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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화가 박생광·박래현 몰라봤다"…'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

등록 2023.03.22 05: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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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적 박생광 vs 혁신적 박래현..269점 한자리

채색화의 새 지평 연 대가...미술사가·미대생 북적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전관서 29일까지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채색화 남녀 대가 그대로 박생광(1904~1985)과 우향 박래현(1920~1976)의 작품을 한자리에 보여주는 대형 기획전 '한국화 대가 박생광·박래현 2인전-위대한 만남, 그대로·우향' 전시가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그대로 박생광 화백의 '무당'(오른쪽). 2023.03.0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채색화 남녀 대가 그대로 박생광(1904~1985)과 우향 박래현(1920~1976)의 작품을 한자리에 보여주는 대형 기획전 '한국화 대가 박생광·박래현 2인전-위대한 만남, 그대로·우향' 전시가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사진은 그대로 박생광 화백의 '무당'(오른쪽). 2023.03.07.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박현주 미술전문 기자 = "몰라봤어요. 채색화는 옛날 그림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시를 보니 다르네요."

그동안 푸대접을 받아온 한국화의 반격이다. 내고 박생광과 우향 박래현의 ‘위대한 만남'전을 찾은 관람객들은 "두 작가를 통해 우리 그림, 한국화의 위대함을 새삼 느끼고 있다"는 반응을 전하고 있다. 박생광의 오방색 눈부신 색의 향연과 1960년대에 이미 섬유와 일상 재료를 활용한 추상회화를 담아낸 박래현의 작품은 한국화의 저력을 전한다.

해방 전후 동시대를 함께 한 대표적인 한국화가인 두 작가는 현대 한국화의 새로운 비전을 일궈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한국 채색화의 대가로 꼽히는 박생광은 전통 단청색을 입힌 한국적인 색감이 강렬한 독창적인 작품 세계를 보여준다. 박래현은 수묵과 채색, 구상과 추상, 판화와 태피스트리 등 다양한 재료와 기법을 넘나들며 혁신적인 한국화로 놀라움을 전한다.
[서울=뉴시스] '한국화 대가 박생광·박래현 2인전-위대한 만남, 그대로·우향' 전시 설명회 장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전관에서 29일까지 열린다.

[서울=뉴시스] '한국화 대가 박생광·박래현 2인전-위대한 만남, 그대로·우향' 전시 설명회 장면.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전관에서 29일까지 열린다.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채색화 남녀 대가 그대로 박생광(1904~1985)과 우향 박래현(1920~1976)의 작품을 한자리에 보여주는 대형 기획전 '한국화 대가 박생광·박래현 2인전-위대한 만남, 그대로·우향' 전시가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전시는 29일까지. 2023.03.07. pak7130@newsis.com

[서울=뉴시스] 박진희 기자 = 한국채색화 남녀 대가 그대로 박생광(1904~1985)과 우향 박래현(1920~1976)의 작품을 한자리에 보여주는 대형 기획전 '한국화 대가 박생광·박래현 2인전-위대한 만남, 그대로·우향' 전시가 7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개막했다. 전시는 29일까지. 2023.03.07. [email protected]

서양화 대세속 두 대가의 작품 세계를 통해 한국화의 무한 확장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박생광의 작품 181점과 박래현 작품 88점 등 총 269점이 공개됐다. 작가별로 200호(약 가로 240, 세로 180cm)가 넘는 대작부터 150여 점의 원화와 보기 드문 박생광의 스케치 100점을 선보인 전시는 미술사 교과서처럼 꾸민 알찬 구성이 특징이다. 지난 7일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 3층 전관에서 개막한 전시는 미술사가들과 미대생들의 '필람 코스'로 전시장이 북적이고 있다. 우리 것을 찾아 잇겠다는 집념으로 남긴 두 대가의 작품을 시기별로 구성해 그들의 예술세계가 어떻게 변해갔는지도 확인할 수 있다. 200점이 넘는 방대한 작품 중 전시 기획자가 꼽은 놓치지 말아야 할 작품을 10점(박래현 5점, 박생광 5점)을 소개한다. 전시는 29일까지.

