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초과학의 외로운 길…12년 연구 이대 영장류팀 해체 위기
최재천 교수 주도 영장류 연구팀 해체될 처지
2006년 연구 시작…9월이면 모든 지원 끊겨
멸종 위기 자바긴팔원숭이와 강제 이별 임박
인류 진화 이해하는 기초과학이자 응용과학
선진국은 정부·기업 전폭 지원 속 연구 진행

【서울=뉴시스】 자바긴팔원숭이의 모습.
침팬지와 고릴라, 오랑우탄이 우리에게 익숙한 이름인만큼 그들에 관한 연구는 깊고 다양하다. 하지만 자바긴팔원숭이에 관한 연구는 아직이다. 멸종위기종인 이들은 대형 유인원들과는 다르게 일부일처제를 택하는 희귀한 동물이다. 인간 또한 일부일처제를 택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바긴팔원숭이 연구는 인간 두뇌 진화 과정을 엿볼 수 있는 힌트가 될 수도 있다고 학계는 내다본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오직 자바긴팔원숭이만 연구해온 팀이 미국이나 유럽 혹은 일본이 아닌 우리나라에 있다. 최재천(64) 이화여자대학교 석좌교수가 이끄는 에코과학부 영장류팀이다. 2006년 최 교수가 이화여대로 오면서 팀을 결성, 그해 김산하 박사가 자바긴팔원숭이의 서식지 중 가장 남쪽인 인도네시아 자바 밀림으로 직접 건너가 현지 팀을 꾸리면서 본격적인 연구가 시작됐다. 그렇게 인도네시아에 6명, 한국에 6명으로 구성된 현재의 영장류 연구센터가 자리잡았다.
그런데 이 팀이 약 3개월 뒤면 공중분해될 위기에 처했다. 이유는 하나, 돈이 없어서다. 한 대기업은 영장류팀이 만들어진 뒤 약 10년 간 매년 5000만원 가량을 지원해왔다. 그러나 지난해 10월 이후 사실상 지원을 끊었다. 이 기업이 후원하는 비영리재단이 연구비를 보태고 있지만, 기존에 받던 것과 비교하면 30% 수준에 불과하다.
연구팀은 그 이유를 국내 학술연구지원사업 및 사기업 연구비 후원이 대체로 국내에 서식하는 종(種) 위주로 이뤄지기 때문으로 보고있다. 재단 지원도 오는 9월이면 끝난다. 그렇게 되면 자바긴팔원숭이 연구는 올스톱이다. 최 교수가 국내 기업 CEO들을 만나 후원을 부탁하고 각종 펀딩에 지원하고 있지만,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는 없다.
팀원 중 한 명인 김예나 박사는 "미국·독일·일본 등 선진국에서 영장류 연구는 30년 넘게 진행돼 왔다"며 "그 바탕에는 정부와 기업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다"고 했다.

【서울=뉴시스】 인도네시아 자바 현지에서 자바긴팔원숭이를 연구 중인 이화여대 에코과학부 영장류 연구팀.
김 박사의 연구는 장기적으로 행동생태에 관한 연구가 진행되지 않았던 자바긴팔원숭이의 영역 활용과 먹이원 이용에 대한 기초 행동생태 연구결과를 통해 멸종위기 자바긴팔원숭이 보전 전략 마련에 기여했다. 함 박사의 연구는 암수가 함께 노래를 부르는 다른 긴팔원숭이와 달리 암컷만 홀로 노래를 부르는 자바긴팔원숭이 노래(소리통신)의 기능과, 이러한 노래가 함축한 정보에 대한 연구 결과를 발표해 학술적으로 기여했다.
'이런 연구가 다 무슨 소용이냐' '굳이 왜 한국에 살지도 않는 영장류를 연구하는가'라고 묻는다면, 김예나 박사는 "자바긴팔원숭이 연구는 인류의 기원과 진화를 이해하는 기초과학으로서 역할은 물론 환경 보전, 기후 변화, 생명 다양성과 연결된 응용과학의 역할 두 가지를 모두 수행한다"고 답한다.
"자바긴팔원숭이가 사는 곳은 밀림입니다. 지구의 허파에 사는 것이죠. 이들이 잘 사는 게 숲이 잘 사는 것과 같아요. 숲을 건강하게 유지할 수 있다면 지구도 건강할 수 있고 그곳에 사는 우리도 건강할 수 있는 것입니다."

【서울=뉴시스】 세계적인 영장류 학자 제인 구달 케임브리지대학교 동물행동학 교수(왼쪽)와 국내 대표적 권위자 최재천 교수(오른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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