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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유소 줄이 푸틴 정치위기로…우크라 드론에 러 정제능력 28% 멈췄다

등록 2026.07.01 17:14:43수정 2026.07.01 17:2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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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틴, 연료 부족 첫 인정…러, 수십 년 만의 연료 수입 검토

[서울=뉴시스]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전국과 점령 지역의 주유소들이 점점 고갈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연말까지 연료 수출을 금지했다고 있다고 CNN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러시아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하는 모습. <사진 출처 : 모스크바 타임스> 2025.09.26.

[서울=뉴시스]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전국과 점령 지역의 주유소들이 점점 고갈되고 있는 가운데 러시아는 연말까지 연료 수출을 금지했다고 있다고 CNN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사진은 러시아 주유소에서 한 시민이 주유하는 모습. <사진 출처 : 모스크바 타임스> 2025.09.26.

[서울=뉴시스]박영환 기자 =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드론 공격으로 러시아 정제능력(refining capacity)의 약 28%가 가동을 멈춘 것으로 추산되면서 러시아 전역의 연료난이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새로운 정치위기로 번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30일(현지시간) 러시아 전역의 연료 부족 사태가 푸틴 대통령에게 새로운 정치적 위기로 떠올랐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정유시설을 겨냥한 드론 공세를 이어가면서, 푸틴 대통령이 2022년 시작한 전쟁의 여파가 모스크바 주유소 줄과 지방의 주유 제한으로 되돌아오고 있다는 것이다.

우크라이나는 수년 전부터 러시아 에너지 시설을 공격해 왔지만, 최근에는 동원하는 드론과 미사일 수가 늘고 타격력도 커졌다. 이 때문에 우크라이나는 국경에서 약 1900㎞ 떨어진 시베리아 튜멘의 정유시설까지 타격할 수 있게 됐고, 지난 18일에는 촘촘한 방공망을 뚫고 모스크바의 주요 정유공장을 파괴했다. WSJ은 이 공격이 이번 연료난의 전환점이 됐다고 전했다.

러시아 대형 석유회사 가스프롬네프트의 전략 책임자를 지낸 세르게이 바쿨렌코 카네기 러시아유라시아센터 선임연구원은 지난 20일 기준 러시아 정제능력의 약 28%가 가동을 멈춘 것으로 추산했다.

바쿨렌코 연구원은 “이 모든 것은 우크라이나가 발사할 수 있는 드론 수가 급격히 늘어난 결과”라며 “문제는 더 이상 물류난이나 시장 불균형이 아니라 실제로 공급할 연료 자체가 부족하다는 데 있다”고 말했다.

연료난은 러시아 전역에서 나타나고 있지만 지역별 차이는 크다. 전쟁의 직접 영향을 비교적 덜 받아온 모스크바에서도 최근 며칠 사이 문을 닫은 주유소가 늘었고, 영업 중인 주유소에는 몇 시간씩 차량 대기줄이 생겼다.

전쟁의 직접 여파에서 비교적 벗어나 있던 모스크바 시민들까지 연료난을 체감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이번 사태는 러시아 내부 여론 관리에 민감한 문제로 번지고 있다.

[서울=뉴시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드론이 정유 시설을 타격하면서 정유 시설에 거대한 화염이 발생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유한 뒤 "모스크바 지역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전력의 사거리를 체감했다"고 적었다. (사진 =젤렌스키 엑스 갈무리) photo@newsis.com 2026.06.17

[서울=뉴시스]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16일(현지시간)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드론이 정유 시설을 타격하면서 정유 시설에 거대한 화염이 발생하는 장면이 담긴 영상을 공유한 뒤 "모스크바 지역이 우크라이나의 장거리 전력의 사거리를 체감했다"고 적었다. (사진 =젤렌스키 엑스 갈무리) [email protected] 2026.06.17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30일 러시아가 수십 년 만에 처음으로 연료 수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러시아가 여러 나라와 협상하고 있다고 말했지만, 구체적인 국가는 밝히지 않았다.

WSJ은 러시아의 큰 공급 공백을 메우려면 인도처럼 멀리 떨어진 지역의 정유업체가 사실상 필요하다고 짚었다. 이 경우 연료가 바닷길로 도착하는 데 몇 주가 걸리고, 전쟁 비용에 짓눌린 러시아 재정 부담도 더 커질 수 있다.

한때 세계 주요 석유제품 수출국이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공격이 거세진 뒤 수개월째 휘발유와 항공유 수출을 금지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8일 디젤 수출 금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시베리아와 북캅카스 일부 지역에서는 주민들이 주유를 위해 밤새 기다리거나 그보다 더 오래 줄을 서야 한다는 보고도 나왔다. 시베리아 이르쿠츠크 지역 정부는 수㎞에 이르는 주유 대기줄 주변에 이동식 화장실을 설치하기 시작했다.

러시아 상당 지역에서는 휴대용 연료통 주유가 금지됐고, 차량 한 대당 주유량도 최대 약 19L로 제한됐다. 러시아 곳곳에서는 QR코드나 손으로 작성한 대기명단을 활용한 임시 배급 방식도 등장했다.

지역 간 긴장도 커지고 있다. 러시아 서부 오룔주는 현지 등록 차량에만 주유를 허용하고, 차량당 주 1회만 주유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남부 크라스노다르 지역 주유소에서는 연료 판매가 중단된 크림반도에서 넘어온 운전자들과 현지 주민들 사이에 몸싸움이 벌어졌다. 크라스노다르의 주요 정유시설 한 곳도 지난 28일 공격으로 파괴됐다.

[카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러시아·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차 카잔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6.06.18.

[카잔=AP/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 시간) 러시아 카잔에서 열린 러시아·아세안(ASEAN) 정상회의 참석차 카잔을 방문해 시민들과 인사하고 있다. 2026.06.18.

러시아 독립언론 노바야가제타와 뉴타임스의 모스크바 기반 분석가 안드레이 콜레스니코프는 “연료를 둘러싼 사회적 위기가 분명히 있고, 정치적 문제로 번질 수도 있다”며 “아직 심각한 결과는 없지만 피로감이 짜증으로 바뀌는 분위기를 키우고 있다”고 말했다.

연료난은 오는 9월 러시아 총선을 앞두고 확산하고 있다. 러시아 선거가 자유롭고 공정하다고 기대하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선거는 시민들이 조용히 불만을 드러낼 수 있는 장이 되기도 한다. 푸틴 대통령으로서는 선거 분위기가 연료난에 가려지는 상황을 피해야 하는 부담이 커졌다.

러시아 당국은 처음에는 연료 부족 원인을 투기 세력과 사재기로 돌렸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은 지난 28일 처음으로 공급 부족이 실제 문제라고 인정했다.

푸틴 대통령은 “운전자와 기업의 어려움이 여전히 남아 있다”며 “불행히도 주유소에 줄이 생기고, 때로는 원하는 종류의 휘발유를 찾을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농업 기업과 농민들이 여름철에 겪는 어려움도 이해한다”며 농번기 수확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고 했다.

독일 국제안보문제연구소의 경제학자 야니스 클루게는 푸틴 대통령이 직접 연료 문제를 언급한 사실 자체가 사태의 심각성을 보여준다고 분석했다. 그는 “위기가 이미 너무 넓게 퍼져 있어 푸틴이 언급하지 않는 것이 위험했을 것”이라며 “그랬다면 현실과 동떨어져 보였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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