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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좋은 어른이 되길"…대구서 무료 공부방 운영 '이색' 선생님

등록 2024.05.15 08:58:49수정 2024.05.15 10:3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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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한닭쌤과 삐약이 교실' 채널 운영

대구 서구서 무료로 과외·음식 제공

"서로에게 힘을 주는 존재 되길"

[대구=뉴시스] 정재익 기자 = 대구 서구 내당동의 한 무료 공부방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2024.05.15. jjikk@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정재익 기자 = 대구 서구 내당동의 한 무료 공부방에서 학생들이 공부하고 있다. 2024.05.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정재익 기자 = "모든 학생이 좋은 어른을 만나 상처받지 않고 더 좋은 어른이 되길 바랍니다."

스승의 날인 15일을 맞아 무료로 공부방을 운영하며 요리 유튜버로 활동하는 선생님의 이색적인 사연이 화제다.

대구시 서구 내당동에서 유튜브 채널 '한닭쌤과 삐약이 교실'을 운영하는 한모(30대·여)씨가 그 주인공.

한씨는 과외비가 수십에서 수백만 원까지 하는 요즘 시대에 가정형편이 어려운 학생 대상으로 수학 과외부터 식사, 자습 공간을 무료로 제공하고 있다.

7년 전부터 공부방을 운영하던 그는 코로나 시기인 2022년 9월 가정형편이 어렵지만 공부에 대한 열의가 많던 아이들을 접하면서 무료 과외를 해야겠다는 의지를 가졌다.

그러던 중 어렴풋이 생각만 하던 것들을 유튜브와 같은 플랫폼을 활용해 실천하기 시작했고 발생한 수익으로 무료 공부방 운영을 시작했다.
[대구=뉴시스] 정재익 기자 = 대구 서구 내당동의 한 무료 공부방에서 제공하는 음식. 2024.05.15. jjikk@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대구=뉴시스] 정재익 기자 = 대구 서구 내당동의 한 무료 공부방에서 제공하는 음식. 2024.05.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무료 공부방은 공부에 열정을 가진 학생 누구에게나 참여 자격이 부여된다. 초창기에는 저소득층 학생 위주로 선발했으나 공부방을 이용하는 학생들이 '어려운 아이'라는 낙인 효과가 찍히는 것이 우려돼 참여 조건을 변경했다. 지금은 초등학생 1명, 중학생 8명, 고등학생 1명 등 10명의 학생이 이용하고 있다.

수업은 일반 공부방 또는 소수 과외와 동일하다. 대개 중학생은 매일 하교 후 공부방에서 자습하다가 밥을 먹고 강의를 듣는다. 다만 고등학생은 겨울 방학 선행학습을 제외한 날은 주 2~3회 수업을 듣는다. 시험 기간 외에는 운영 종료 시각이 정해져 있지만 학생들이 원할 경우 상시 문을 열어둔다.

'한닭쌤과 삐약이 교실'은 한씨가 학생(삐약이)들에게 매일 맛있는 요리를 해주며 열심히 살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유튜브 채널이다. 구독자 13만8000명을 보유한 이 채널은 학생들과 밥을 먹으며 식구가 되고 곁에서 삶의 위로를 주기 위해 기획됐다.

지난달에는 숯불 치킨, 부챗살 스테이크 등 특식 수준의 식사와 강의를 무료로 제공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제2의 랍스타 급식'이라는 수식어로 화제를 모은 바 있다. 이에 누리꾼들은 "진심 학생들 사랑하시네요", "보통 정성이 아니에요" 등 뜨거운 반응을 보였다.

한씨는 모든 식재료 비용을 자비로 충당해 실질적인 생활비가 없을 만큼 매달 운영이 빠듯한 실정이다. 하지만 영상 수익으로만 운영하는 것이 최초 목표였기 때문에 금전적 지원은 받지 않고 있다. 그는 식재료 후원도 감사하지만 영상을 재밌게 봐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 되고 힘이 된다고 전했다.
유튜브 '한닭쌤과 삐약이 교실' 채널. (사진=유튜브 '한닭쌤과 삐약이 교실' 채널 캡처) 2024.05.1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유튜브 '한닭쌤과 삐약이 교실' 채널. (사진=유튜브 '한닭쌤과 삐약이 교실' 채널 캡처) 2024.05.15.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스승의 날을 맞아 한씨는 학생들에게 덕담을 건네며 앞으로의 포부를 밝혔다.

그는 "모든 학생이 좋은 어른을 만나 상처받지 않고 더 좋은 어른이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리 어른들이 더 모범을 보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학생들도 잔소리를 너무 듣기 싫어만 하지 말고 세상에는 좋은 어른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이어 "개인주의가 만연하고 배려가 점점 사라지는 사회지만 학생들이 서로에게 힘을 주는 존재가 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채널을 더 성장시켜 많은 학생이 쉬어가고 올바르게 자랄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 가겠다"고 다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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