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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몰래 찍는 거 아니죠?"…AI 글래스 쓰고 거리 나서자 생긴 일[AI 글래스 논란 ①]

등록 2026.07.12 09:01:00수정 2026.07.12 09:15:31

눈앞에 다가온 'AI 글래스' 시대…혁신과 불신 사이

파스타면·문화재 보며 묻자 답변…눈높이 촬영·오픈이어 오디오도 유용

편리했지만 카메라 향한 주변 시선은 부담…촬영 불안 줄이는 설계 필요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메타가 에실로룩소티카와 협업해 출시한 스마트 글래스 '레이밴 메타 2세대 웨이페어러' 선글라스. 렌즈 상단부에는 카메라와 촬영 여부를 알리는 LED 표시등 등이 탑재돼 있다. 사진 속 빨간 박스가 카메라 모듈 위치. 2026.07.09. alpaca@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메타가 에실로룩소티카와 협업해 출시한 스마트 글래스 '레이밴 메타 2세대 웨이페어러' 선글라스. 렌즈 상단부에는 카메라와 촬영 여부를 알리는 LED 표시등 등이 탑재돼 있다. 사진 속 빨간 박스가 카메라 모듈 위치. 2026.07.09.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윤정민 기자 = "지금 저 찍고 있는 거 아니죠?"

지난달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퇴근길, 기자를 스쳐 지나간 30대 시민이 발걸음을 돌려 대뜸 질문을 던졌다. 기자가 착용한 안경테 상단의 카메라 렌즈가 자신을 향하고 있다고 느껴 불쾌감을 표시한 것이다.

기자는 촬영 중이 아니며 사진이나 영상을 찍을 때는 전면 LED 표시등이 켜진다고 설명한 뒤 직접 시연을 해보이고서야 오해를 풀 수 있었다. 스마트폰을 손에 들고 찍을 때는 "찍지 말라"던 주변의 경계심이, 안경을 쓰자 "지금 찍고 있느냐"는 일상적 의심으로 바뀐 순간이었다.

메타가 지난 5월 에실로룩소티카와 협업해 국내 출시한 인공지능(AI) 글래스 '레이밴 메타 2세대 웨이페어러'를 2주간 착용해 봤다.

결론은 명확했다. 가격은 69만원(투명 렌즈)에서 81만원(변색 렌즈 기준)이지만, 스마트폰을 대체할 차세대 폼팩터로서의 기능적 편리함은 합격점이다. '내가 찍고 있지 않다'는 것을 주변에 끊임없이 증명해야 하는 시선의 장벽은 생각보다 높았다.

"이 파스타 면은 어떤 맛?"…눈앞 사물 보며 AI에 물어보니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기자가 서울 용산공원에서 인공지능(AI) 글래스 ‘레이밴 메타 2세대 웨이페어러’로 찍은 사진. 2026.07.11. alpaca@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기자가 서울 용산공원에서 인공지능(AI) 글래스 ‘레이밴 메타 2세대 웨이페어러’로 찍은 사진. 2026.07.11. [email protected]


제품 실용성은 기대 이상이었다. 스마트폰을 주머니에서 꺼내지 않고도 눈앞의 일상을 온전히 기록할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한강변을 달리거나 길을 걸을 때, 안경 다리의 윗 버튼을 누르거나 음성 명령을 내리면 기자의 눈높이 시점 그대로 사진과 영상이 담겼다.

귀를 막지 않는 오픈이어 방식의 내장 스피커도 만족스러웠다. 이어폰 없이도 음악을 듣거나 통화가 가능해 야외 활동 중 주변 소리를 동시에 들을 수 있어 안전했다. 다만 조용한 사무실이나 출퇴근길 지하철 안에서는 볼륨을 높일 경우 옆 사람에게 소리가 새어 나가 주의가 필요했다.

