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병원 찾아 12시간…정신 응급입원에 발목 묶이는 경찰
등록 2026.10.05 07:00:00수정 2026.10.05 07:26:28
응급입원 의뢰 5년새 3.8배…올 1~7월도 21%↑
병상 부족·기저질환에 병원 수배·재이송 반복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응급 환자를 구조한 경찰이 환자를 받아줄 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현장 대응에 장시간 묶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응급실에 대기하고 있는 구급차 모습. 2024.02.21.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02/21/NISI20240221_0020239106_web.jpg?rnd=20240221152338)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응급 환자를 구조한 경찰이 환자를 받아줄 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현장 대응에 장시간 묶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사진은 서울 송파구 경찰병원 응급실에 대기하고 있는 구급차 모습. 2024.02.21.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1. 지난해 6월 대전에서 "번개탄을 피우고 죽겠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대상자를 설득한 뒤 자해 위험이 높다고 판단해 응급입원을 추진했다. 하지만 전북의 한 정신의료기관으로 이송한 직후 진행된 기초검사에서 일산화탄소가 확인되면서 입원이 불가능하다는 통보를 받았다. 결국 충북에 있는 다른 병원을 수소문해 재이송해야 했고, 응급입원을 마치기까지 약 12시간이 걸렸다.
#2. 같은 해 9월 강원에서는 수면제 28알을 복용하고 교량에서 투신을 시도한 대상자를 경찰이 구조했다. 즉시 응급입원을 시도했지만 음독 치료 문제로 강원과 경기 일대 28개 병원에서 잇따라 수용을 거부당했다. 경찰과 소방이 병원을 수소문한 끝에 약 140㎞ 떨어진 인천에서 음독 치료와 응급입원 병원을 각각 확보하면서 구조부터 입원까지 32시간이 소요됐다.
자·타해 위험이 있는 정신응급 환자를 구조한 경찰이 환자를 받아줄 의료기관을 찾지 못해 현장 대응에 장시간 묶이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경찰의 응급입원 의뢰는 5년 새 4배 가까이 늘었지만 병상 부족에 기저질환과 행동장애 등을 이유로 한 입원 거부까지 겹치면서 병원 수배와 대상자 보호, 원거리 재이송까지 경찰의 부담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서명옥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경찰의 정신질환 응급입원 의뢰는 2020년 5452건에서 지난해 2만839건으로 5년 새 3.8배 증가했다. 연도별로는 ▲2021년 7724건 ▲2022년 1만251건 ▲2023년 1만5837건 ▲2024년 1만8066건으로 매년 늘었다.
올해 1~7월에는 1만4326건이 의뢰돼 전년 동기(1만1829건)보다 21.1% 증가했다. 같은 기간 의료기관에서 입원을 거부한 사례도 464건에서 554건으로 19.4% 늘었다.
현행 정신건강복지법은 자·타해 위험이 크고 상황이 급박한 경우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응급입원을 의뢰하고, 동의한 경찰관이나 구급대원이 대상자를 호송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의료기관이 입원을 거부하면 경찰의 발은 묶인다. 자·타해 위험 환자를 현장에 방치할 수 없어 경찰이 보호·통제를 이어가며 다른 병원을 수소문해야 하고, 병원을 찾은 뒤에도 재이송과 인계 과정을 맡아야 하기 때문이다.
지연 사유도 단순한 병상 부족에 그치지 않는다. 음독이나 외상, 기저질환이 동반된 환자는 신체 치료가 먼저 필요해 정신의료기관에 곧바로 입원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때 신체 치료가 가능한 병원을 별도로 찾아 치료한 뒤 다시 정신의료기관으로 연계해야 한다.
여기에 건강보험 상실에 따른 미수금 우려나 병원 내 소란 등 행동장애까지 겹치면서 환자를 인계할 병원을 찾는 데 시간이 더 걸리기도 한다.
실제 지난해 12월 인천에서는 알코올 중독으로 자살 충동이 심한 대상자를 병원으로 이송했지만 주민등록 말소와 건강보험 상실에 따른 미수금 우려로 입원이 거부됐다. 경찰이 정신건강복지센터와 협의해 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조치한 뒤에야 약 3시간 만에 응급입원이 이뤄졌다.
지난 6월 강원에서도 알코올 의존증에 따른 망상으로 식칼을 들고 소리를 지르며 집안 물건을 던진 대상자의 응급입원을 추진했으나 간경화와 혈소판 수치 미달 등 기저질환으로 내과 치료가 먼저 필요하다는 이유로 입원이 거부됐다. 대응에는 약 4시간이 걸렸다.
정신응급 환자를 받아줄 전용 의료 인프라도 제한적이다. 서 의원실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전국 정신질환 응급입원 가능 병상은 권역정신응급의료센터 27개, 급성기 정신질환 집중치료병원 90개, 공공병상 161개 등 총 278개에 불과하다.
경찰은 일선 부담을 덜기 위해 전국 28개 정신응급 전담팀을 가동하고 있다. 경찰관으로 구성된 경찰대응팀 13개팀(75명)과 경찰관·지자체 정신건강 전문요원이 함께 근무하는 합동대응팀 15개팀(경찰관 101명·전문요원 118명) 등이다.
이에 따라 전담팀이 처리하는 응급입원 비중은 지난해 37.8%(2만839건 중 7882건)에서 올해 1~7월 50.5%(1만4326건 중 7235건)로 높아졌다.
하지만 전담팀이 맡은 올해 7235건 가운데서도 215건은 의료기관에서 입원을 거부당했다. 병원에서 환자를 받지 않으면 전담팀 역시 대체 병원을 수소문하고 환자를 인계할 때까지 현장 보호와 재이송을 이어가야 한다. 환자를 받아줄 의료기관이 확보되지 않는 한 경찰력이 장시간 묶이는 근본적인 한계는 여전한 셈이다.
정부는 보건복지부·경찰청·소방청 등이 참여하는 국가 자살대응 상황실을 구축해 정신응급입원 병상 배정과 이송 상황을 관리할 계획이다. 급성기 정신질환 집중치료병상도 2030년까지 2000개 규모로 확대한다.
서명옥 의원은 "정신응급 환자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책임을 경찰에만 떠넘겨서는 안 된다"며 "경찰이 병원을 찾아 헤매며 치안 공백이 발생하지 않도록 신속한 입원 연계체계와 의료기관의 적극적인 수용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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