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이건 아니다, 윌 스미스의 착각…영화 ‘애프터 어스’

31일 미국 개봉에 앞서 30일 한국에서 먼저 개봉하는 ‘애프터 어스’는 윌 스미스와 부인 제이다 핀켓 스미스(42)가 제작하고, 아들 제이든 스미스(15)가 주연한 ‘패밀리 비즈니스’ 무비다. 윌 스미스가 동반 출연했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제이든 스미스 원톱 영화다. 엔딩 크레디트에도 윌 스미스에 앞서 제이든 스미스의 이름이 가장 먼저 올라간다.
문제는 아버지가 아무리 돈이 많고 할리우드에서 영향력이 뛰어나다 해도 제이든이 1억3000만 달러나 들인 대작의 주인공을 할 만한 재목이 되느냐는 점이다. 그동안 나름의 필모그래피를 쌓으며 연기력을 키워왔다고 해도 일단 나이가 너무 어리다. 변성기가 지나지도 않은 애송이의 원맨 액션을 동일시하며 공감할 만한 관객층이 얼마나 될까. 결국, 아동용 모험영화라는 오명을 벗을 수 있을까 싶다.
게다가 영화의 시대가 오면서 대중스타의 첫 번째 조건이 된 ‘비주얼’이 아무래도 딸린다. 아직 성장기여서 완성된 외모를 갖춘 것은 아니기에 무어라 말할 수는 없지만, 아역으로서도 마냥 호감이 가는 마스크는 아니다. 평면의 스크린에서 혼자서 긴 시간 관객의 시선을 잡아놓으려면 특출난 신체적 매력이 있어야 하는데, 딱히 장점이 없다. 윌 스미스가 톱스타가 된 것은 귀염성 있으면서도 균형잡힌 외모, 큰 키와 체구, 여기에 더해진 장난꾸러기 같은 매력이 한 몫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아무리 고슴도치도 제 새끼는 함함하다고 하지만, 아들 사랑이 과했다는 느낌이 지워지지 않는다. 제이든의 나이를 감안하면 알겠지만, 이름난 액션스타들처럼 눈부신 액션장면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덩달아 윌 스미스도 엄하고 권위 넘치는 장군 역으로는 미스캐스팅으로 보인다.
영화는 인류가 노바프라임이라는 새로운 행성으로 모두 이주한 3072년을 배경으로 아버지 사이퍼 레이지 장군(윌 스미스)의 비행을 따라나선 키타이 레이지(제이든 스미스)가 우주선이 불시착하면서 따로 추락한 구조신호기를 찾아나선다는 줄거리다. 제이든이 홀로 활약할 수 있는 ‘판’을 벌여주기 위해 우주선에 탑승한 레인저(유격대원)들은 모두 사망해버리고, 유일하게 생존한 사이퍼는 양 다리가 부러지는 부상을 입는다. 그 때문에 아버지가 원격통신기로 컨트롤은 해주지만 키타이가 모든 생명체들이 인간을 공격하도록 진화한 미래의 지구 위에서 고군분투 ‘원맨쇼’를 벌이게 된다.
연출은 인도계 감독 M 나이트 샤말란이 했다. 초기작 ‘식스센스’(1999)의 반전 효과가 지독히 충격적이었던 탓일까, 후속작들은 점점 힘을 잃고 이제는 자기 만의 색깔도 잃어버린 듯하다. 각본과 연출을 맡은 ‘애프터 어스’에 와서는 그의 개성을 하나도 찾아볼 수 없다. 무려 1000년도 더 흐른 시대가 배경이지만 딱히 초미래적이라고 할 만한 인상적인 도구도 없다. 인간을 해치는 외계생명체 얼사도 ‘에일리언’을 연상시키며 그다지 새롭지 않다.
8K 이미지 센서가 탑재된 소니 F65풀4K 디지털 카메라로 촬영한 세계최초의 장편영화라지만, 여타 영화들에서도 뚜렷한 화질의 진보를 이룬 뒤라 메리트로 내세울 만한 수준은 못된다. 국내에서는 이를 구현할 수 있는 스크린도 메가박스 코엑스 등 소수로 한정돼 있다.

돈을 더덕더덕 바른 졸부네 아들의 재롱잔치에 들러 억지로 박수를 쳐주고 온 듯한 이 찜찜함은 뭘까. 대단한 부모를 두지 못한 필부필부의 질투 만은 아닐 것이다. 과유불급, 윌 스미스의 아들 기 살리기 프로젝트는 도를 넘었다. 해외 홍보에도 아주 적극적이라 부자가 아시아에서도 한국뿐 아니라 일본, 대만까지 골고루 방문했다. 미국 현지에서 이들 가족에 대한 안티팬들의 불평이 늘고 있는 것을 의식했기 때문일는지.
포털사이트 야후 게시판 등에는 “윌 스미스와 그 애들에 대한 얘기를 듣는게 아주 지겹다, 어린애들이 벌써 그렇게 큰 자만심을 가지는 것을 윌과 제이다 부부는 부끄러워해야 한다. 린제이 로한,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에게 벌어지는 일을 못 봤나. 아이들은 부모의 미니 버전이 아니다”, “윌로(제이든의 여동생)와 제이든은 자기네 부모가 아니라면 그 자리에 있지 못했을 것이다. 저스틴 비버처럼 재능이 큰 것도 아니지 않나”, “현대판 ‘코스비 가족’인 ‘스미스 가족’ 시트콤을 여태 안 찍은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그들 가족 모두가 과대 평가됐다. 윌 스미스도 영화 4편 정도 성공한 게 다 아닌가” 등의 악평이 따라붙는다.
윌 스미스의 과욕이 스스로 쌓아올린 인기마저 무너뜨릴까 걱정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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