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에서 팔레비왕조 시절 배경 웹드라마 인기

【서울=뉴시스】이란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웹드라마 '셰헤라자데'(Shahrzad)의 한 장면. 이 드라마는 이란의 근대화를 추진하던 1950년대 팔레비 왕조 시절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사진 출처=·shahrzadseries.com) 2016.04.19.
이란은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 이후 보수적인 정책을 고수해왔다. 여성 국회의원은 모르는 남성과 악수했다는 이유로 국회 출입이 금지됐고 미국 가수 패럴 윌리엄스의 노래 '해피'에 맞춰 춤을 추던 젊은이들은 당국에 체포됐다. 이런 나라에서 서구화·개방 정책을 추진한 팔레비 왕조 시대의 드라마가 인기를 끄는 것이다.
이 화제의 드라마는 인터넷상에서 볼 수 있는 웹드라마 '셰헤라자데'(Shahrzad)다. 소규모 독립 업체가 만든 온라인 시리즈물 셰헤라자데는 국영TV에 등을 돌리게 만들 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고 있다. 가디언은 "일주일에 한 번 새로운 드라마 에피소드가 올라오면 전 국민이 화면 앞에 달라붙어 움직이지 않을 정도"라고 보도했다.
하산 파티 감독이 연출한 '셰헤라자데'는 1953년 쿠데타 시절 생이별해야했던 젊은 남녀의 얘기를 다룬다. 이 쿠데타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선출된 모하마드 모사덱 총리 정부가 전복됐다. 당시 쿠데타를 배후에서 지원한 미국은 1979년 이란 이슬람혁명이 일어나기 전까지 팔레비 왕조 국왕 '샤'(shah)의 통치를 지원했다. 실제로 미국 중앙정보국(CIA)이 쿠데타를 주도하는 핵심 역할을 했음을 공식 인정하는 문서가 나와 논란이 된 바 있다. 이란 국민은 아직도 쿠데타에 강한 반감을 갖고 있다.
'셰헤라자데'는 드라마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의 이름이다. 의대생인 셰헤라자데와 기자로 활동하는 파르하드는 지성인들이 모이는 도심 카페 '나데리'에서 종종 만나며 사랑을 키웠다. 파르하드는 모사덱 총리의 열렬한 지지자인데, 이 사실이 발각되자 파르하드의 신문은 폐간되고 파르하드는 감옥에 갇혔다. 셰헤라자데는 그의 의지와 반대되는 정략 결혼을 하게 된다. 셰헤라자데는 샤 측근이자 영향력 있는 집안 사위의 2번째 부인으로 들어간다.
근대화 정책을 추진하던 시대를 다룬 만큼 드라마 설정도 다소 파격적(?)이다. 스누커(당구의 일종) 클럽 문이 활짝 열려있고 여성과 남성이 함께 어울려 파티에 간다. 카바레는 사람들로 붐비고 술이 흘러넘치며 사람들은 멋스러운 모자를 쓴다. 극장에서는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인 오셀로 공연이 펼쳐지고 작은 영화관에서는 '카사블랑카'가 상영된다.
특이한 점은 이란에서 상영되는 거의 모든 작품이 그렇듯 '셰헤라자데'도 당국의 검열을 통과했다는 것이다. 당국은 모든 장면의 대화와 의상을 하나하나 뜯어보며 규범을 어긴 내용이 없는지 조사했다고 한다. 여성이 노래하는 장면 등 일반적으로 상영 금지 결정을 받았을 내용도 '셰헤라자데'는 아슬아슬하게 통과했다.
드라마에 그려진 국왕 샤의 독재는 오늘날 이란의 정치 상황과 많은 점이 닮아있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드라마에는 샤의 군인들이 기자와 지식인을 소환 조사하거나 절차를 무시한 채 구속하고 위협하는 장면이 담겨있다. 신문 발행 허가를 박탈하기도 한다. 이란 현 정권도 2009년 대통령 선거 이후 정세가 불안해지자 기자와 시민단체 활동가를 탄압한 바 있다.
영화 평론가 파비즈 자헤드는 "셰헤라자데에 나오는 모든 장면을 보면 역사 고증이 완벽히 이뤄진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좋은 스토리텔링으로 이란 근대 역사를 배경으로 한 멜로드라마의 흥행을 이끌었다"고 평가했다.
자헤드는 "국영TV 프로그램에서는 볼 수 없는 장면을 셰헤라자데에서는 볼 수 있다. 이는 새로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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