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민 "분단국서 여는 세계유산위, 北 응답 기다려 '평화 메시지' 담겠다"
허민 국가유산청장, 내년 부산 '세계유산위원회' 개최 진두지휘
세계유산위 계기로 남북 협력…금강산 매개로 남북 교류 '물꼬'
종묘 보존 둘러싼 서울시·유산청 이견…허민 "조정회의 먼저"
![[서울=뉴시스] 17일 국립고궁박물관실에서 인터뷰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 12.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2/20/NISI20251220_0002023587_web.jpg?rnd=20251220194132)
[서울=뉴시스] 17일 국립고궁박물관실에서 인터뷰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 12.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수지 김윤영 수습 기자 = 지난 7월 15일(현지시간)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에서 한국이 사상 처음으로 세계유산위원회 개최국으로 선정됐다. 내년에 7월에 열리는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다. 분단국가가 세계유산위원회를 개최한다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
개최국 선정 이틀 뒤, '공룡박사'로 알려진 허민 국가유산청장이 취임했다. 허 청장은 취임 일성으로 '반구천 암각화'와 북한의 '금강산' 세계유산 등재를 언급하며 남북 협력 가능성을 제시했다.
그리고 5개월이 지난 이달 17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허 청장은 세계유산위원회를 계기로 한 국가유산청 차원의 남북 협력 구상을 보다 구체적으로 밝혔다.
"北과 함께 세계유산위 선언문 완성되길"
북한 초청은 유네스코를 통해 진행될 예정이다. 사무총장과 세계유산센터장 역시 적극적으로 돕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허 청장은 “(북한의)답변 기한을 열어두고 유연하게 운영하자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고 전했다.
이어 "이 일이 잘 풀린다면 세계유산위원회 국제 선언문에 화해와 협력뿐 아니라 평화에 대한 내용이 담길 수 있다"며 "세계 유일의 분단국에서 열리는 위원회를 통해 유네스코 정신인 평화의 메시지가 전해지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허 청장은 금강산을 남북 공동 협력의 상징적 공간으로 꼽았다.
그는 "금강산은 남과 북이 이어지는 하나의 커다란 관광 벨트이자, 함께 보호해야 할 지역으로, 세계유산으로서의 가치가 매우 크다”며 "설악산과 유사한 다양한 암석 분포를 가진 세계유산으로서 그 가치는 더욱 높아졌다"고 말했다.
이어 "국가유산청이 문화와 역사 자원을 매개로 민간 교류가 이뤄지고, 문화가 교류되고, 나아가 유산이 교류되는 흐름을 만들어 남북 교류의 물꼬를 트고 싶다"며 "이 모든 것이 잘되기를 바라는 마음"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17일 국립고궁박물관실에서 인터뷰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 12.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2/20/NISI20251220_0002023585_web.jpg?rnd=20251220193930)
[서울=뉴시스] 17일 국립고궁박물관실에서 인터뷰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 12.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日 '사도광산' 문제, 부산 세계유산위 의제로
허 청장은 "제46차 세계유산위원회 당시 일본은 이행 권고 사항에 대한 보고서를 올해 12월 1일까지 제출하기도 돼 있다"며 "해당 사안은 내년 부산에서 열리는 48차 위원회에서 의제화될 예정"이라고 밝혔다.
위원회 개최 때마다 약 1200여 건의 안건이 상정되지만 모두 논의되는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이 위원국으로서 해당 사안을 토론에 부쳐 공식 논의로 이끌 수 있다는 설명이다.
허 청장은 "외교적 노력과 함께 국제기구를 통한 문제 제기, 국제노동기구(ILO) 제소, 강제동원 피해국과의 공동 대응 등 네 가지 전략을 병행할 것"이라며 "중국, 필리핀 등 유사한 갈등을 겪는 국가들과 보조를 맞춘다면 일본도 자연스럽게 행동에 나설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일본은 유네스코 분담금 비중이 크고 영향력이 상당해 쉽지는 않은 문제"라며 "국제개발협력(ODA) 사업 등 문화유산 협력을 병행하며 국제사회의 공감대를 넓혀가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17일 국립고궁박물관실에서 인터뷰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 12.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2/20/NISI20251220_0002023584_web.jpg?rnd=20251220193902)
[서울=뉴시스] 17일 국립고궁박물관실에서 인터뷰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 12.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보존'과 '향유'는 대립 아닌 전제 관계
허 청장은 국가유산 정책에서 '보존과 향유'를 대립이 아닌, 전제 관계로 봤다.