최첨단 '메타 AI' 비서 기능은 일상의 검색 과정을 획기적으로 줄여줬다. 대형마트 파스타 코너에서 리가토니 제품을 바라보며 "이 면은 어떤 식감이야? 토마토소스와 어울려?"라고 묻자, 안경은 굵은 다진 고기가 들어간 라구 소스를 추천하며 조리법까지 스피커로 들려줬다.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기자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인공지능(AI) 글래스 ‘레이밴 메타 2세대 웨이페어러’로 고(故) 손기정 선생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부상으로 받은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를 찍은 사진. 어두운 전시실 환경 탓에 화질이 다소 떨어진다. 2026.07.11. alpaca@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기자가 서울 용산구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인공지능(AI) 글래스 ‘레이밴 메타 2세대 웨이페어러’로 고(故) 손기정 선생이 1936년 베를린 올림픽 마라톤 우승 부상으로 받은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를 찍은 사진. 어두운 전시실 환경 탓에 화질이 다소 떨어진다. 2026.07.11. [email protected]


지난 4일 국립중앙박물관에서도 AI 글래스는 빛을 발했다. 고(故) 손기정 선생이 기증한 고대 그리스 청동 투구를 바라보자, 기원전 6세기 무렵 그리스 병사들이 사용한 코린트식 투구라는 정보와 유물의 역사적 배경을 막힘없이 설명했다.

다만 기술적 한계인 '환각(할루시네이션)' 현상이 없진 않다. 일부 유물은 다른 박물관 소장품으로 잘못 설명하거나 실제 전시 해설문과 다른 표현을 섞어 말하기도 했다.

'반가사유상'을 바라보고 질문했을 때는 해외 박물관 소장 유물처럼 설명하는 경우도 있었다. 전시 해설문처럼 신뢰하기보다는 현장에서 기본 정보를 빠르게 얻는 '참고용 보조 해설사'에 가까웠다.

LED 켜져도 의심부터…기술 혁신 가로막는 '사생활 침해' 장벽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메타가 에실로룩소티카와 협업해 출시한 스마트 글래스 '레이밴 메타 2세대 웨이페어러' 선글라스. 렌즈 상단부에는 카메라와 촬영 여부를 알리는 LED 표시등 등이 탑재돼 있다. 영상을 촬영하거나 사진을 찍으면 흰색 LED 조명이 켜진다. 2026.07.11. alpaca@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메타가 에실로룩소티카와 협업해 출시한 스마트 글래스 '레이밴 메타 2세대 웨이페어러' 선글라스. 렌즈 상단부에는 카메라와 촬영 여부를 알리는 LED 표시등 등이 탑재돼 있다. 영상을 촬영하거나 사진을 찍으면 흰색 LED 조명이 켜진다. 2026.07.11. [email protected]


문제는 기기 내부가 아닌 외부, 즉 '주변 시선'에 있었다. 최근 국내외에서 토익 시험장 내 AI 글래스 부정행위 의혹과 일상 공간에서의 무단 촬영 논란이 잇따르면서 제품을 향한 사회적 경계심은 높아진 상태다.

메타는 불법 촬영 우려를 지우기 위해 촬영 시 전면 흰색 LED 표시등이 켜지도록 설계했다. 표시등을 손가락으로 가리면 아예 캡처 기능이 차단되는 방어 기제도 갖췄다.

하지만 일반 시민들은 안경에 카메라 렌즈가 달려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사생활이 노출될 수 있다는 불안감을 떨치지 못했다. 모르는 사람이 밀집한 대중교통이나 공공장소에서 기자를 향한 주변의 따가운 시선이 이를 보여준다.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국내 기업 시어스랩이 지난 3월 출시한 인공지능(AI) 글래스 'ainoonX(에이아이눈엑스)'. 2026.07.11. alpaca@newsis.com

[서울=뉴시스] 윤정민 기자 = 국내 기업 시어스랩이 지난 3월 출시한 인공지능(AI) 글래스 'ainoonX(에이아이눈엑스)'. 2026.07.11. [email protected]


상황이 이렇다 보니 시장에서는 아예 카메라를 제거한 제품이 대안으로 부상하기도 한다. 국내 기업 시어스랩이 지난 3월 출시한 '에이아이눈엑스(ainoonX)'는 전작과 달리 카메라를 과감히 뺐다.

기자가 이 제품을 착용해 보니 카메라가 없어 일반 안경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얇고 가벼워 공공장소에서도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사용할 수 있었다.

2주간의 체험 결과 AI 글래스가 스마트폰을 이을 차세대 국민 기기로 안착하기 위해 넘어야 할 최종 관문은 프로세서 스펙이나 배터리 용량이 아니었다.

혁신 기기가 주는 편리함과 타인의 사생활 보호(프라이버시) 사이에서 어떻게 사회적 신뢰와 '테크 에티켓'을 구축할 것인가가 대중화의 최대 장벽으로 남아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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