①우향 박래현 '단장', 1943년, 종이에 채색

박래현, 단장, 1943, 종이에 채색, 131x154.7cm *재판매 및 DB 금지

박래현, 단장, 1943, 종이에 채색, 131x154.7cm *재판매 및 DB 금지


'단장'은 박래현이 일본에서 유학하고 있을 당시 그린 그림이다. 박래현은 이 그림으로 《제22회 조선미술전람회》(1943)에서 특선을 하고 총독상을 수상했다. 화면에 등장하는 인물은 일본 유학시절 박래현이 묵었던 하숙집 주인의 딸이다. 화장대와 의복에 각기 붉은색과 검정색을 사용해 색채의 대비를 강조했으며 섬세한 세부묘사가 돋보인다. 해방 이후, 박래현은 일본화의 영향에서 벗어나 한국의 여성 인물화로 발전시키게 된다. 

 

②박래현, 이른 아침 Early Morning,1956 종이에 채색 253x194cm

박래현, 이른 아침, 1956, 한지에 수간채색, 253x194cm *재판매 및 DB 금지

박래현, 이른 아침, 1956, 한지에 수간채색, 253x194c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른 아침'은 군산 피난지에서의 어려웠던 삶을 표현한 작품이다. 수탉을 품에 안은 채 함지박을 머리에 이고 장터로 향하는 여인들과 등에 업혀 잠이 덜 깬 아이, 가지 않으려고 떼쓰는 아이의 모습에서 당시 생활상을 살필 수 있다. 세련된 배색과 예민한 필선, 중첩된 붓질의 질감 등으로 조화롭게 구현해 냈으며 여기에 켜켜이 색점을 쌓아 반추상의 화면을 완성했다. 박래현 화업 전반기의 조형적 특성을 잘 나타내고 있으며, 이 작품으로 1956년 '제8회 대한미협전'에서 대통령상을 수상했다.


③ 박래현, 기도, 1959, 종이에 채색, 211.5x243cm 
박래현, 기도, 1959, 종이에 채색, 211.5x243cm *재판매 및 DB 금지

박래현, 기도, 1959, 종이에 채색, 211.5x243cm *재판매 및 DB 금지

1950년대 후반기를 대표하는 '기도'는 중앙의 성상을 둘러싸고 기도하는 여인들을 묘사한 그림이다. 여인들의 신체를 왜곡시키기는 했으나 기도하는 손가락과 의복에서 세밀한 묘사가 돋보인다. 화면 중앙에 그려진 성상은 국보 78호 '금동보살반가사유상'과 보물 331호 '금동보살반가사유상'을 연상시킨다. 가늘고 긴 신체에 은은한 담채로 그려진 불상은 신비로운 느낌을 주어 주변 여인들의 자태와 대비된다. 이러한 불상 이미지는 1970년대 박래현의 말년작인 판화에도 나타난다.


④ 박래현, 불안, 1962, 종이에 채색, 121x105cm

박래현, 불안, 1962, 종이에 채색, 121x105cm *재판매 및 DB 금지

박래현, 불안, 1962, 종이에 채색, 121x105cm *재판매 및 DB 금지


'불안'은 박래현이 완전한 추상의 세계로 진입했던 1962년 무렵에 제작된 것으로 《제6회 부부전》 출품작이다.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던 앵포르멜 열풍 속에서 박래현은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이용해 독특한 마티에르 기법을 실험했다. 대상을 분석하고 화면을 구획하던 이제까지의 제작 방식에서 벗어나 적갈색 계열의 색채 덩어리를 만들고 까슬까슬한 붓의 흔적들을 그대로 노출시켰다.
 

 

⑤박래현, 기억, 1973, 에칭, 애쿼틴트, 60.8x44cm

박래현, 기억, 1973, 에칭,에쿼틴트, 60.8x44cm *재판매 및 DB 금지

박래현, 기억, 1973, 에칭,에쿼틴트, 60.8x44cm *재판매 및 DB 금지


'기억'은 박래현의 관심사가 종합적으로 표현된 작품이다. 하회탈과 신라 금귀걸이, 자궁, 곡식 등의 이미지는 역사, 생명, 대지를 상징한다. 박래현은 동판을 여러 조각으로 자르고 동판마다 서로 다른 기법을 사용하여 이미지를 새긴 뒤 판화지 위에서 이들을 결합했다.


