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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진칼의 '고육지책'...국민연금 등 지지 어렵다 판단

등록 2018.12.13 18:0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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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임 감사 체제에서 감사위 체제 변경 추진

KCGI 인사 감사위원 선임 가능성 감수한 차선책

【서울=뉴시스】이진영 기자 = 한진그룹 지주사 한진칼이 토종 행동주의 펀드 KCGI의 경영권 공격을 방어하기 위해 대규모 단기 차입을 단행한 것은 3대 주주 국민연금 등을 위시로 한 기타 주주들이 자신들에게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에 따라 고육지책을 강구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1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진칼은 금융회사들로부터 1600억원을 단기차입한다고 지난 5일 공시했다. 한진칼의 자산은 현 1조9134억원에서 2조734억원으로 늘어난다.

한진칼이 연말 이례적인 대규모 단기차입으로 자산을 2조원으로 올린 데는 1인 상임 감사에 KCGI 측 인사가 선임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법상 1명의 상근 감사를 선임할 때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모두 3%로 제한된다. 이렇게 되면 17.85%의 지분을 보유한 조양호 회장과 일가의 의결권이 모두 합쳐 3%로 묶이게 된다. 한진칼 측의 보유 지분이 많아도 '3% 룰'로 인해 KCGI와 동일한 수준에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도덕적 일탈 행동, 경영 전문성 및 지배구조 논란 등을 일으킨 한진칼 현 경영진에 대해 기관, 외국인, 소액주주들이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사용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KCGI 측 인사가 상임 감사에 선임될 가능성이 높다.

이런 가운데 감사위원회 체제로 바꾸면 한진칼 입장에서 '최선'은 아니지만 '차선'이 될 수 있다. 감사위원을 선임하게 되면 모든 주주는 1인당 의결권이 3%로 제한된다. 조 회장 입장에선 자신의 의결권이 3%로 줄어들지만, 각 2.3%씩 보유한 조원태·조현아·조현민 등 세 자녀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합치면 17%까지 의결권 행사가 가능해진다. 반면 KCGI의 의결권은 3%로 제한된다.

이에 따라 상장사 자산이 2조원이 넘어가면 의무적으로 상임 감사(1인)가 아닌 3인 이상으로 구성된 감사위원회 체제로 변경하도록 한 규정을 활용해 한진칼 자산을 2조원으로 늘린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단기차입이라는 꼼수 방식이 아닌 이사회 투표를 통한 정관 변경으로 감사위원회 체제 전환을 시도할 수도 있었다"며 "그럼에도 한진칼에 여타 주주들이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할 것이라고 보지 않자 단기차입을 통해 자산을 2조원으로 늘리는 방법을 강구한 것으로 풀이된다"라고 말했다.

심지어 한진칼 지분을 8% 이상 보유한 3대 주주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 지침에는 상임 감사 체제에서 감사위원회 체제로 전하는 안건에 우호적으로 의결권을 행사하라고 마련하고 있다. 즉 한진칼이 단기차입에 따른 금리 비용, 비난 등을 감수하고 대규모 차입을 한 데는 자신들에게 우호적인 의결권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또 감사위원회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한진칼 현 경영진은 상당한 위험을 감수해야 한다. 감사위원회 총인원의 3분의 2 이상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감사위원은 사외이사가 되는 게 통상적이다. 핵심은 상임 감사와 달리 사외이사는 회사 경영권을 보유한 이사회에 참여할 수 있다. 또 이사회에는 기업의 각종 기밀들이 공개될 수 있다. 사외, 다른 말로 하면 KCGI에서 온 인물이 회사 안을 속속들이 들여다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진칼의 의도대로 감사위원회 체제로 전환한다 하더라도 감사위원 선임 시 표 대결이 어떻게 이뤄질지 모르는 만큼 KCGI 측 인사가 선임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힘들다"며 "한진칼은 KCGI 측 인사가 사외이사에 선임될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감사위원회 체제를 선택한 것이며 최대한 자기쪽 사람들로 감사위원을 채우려고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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