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첫 흑인 여성 주지사·텍사스 첫 히스패닉 주지사…남부 '공화 독주' 흔들
등록 2026.11.06 10:45:04수정 2026.11.06 11:52:23
민주, 텍사스·조지아 상원·주지사 승리…조지아 주하원 22년 만에 탈환
WSJ, 인구 다양화·흑인 투표 결집 주목…공화 내부선 고물가 책임론
![[애틀랜타=AP/뉴시스] 케이샤 랜스 바텀스 미국 조지아주지사 민주당 후보가 3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11.03.](https://img1.newsis.com/2026/11/05/NISI20261105_0002283400_web.jpg?rnd=20261105080909)
[애틀랜타=AP/뉴시스] 케이샤 랜스 바텀스 미국 조지아주지사 민주당 후보가 3일(현지 시간) 조지아주 애틀랜타에서 열린 선거의 밤 행사에서 연설하고 있다. 2026.11.03.
월스트리트저널(WSJ)은 5일(현지 시간) 민주당이 남북전쟁 당시 남부연합에 속했던 지역에서 잇따라 승리하며 공화당의 장기 우위를 흔들었다고 보도했다. 민주당은 텍사스와 조지아의 연방 상원의원·주지사 선거에서 모두 이겼고, 노스캐롤라이나·사우스캐롤라이나·버지니아에서도 상원 의석을 확보했다.
크리스 그랜트 머서대 정치학 교수는 이번 결과가 새로운 지배 정당의 등장을 뜻하기보다는 양당 모두 더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라고 평가했다. 크리스토퍼 쿠퍼 웨스턴캐롤라이나대 정치학 교수도 “남부가 다시 양당 경쟁체제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조지아에서는 민주당의 존 오소프 상원의원이 재선에 성공했고, 케이샤 랜스 바텀스 전 애틀랜타 시장이 미국 최초의 흑인 여성 주지사로 선출됐다. 민주당이 조지아 주지사 선거에서 이긴 것은 1998년 이후 처음이다. 민주당은 부지사·법무장관·주 국무장관 선거에서 승리하고 주 하원도 22년 만에 탈환했지만, 주 상원 장악에는 이르지 못했다.
텍사스에서는 지나 히노호사 민주당 후보가 주 최초의 히스패닉 주지사로 선출됐다. 히스패닉 유권자 공략에 힘을 쏟은 제임스 탈라리코 민주당 후보도 연방 상원 선거에서 승리했다. 주 전체 유권자를 대상으로 치르는 선거에서 30년 넘게 이어져 온 공화당의 우위가 깨진 것이다.
공화당이 승리한 남부 주지사 선거에서도 접전이 벌어졌다. 앨라배마의 토미 튜버빌 공화당 후보는 4%포인트 차로 이겨, 같은 당 케이 아이비 현 주지사가 2022년 기록한 약 38%포인트 차 승리와 대비됐다. 사우스캐롤라이나의 앨런 윌슨 후보와 플로리다의 바이런 도널즈 후보도 각각 접전 끝에 승리했다.
1982년 이후 민주당 상원의원을 배출하지 못한 미시시피에서도 접전이 이어졌다. AP통신의 5일 보도에 따르면 개표가 96% 진행된 가운데 민주당 스콧 콜롬 후보가 공화당 현역 신디 하이드스미스 의원을 1145표 앞섰다. 수천표의 잠정투표가 남아 있어 AP는 승자를 판정하지 않았다.
WSJ은 이런 변화의 배경으로 남부의 인구 다양화에 주목했다. WSJ이 인용한 미 인구조사국 추정치에 따르면 옛 남부연합 11개주에서 비히스패닉 백인과 흑인이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2000년 83%에서 2025년 68%로 낮아졌다. 같은 기간 히스패닉 비율은 13%에서 22%로 높아졌다.
