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네살 소녀 아닌 '진짜' 배우…김새론의 6년 영화 인생

10살 짜리 배우에게 ‘우울’이라는 표현이 가당키나 하냐고 묻는다면, 김새론의 데뷔작 ‘여행자’(감독 우니 르코트)를 보라고 말하고 싶다. 단 1만8000여 명의 관객만 김새론이라는 신인배우의 탄생을 지켜봤지만, 2009년에 그의 연기는 2010년 아저씨의 그것보다 더 뛰어났다고 단언할 수 있다.
김새론은 ‘여행자’에서 부모에게 버려진 ‘진희’를 연기했다. 영화의 거의 모든 장면이 관객을 울지 않을 수 없게 만들지만, 압권은 ‘진희’가 스스로를 파묻는 장면이다. ‘끔찍히도’ 외로운 이 장면에서 김새론은 9살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눈을 보여준다. 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생각했을 것이다. ‘저 아이는 도대체 누구인가.’
최근작 ‘만신’(2014)과 ‘도희야’(2014)에서도 그랬다. 김새론은 사투리를 자유자재로 구사하거나, 닭똥 같은 눈물을 큐 사인에 맞춰 쏟아 내거나, 몸에 익힌 귀여운 행동을 보여주는 ‘아역배우’ 아니다. 그는 이미 성숙한 배우인데, 나이가 어릴 뿐이다.

“제가 하고 싶어서 한 거예요. 제가 읽고, 제가 결정해요. 부모님과 소속사의 조언도 있긴 하지만 결정은 제가 하는 거예요. 마음에 와 닿는 시나리오가 있어요. 어떤 장면이나 인물의 성격 같은 것에 끌리는 것 같지는 않아요. 어떤 부분이 아니라 전체적인 거죠. 저에게 여운을 남기는 그런 게 있어요.”
열네살. 스스로 선택하고, 그 선택에 책임질 나이로 보는 건 무리다. 하지만 김새론은 그렇게 하고 있었다. 몇 차례 되물었다. ‘직접 결정하냐’고. 김새론의 대답은 같았다. “그렇다.”

“밝은 아이만 있는 게 아니잖아요. 세상에는 여러 사람이 있고, 그런 사람을 봐야 하잖아요. 어두운 아이도 있을 거예요. 누군가는 그런 역할을 맡아야죠. 재밌어요.”
열네살. 연기는 때로 경험에서 나오기도 한다. 언젠가 배우 황정민은 TV에 나와 실제로 울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연기를 위해 우는 순간에도 그 감정을 머릿속에 저장해두려고 했다는 말을 하기도 했다. 아홉살부터 시작한 연기, 김새론에게는 경험이 없다. 이 어린 배우는 “제가 맡아온 역할이 경험할 수 있는 거냐”며 반문했다.

“어색하지 않게”라는 것을 김새론은 “그냥 그 사람이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정’을 연기한다면, ‘내가 수정이다, 내가 수정이다’하고 되뇌지 않는다. 그냥 ‘수정’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나서 카메라 앞에서 행동하면 된다. 그러면 그게 연기가 된다.
“연기는 하려고 하면 이상해지는 것 같아요.”

인터뷰 내내 김새론에게 꼬치꼬치 캐물었다. 그는 막힘이 없었다. 연습한 멘트가 아닐까 잠시 생각했다. 의심을 곧바로 접었다. 김새론은 소녀가 아니라 진짜 배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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