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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인촌·남윤호의 부전자전 '페리클레스' 다시 한번 더

등록 2016.11.10 09:35:58수정 2016.12.28 17:5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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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유인촌, 연극 '페리클레스' 배우(사진=예술의전당)

【서울=뉴시스】유인촌, 연극 '페리클레스' 배우(사진=예술의전당)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작년에 처음 아들과 같이 연극 무대에 올라 심적인 부담이 있었어요. 하지만 연기 자체를 한다고 했을 때는 크게 거부감이 없었죠. 책임 지고 이 길을 간다고 했어요. 눈에 보이지 않는 걸 좇지 않고, 밑바닥부터 차근차근 준비하는 모습이 괜찮다고 생각했습니다."(유인촌)

 "작년 프레스콜 때는 홍길동처럼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했어요. 거짓말 아닌, 거짓말을 하게 됐는데 이제는 부담감을 떨쳐버린 것 같아요. 남윤호라는 배우도 1년 동안 열심히 해왔어요. 물론 아직은 따라가기 너무 힘든 선배님이고 선생님이자 아버지이죠."

 배우 유인촌(65)·남윤호(32·유대식) 부자가 지난해에 이어 예술의전당 SAC큐브로 선보이는 극단 여행자의 연극 '페리클레스'(10일~12월4일 CJ토월극장)로 다시 호흡을 맞춘다.

 '템페스트'와 함께 셰익스피어 후기 낭만주의를 대표하는 걸작이다. 타이어 왕국의 왕자 페리클레스가 앤티오크 왕국 공주의 미모에 빠져 왕이 낸 수수께끼를 풀겠다고 나서지만 그 속에 있는 비밀을 깨닫고 자신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다섯 나라를 떠돌게 된다. 온갖 고난을 겪고 힘겹게 방랑하던 페리클레스는 결국 희망을 찾는다.

 유인촌은 해설자 가우어와 늙은 페리클레스, 남윤호는 젊은 페리클레스를 연기한다. 한 부자가 한 캐릭터의 젊고 늙은 시절을 나눠 연기하는 드라마 같은 운명이다.  

【서울=뉴시스】남윤호, 연극 '페리클레스' 배우(사진=예술의전당)

【서울=뉴시스】남윤호, 연극 '페리클레스' 배우(사진=예술의전당)

 유인촌은 9일 오후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배우의 길은 해답이 없어요. 끝까지 지치치 않고 자신에게 부족한 뭔가를 채우기 위한 항로니까요. (윤호도) 앞으로 그렇게 할 수 밖에 없어요"라고 말했다.  

 연기를 하는데 다른 사람이 도와줄 수 있는 건 없다고 했다. "본인이 깨닫고 느끼고 하나식 쌓아가야 하는데, 다른 사람은 옆에서 기다려주는 것밖에 없죠."  

 남윤호는 지난해 '페리클레스' 출연 이후 연극 '정글북' '에쿠우스' '인코그니토' 등 화제작에 출연하며 '유인촌 아들'의 수식을 떼고 배우로서 입지를 굳혔다. "나름대로 길을 가고 있어요. (아버지가) 같이 출연하는 것이 개인적으로 많은 도움이 되지만 이제 부감감은 덜어내려고 했습니다"라고 전했다.

 주역 중 새 얼굴은 페리클레스의 딸인 마리나 역의 전성민이다. 연극과 뮤지컬을 오가며 이름을 알린 그녀는 "지난해 초연이 잘 돼 새로 합류하면서 누가 되지 않을까 걱정했다"고 말했다. 유인촌은 "성민 씨 만의 색이 있어 본인에게 잘 맞는 캐릭터를 선보일 것"이라고 기대했다.

【서울=뉴시스】전성민, 연극 '페리클레스' 배우(사진=예술의전당)

【서울=뉴시스】전성민, 연극 '페리클레스' 배우(사진=예술의전당)

 '페리클레스'는 초연 당시 배우들의 연기 못지 않게 연출력으로도 인정 받았다. 원작 문체의 수려함은 '셰익스피어 전문가'로 알려진 극단 여행자의 양정웅 연출이 무대언어의 화려함으로 치환했다. 깊숙한 예술의전당 CJ토월극장 무대를 뒤덮은 50t 모래 등이 예다.  

 공연계 침체에도 티켓 판매에서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뜻하지 않게 하수상한 시국에 들어맞는 장면들이 눈에 띈다. '어진 왕'에 대해 묻고 아첨과 아부가 국가를 망치는 모습이 나온다. 지금과 낯설지 않은 모습이다. "원작에 나오는 내용인데 그런 부분이 이번에 저절로 강조됐죠. 점점 더 팍팍하고 살기 힘들어지는데, 목숨이 존재해서 사는 것이 아닌 시간이 치유하고, 치유가 살아가는 힘이라는 거대한 이야기를 깨닫고 있어요."  

 한편 최근 국정 농단 사태에 가장 처참한 피해를 입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직을 과거 이명박 정부 때 지낸 유인촌 전 장관에게는 최근 시국에 대한 물음이 던져졌다. "있을 수 없는 일이 일어났어요. 문체부가 어떻게 이렇게 피폐해졌는지. 공무원들은 자존심에 상처를 받았고, 국민 역이 마음에 상처를 입었어요. 상식적으로 어떻게 이런 일이 생길 수 있는지 의아해 이야기하기 힘들어요. 걸러졌어야 하는 건데. 관련된 모든 사람이 책임을 져야 합니다. 석고대죄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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