①박생광, 이브2, 1976, 비단에 채색, 금박, 110×101cm

박생광, 이브2, 비단에 채색, 금박, 110x101cm *재판매 및 DB 금지

박생광, 이브2, 비단에 채색, 금박, 110x101cm *재판매 및 DB 금지



'이브2'는 1974년부터 1977년까지 일본에 거주했을 당시에 제작된 것으로 독특한 미감 못지않게 은박이나 금박을 사용하는 일본식 표현에도 주목하게 된다. 선명한 백색으로 누워있는 여성의 나체를 주위로 분할된 면들의 긴밀한 구성이 두드러진다. 1970년대 후반, 박생광 화업에서 실험기를 대표하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②박생광, 꽃가마 ,1979, 한지에 채색, 170.4×90.4cm

박생광, 꽃가마, 1979, 한지에 채색, 170.4x90.4cm *재판매 및 DB 금지

박생광, 꽃가마, 1979, 한지에 채색, 170.4x90.4cm *재판매 및 DB 금지


선명한 색채와 도상들의 구성이 돋보이는 그림이다. 상서로움을 상징하는 학과 꽃가마, 그리고 여인의 모습이 등장한다. 꽃가마와 함께 그려진 이 여인은 19세기 작자미상의 〈미인도〉(동아대학교박물관 소장)에 등장하는 인물로 박생광은 이 미인도에 강한 채색을 더해 여인의 수줍은 얼굴, 손으로 움켜잡은 치맛자락을 강렬한 원색과 굵은 주황색 윤곽선으로 잡아냈다. 여인의 눈빛과 표정을 섬세하고도 고혹적으로 살려낸 표현이 돋보인다.


 

③박생광, 토함산 해돋이, 1980년대, 한지에 채색, 69x77cm  
박생광, 토함산 해돋이, 1980년대, 한지에 채색, 69x77cm *재판매 및 DB 금지

박생광, 토함산 해돋이, 1980년대, 한지에 채색, 69x77cm *재판매 및 DB 금지

토함산 해돋이는 경주의 불교 유적을 답사하며 스케치한 도상들을 화면에 옮긴 것으로 1980년대 박생광 회화의 시작을 여는 작품이다. 박생광은 봉황, 호랑이, 석굴암의 금강역사, 보현보살, 석굴암 본존(측면상) 등으로 화면을 어지럽게 나열하면서도 석굴암 본존불과 붉은 해에 초점을 맞춰 토함산의 해돋이가 주는 불교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러한 도상들은 화면 전체에 퍼져 다양한 이미지들을 하나로 통일시키며 역동적인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④박생광, 무속, 1984, 한지에 채색, 66x68.5cm
박생광, 무속, 1984, 한지에 채색, 66x68.5cm *재판매 및 DB 금지

박생광, 무속, 1984, 한지에 채색, 66x68.5cm *재판매 및 DB 금지

토함산 해돋이는 경주의 불교 유적을 답사하며 스케치한 도상들을 화면에 옮긴 것으로 1980년대 박생광 회화의 시작을 여는 작품이다. 박생광은 봉황, 호랑이, 석굴암의 금강역사, 보현보살, 석굴암 본존(측면상) 등으로 화면을 어지럽게 나열하면서도 석굴암 본존불과 붉은 해에 초점을 맞춰 토함산의 해돋이가 주는 불교적인 이미지를 부각시켰다. 이러한 도상들은 화면 전체에 퍼져 다양한 이미지들을 하나로 통일시키며 역동적인 공간을 창출하고 있다.


 

⑤박생광, 토기, 1980년대, 한지에 채색, 91x93cm   
박생광, 토기, 1980년대, 한지에 채색, 91x93cm *재판매 및 DB 금지

박생광, 토기, 1980년대, 한지에 채색, 91x93cm *재판매 및 DB 금지

'토기'는 1982년  '다보성갤러리 개관기념, 박생광 초대전'에 출품된 작품이다. 청색, 적색, 흑색, 녹색, 황색 등을 사용해 휘몰아치는 파도, 구름, 토기를 등에 이고 가는 거북이 등을 그렸다.  작품의 주제가 되는 토기에는 화관(花冠)을 쓰고 신령의 위엄을 나타내는 삼지창을 든 무속인이 등장한다. 무녀의 손에 들린 ‘오색의 모란 세 송이가 그려진 부채’는 남해안 별신굿 세습무들이 사용한 것으로, 남해안 별신굿(국가무형문화재 제82-4호)의 한 장면을 그린 것으로 확인된다. 무조(巫祖) 바리공주의 업을 이었다는 남해안 별신굿 세습무들의 자부심을 보여주듯 바리공주 설화에서 나오는 거북이를 등장시켰다. 화면의 왼쪽에는 사서삼경(四書三經)인 대학, 중용, 논어, 맹자, 시경, 서경, 역경(주역)을 썼는데, 이는 탈놀이에서 사서삼경을 읽으며 학식을 자랑했던 선비들을 풍자한 것으로 보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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