와 배이진·장근영군

외부 조력 없이 교내 연구로 성과…1년 반 투자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SCI 국제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Modern Physics D’에 블랙홀 연구 논문을 게재한 교신저자 서울과학고 권용준(왼쪽) 물리 교사와 공동저자 졸업생 배이진(가운데), 장근영 씨가 23일 서울과학고등학교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6.23.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SCI 국제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Modern Physics D’에 블랙홀 연구 논문을 게재한 교신저자 서울과학고 권용준(왼쪽) 물리 교사와 공동저자 졸업생 배이진(가운데), 장근영 씨가 23일 서울과학고등학교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6.23.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정예빈 기자 = "주변에서 의대에 가는 것이 어떻겠냐 했지만 고려해 본 적도 없고, 반수해서 의대에 갈 생각도 없습니다. 제가 그분들 몫까지 충실하게 연구하는 연구자가 되겠습니다."

23일 오전 블랙홀 열역학과 아인슈타인 장방정식의 통합적 연결고리를 규명한 서울과학고등학교 졸업생 배이진(18)군이 이같이 밝혔다. 서울과학고는 스승과 제자가 힘을 합쳐 블랙홀 열역학과 중력장 방정식의 새로운 연결고리를 규명하고, 이를 물리학 분야 저명 SCI 국제 학술지 'International Journal of Modern Physics D'에 게재하는 쾌거를 이뤄냈다.

교신저자인 권용준 물리교사와 올해 2월 졸업한 배이진·안건우·장근영 학생은 약 1년 6개월간 매주 수요일 오후 연구 활동을 함께하고, 수시로 소통하며 이 같은 성과를 거뒀다.

이날 인터뷰에 응한 배이진·장근영(19)군은 각각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와 물리천문학부에 진학했다. 자연계열 최상위권 학생 상당수가 의대로 향하는 현실 속에서도 두 사람은 '연구'의 즐거움을 한목소리로 강조했다. 장군은 "국제 물리올림피아드에 나가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물리를 더 공부하고 싶다고 생각했고, 의대에 대한 생각은 지금 없다"며 "그쪽보다 기초과학과 함께 공학도 공부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연구는 블랙홀이 열역학 제1법칙을 따른다는 사실을 중력장 방정식으로부터 직접 유도하려는 물리학계의 오랜 과제에 정면으로 도전한 결과물이다. 기존 연구들은 부피를 활용한 방식에 머물러 내·외부에 두 지평선이 공존하는 '회전하거나 전하를 띤 블랙홀'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근본적 한계가 있었다.

권 교사와 학생들은 부피 대신 '엔트로피 변화'를 중력장 방정식에 도입하는 발상의 전환으로 이 난제를 돌파했다. 엔트로피는 내·외부 지평선 정보를 동시에 포괄하기 때문에 구대칭이 없는 일반적인 블랙홀이나 고차 중력 이론에서도 추가 제약 조건 없이 열역학 제1법칙이 자연스럽게 도출됨을 증명해 냈다.

해당 주제는 권 교사가 박사후연구원(포닥·Postdoc)으로 재직하던 시절부터 천착한 오랜 숙제였다. 권 교사는 "포닥 과정에 있을 때 관련 주제를 연구했었는데 당시에는 완성을 못 하고 직장을 옮기게 돼 마무리하지 못한 아쉬움이 많이 있었다"며 "다행히 서울과학고에서 'R&E(Research & Education)' 프로그램과 졸업논문 연구까지 1년 반에서 2년가량 학생들과 주제 갖고 심도 있게 계산하고 결과 분석해 유의미하고 기존 연구에서의 한계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다. 학생들과 이 정도면 충분히 연구 성과로서 인정받을 만하다는 생각이 들어 논문을 같이 써보자는 제안을 하게 됐다"고 했다.

부피 대신 엔트로피 변화를 장방정식에 도입하는 아이디어 역시 사제간의 끊임없는 대화 속에서 싹텄다. 권 교사는 "저희가 같이 이야기하면서 방법을 생각해 냈다"며 "서울과학고 이전 졸업생과도 이 연구를 했었다. 관련 연구를 통해 이런 방향으로 가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있었고, 그 학생도 논문 사사에 이름이 들어가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성과가 더 주목받는 이유는 대학이나 외부 연구기관의 조력 없이 서울과학고의 교내 교육 시스템만으로 이뤄졌다는 점이다. 학생들은 R&E, '졸업논문'으로 이어지는 정규교육과정과 '창의융합특강' 수업을 거치며 연구 역량을 키워나갔다.

장군과 배군은 권 교사에게 '일반 상대론'에 관한 창의융합특강 개설을 직접 신청했고, 뜻을 같이하는 친구들을 모아 함께 공부했다. 배군은 "저희가 수강했던 특강은 연구와 맞물린 일반 상대론으로 한 학기 동안 강의를 듣게 됐다"며 "창의융합특강은 관심 있는 학생들이 듣는 거라 같이 공부할 친구들을 모아서 신청했다"고 전했다.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SCI 국제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Modern Physics D’에 블랙홀 연구 논문을 게재한 공동저자 졸업생 장근영(오른쪽), 배이진 씨가 23일 서울과학고등학교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6.23. kkssmm99@newsis.com

[서울=뉴시스] 고승민 기자 = SCI 국제학술지인 ‘International Journal of Modern Physics D’에 블랙홀 연구 논문을 게재한 공동저자 졸업생 장근영(오른쪽), 배이진 씨가 23일 서울과학고등학교에서 취재진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6.06.23. [email protected]


연구는 2학년 1학기에 시작돼 3학년 2학기까지 이어졌다. R&E 프로그램을 통해 소논문 형태로 밑그림을 그린 뒤 권 교사와 학생들이 3학년에도 의지를 갖고 연구를 이어가며 논문 게재라는 결실로 완성됐다.

입시를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이었던 만큼 현실적인 부담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장군은 "아무래도 3학년 말이라 이런 논문 작성하고 연구를 지속하는 데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에 다들 부담을 느꼈다"면서도 "1년 반 넘는 시간 동안 같이 연구했고 결실이 이뤄질 것처럼 보이는 상황에서 입시가 좀 더 중요하다 생각되기도 했지만 열정을 갖고 연구에 집중할 수 있었다"고 했다.

배군도 "부담감이 있었지만 연구 과정 자체가 흥미로웠고 잘 풀리지 않는 부분들이나 해소되지 않는 문제들을 연구하면서 발생하는 마찰을 어떻게 하면 해결할 수 있을까에 대한 해답을 찾아가는 과정, 논문 완성 과정에 대한 열정이 있어 병행이 가능했다"고 말했다.

제자들의 열의는 교사에게도 깊은 보람으로 돌아왔다. 권 교사는 "논문 게재 후 학생들과 서로 축하한다고 했는데 학생들이 또 연구하고 싶다고 했다"며 "제가 농담으로 논문 또 쓸까 했더니 또 쓰고 싶다고 해서 뿌듯했다"고 웃었다.

한편 이번 연구는 중력을 열역학적 현상으로 해석하는 '창발 중력(emergent gravity)' 이론 확장에 중요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할 것으로 기대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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