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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아라서 파혼당했다" 안타까운 사연, 속사정 들어보니

등록 2023.03.30 17:41:11수정 2023.03.30 17:5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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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뒷바라지해준 누나 계속 모실 것" 밝혀

네티즌 "멋진 사람이다, 행복해라" 응원 보내

"고아라서 파혼당했다" 안타까운 사연, 속사정 들어보니



[서울=뉴시스]권서영 인턴 기자 = 부모님을 잃고 살아온 남성이 누나의 부양 문제를 두고 충돌하다 파혼당했다는 사연에 네티즌의 응원이 이어지고 있다.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 게시판에는 '고아라서 파혼당했다'는 내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A씨는 "아버지는 내가 태어나기 전에 돌아가셨고 어머니 혼자서 누나랑 나를 기르셨다"며 "하루에 12시간씩 주말도 없이 식당에서 일하시다가 결국 엄마도 일찍 돌아가신 뒤 누나가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나를 뒷바라지했다"고 운을 뗐다.

A씨는 "손가락에 물집이 터지도록 공부했다. 아직도 손가락에 굳은살이 엄청나게 튀어나와 있을 정도로 학창 시절에 미친 놈처럼 공부했다"며 "중학교 때 영재 학교에 입학했고, 이후 서울대학교에 들어간 뒤 대기업의 지원을 받아 미국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박사 월급은 한 푼도 안 쓰고 누나한테 다 줬다"고 회상했다.

이어 A씨는 "오늘 여자친구 어머님을 만나서 이야기하는데 기분 나쁜 일이 있었는지 계속 누나를 걸고넘어지더라"며 "자세한 건 쓰고 싶지도 않지만, 그따위로 말하지 말라고 싸웠더니 여자친구가 본인의 어머님 편을 들었다", "언제까지 누나를 모실 거냐고 하길래 나는 내가 굶어 죽어도 누나에게 전 재산 다 줄 수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그러자 A씨의 여자친구는 A씨와 결혼하지 못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A씨의 사연은 600여 개의 댓글이 달리는 등 많은 관심을 모았다. 한 네티즌은 "A씨가 얼마나 힘든 인생을 살아왔는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겠다. 하지만 그런 마음을 가지고 있다면 결혼하지 않는 것이 서로에게 현명한 선택"이라며 "물론 전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잘했다는 건 당연히 아니다"라고 의견을 표했다.

또 다른 네티즌은 "누나에게 전 재산을 다 줄 수 있다는 말은 진짜로 누나한테 갖다 바치겠다는 뜻이 아니라, 그만큼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 아니냐"며 "자기 인생을 희생해서 동생을 뒷바라지해준 누나라면 부모나 다름없는데 그걸 후려치는 전 여자친구네 어머님이 나쁜 거다", "당신은 고아가 아니라 누나의 고귀한 희생과 사랑을 받고 성장한 대단한 집안의 사람이라는 걸 잊지 말아라"라며 응원의 댓글을 남겼다.

(캡처=블라인드) *재판매 및 DB 금지

(캡처=블라인드) *재판매 및 DB 금지



한편 A씨는 해당 게시물이 주목받자 30일 당시 상황을 보다 자세히 설명한 글을 추가로 남겼다. A씨는 "결혼 이야기가 오갈 때부터 여자친구가 부모님을 모시듯 나는 누나를 모셔야 한다고 미리 말했다"며 "어제는 여자친구의 어머님이 유독 심하게 '동생 다 길렀으면 놓아줘야지 민폐다', '아무리 동생 뒷바라지했어도 그 나이 될 때까지 너무 무능하다'며 누나를 계속해서 비하해 이에 화가 나서 다투고 나왔다"고 밝혔다.

그는 "여자친구의 아버님이 제 은사님이시다"며 "(여자친구의 어머니가) 아버님이 없는 자리에서 공공연하게 (누나를) 비하했던 것을 지금 생각해 보니 애초에 제가 마음에 들지 않았던 것 같다", "소식을 들은 아버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본인이 가정을 잘못 관리해 상처를 주어 미안하다고 사과하셔서 저도 사과하고 결혼은 힘들 것 같다고 말씀드리고 끝났다"고 후기를 전했다.

A씨는 "저는 살면서 단 한 번도 제가 해야 할 일을 마주했을 때 이를 외면하거나 합리화해본 적이 없다. 결혼했으면 일을 두 개를 하든 세 개를 하든 가정도 챙기면서 누나도 챙겼을 것"이라며 "힘든 건 워낙 익숙하니까 현실적이지 않다는 이야기는 안 해주셨으면 좋겠다. 분명 할 수 있고 했을 것이다", "응원해주신 분들 덕분에 마음이 조금이라도 나아지는 것 같다"며 감사를 표했다.

A씨가 자세한 처지를 고백하자 네티즌들은 다시금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정말 열심히 사는 사람이었다. 현재의 가정에도 충실하리라는 말이 진심으로 느껴지니 앞으로 행복한 일만 있길 기도하겠다", "은사님이 자기 딸을 소개해 줄 정도면 A씨도 정말 멋진 남자였을 것이다", "더 좋은 사람을 분명히 만날 것이다. 꽃길만 걸으시라" 등의 반응이 이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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