그는 "보존과 향유는 두 개의 수레바퀴처럼 함께 가야 한다"며 "보호와 보존이라는 바탕 위에 향유가 있다는 것이 내 철학"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산을 보호한다고 문을 닫아둘 수는 없으며, 대부분의 시민과 관광객은 보존의 가치를 이해하며 책임있게 향유하고 있다"며 "고궁 관리와 보호도 중요하지만, 함께 공유하고 향유하는 것도 그에 못지 않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연내 서울시와 제2차 예비회의서 종묘 문제 논의
종묘 인근 세운4구역 최고 높이를 기존 71.9m에서 142m로 대폭 상향한 서울시의 재정비계획을 두고, 국가유산청이 절차 이행 문제와 세계유산 가치 훼손 우려를 제기하며 깊은 유감을 표한 바 있다.
허 청장은 "영향평가는 지역, 지형, 경관, 세계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에 따라 달라질 수밖에 없다"며 "종묘의 71.9m 기준 역시 수차례 논의 끝에 도출된 것으로, 다른 지역에는 다른 기준이 적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가 제기한 '강북 죽이기' 주장에 대해서는 "국가유산청은 특정 지역을 겨냥해 규제하는 조직이 아니다"라며 "보존을 전제로 개발과 국민의 삶을 함께 고려하는 것이 기본 철학"이라고 반박했다.
국가유산청은 지난달 종묘 훼손 가능성을 우려해 세계유산영향평가 실시를 권고하는 유네스코의 서한을 서울시에 전달했고, 지난 17일 서울시로부터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 서한 관련 중간 회신 및 회의 개최 요청'이라는 제목의 공문을 받았다.
이에 대해 국가유산청은 유네스코의 권고에 대한 공식 회신은 국가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점을 전제로, 서울시장·문화체육관광부 장관·국가유산청장이 참여하는 조정회의는 아직 구체적 협의가 이뤄지지 않아 개최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서울시에 전달했다. 대신 올해 안에 제2차 예비회의를 먼저 열어 실무 차원의 논의를 이어가자는 취지로 회신했다.
허 청장은 이와 관련해 ''중간 회신'이란 제목이 붙었지만 실제 내용은 추가 논의를 위한 조정회의 요청에 불과하다"며 "이를 유네스코 요청에 대한 공식 회신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종묘 인근 세운상가 보존 문제에 대해서는"현재는 조정회의를 우선 진행 중"이라며 "이견이 큰 상황에서 공청회를 서두르면 갈등만 커질 수 있어, 조정회의가 이뤄진 뒤 공청회도 검토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17일 국립고궁박물관실에서 인터뷰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 12.22.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5/12/20/NISI20251220_0002023588_web.jpg?rnd=20251220194151)
[서울=뉴시스] 17일 국립고궁박물관실에서 인터뷰하는 허민 국가유산청장 (사진=국가유산청 제공) 2025. 12.22.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반구대 암각화 보존, 핵심은 식수 문제…K-헤리티지 산업화 주도
그는 "주민, 사회단체, 시민단체, 울산시가 함께 협의해 긍정적인 방향을 찾는다면 반구대 암각화를 영구적으로 보존하는 데 국가유산청도 힘을 보탤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 청장은 국가유산 활용과 관련해 K-헤리티지 산업화를 제안하며 "내년에는 궁궐과 왕릉을 찾는 관광객이 더 늘어날 것"이라며 "보수적으로 산정해도 연 22조 원 규모가 예상되지만, 콘텐츠를 다양화하면 K-헤리티지 산업 규모는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취임 5개월을 돌아보며 그는 "하루하루가 정말 보람찼다"며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보다 모르는 것이 훨씬 많았고, 실·과장과 사무관들의 이야기를 경청하고 물으면서 배우는 시간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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