미국 내 다른 지역에서 남부로 이주하는 흐름도 이어졌다. 인구조사국이 남부로 분류한 16개주와 워싱턴DC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북동부에서 120만명 넘게, 서부에서 90만명, 중서부에서 50만명이 순유입됐다고 WSJ은 전했다. 유입 주민 상당수는 샬럿·그린빌·내슈빌 등 도시와 교외 지역에 정착했다. WSJ은 이러한 유입으로 민주당 지지 성향이 강한 흑인·히스패닉 유권자의 비중도 커지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번 선거에서 흑인 유권자의 투표 참여에는 공화당 주도의 선거구 재획정이 흑인 표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조치라는 반발도 작용했다고 WSJ은 분석했다.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는 기록적인 흑인 투표 참여가 민주당 애니 앤드루스 후보의 상원 선거 승리를 뒷받침했다. 앤드루스 후보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지지한 달린 그레이엄 공화당 후보를 꺾었다.
노스캐롤라이나에서도 민주당 로이 쿠퍼 후보는 흑인 인구가 많은 지역에서 높은 득표율을 기록했다. WSJ이 전한 개표 상황에서 쿠퍼 후보는 공화당 마이클 왓리 후보를 59% 대 39%로 앞섰다. 흑인 인구 비율이 주 평균인 20%보다 높은 41개 카운티에서는 쿠퍼 후보의 득표율이 2024년 대선 당시 카멀라 해리스 민주당 후보보다 모두 5%포인트 넘게 높았다. 이들 지역은 주 전체 투표의 약 40%를 차지했다.
남부의 정당 지지 구도가 바뀐 것은 처음이 아니다. 한때 남부를 장악했던 민주당은 흑인 민권 확대에 반대한 남부 민주당 세력과의 갈등으로 분열을 겪었다. 공화당은 백인 남부 유권자를 끌어들이는 ‘남부 전략’을 폈고, 학교에서의 기도 허용·총기 소유권·낙태 같은 쟁점과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의 인기가 보수 유권자의 공화당 지지를 이끌었다.
지금의 공화당 내부에서는 트럼프 대통령 중심으로 바뀐 당의 노선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조지아의 공화당 전략가 라이언 머호니는 이번 패배를 두고 “완패했고, 전적으로 자업자득”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화당 강령이 레이건의 원칙에서 트럼프의 원칙으로 바뀌면서 보수적이지도, 유권자들이 원하지도 않는 내용을 담게 됐다고 비판했다.
머호니 전략가는 트럼프 대통령을 오랫동안 지지한 남부 농촌 노동계층이 물가와 휘발유 가격 급등을 겪으며 속았다고 느끼고 있다고 주장했다. 부유층 중심의 공화당 지지자와 대기업만 남는다면 다시는 선거에서 이길 수 없다는 경고도 내놨다.
다만 쿠퍼 교수는 이번 민주당의 승리가 큰 변화이더라도 영구적인 것은 아닐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이 2008년 노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했을 때도 민주당 우세 지역으로 바뀌었다는 평가가 나왔지만, 다음 대선에서는 다시 공화당이 승리했다고 설명했다.
WSJ은 3일 밤 애틀랜타의 양당 개표 행사장은 엇갈린 분위기를 보였다고 전했다. 교외 호텔에서 열린 공화당 마이크 콜린스 상원 후보의 행사에는 지지자 약 40명만 모였다. 오소프 의원의 승리가 발표돼도 반응이 없었고, 행사 시작 한 시간이 지나자 참석자들이 자리를 뜨기 시작했다.
반면 애틀랜타 도심에서 열린 오소프 의원과 민주당 후보들의 행사에는 보안검색을 기다리는 줄이 복도까지 이어졌고 연회장은 입추의 여지가 없었다. 행사장 밖에서는 바텀스 당선인의 이름을 연호하는 환호와 지지의 뜻을 전하는 차량 경적이 울렸다고 WSJ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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