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공화당발 낙태금지에 찬반 격화...'로 대 웨이드' 판결 뒤집힐까
공화당 주도 20여개주에서 낙태제한 조치 통과 또는 논의 중
목표는 낙태금지 '로 대 웨이드' 판결 뒤엎기
【애틀랜타=AP/뉴시스】브라이언 켐프 미 조지아주 주지사가 7일(현지시간) 심장 박동이 측정된 태아의 낙태를 금지하는 HB481 법안에 서명하고 있다. 켐프 주지사는 "모든 조지아주 사람이 위대한 국가에서 살고, 성장하고, 배우고, 번영할 기회를 갖도록 하기 위해 이 법안에 서명했다"라고 말했다.‘심장 박동 법안’(Heartbeat Bill)으로도 불리는 이 법안은 태아의 심장 박동이 감별된 이후에는 낙태 시술을 금지하는 것을 골자로 내년 1월 1일부터 시행되며 미국에서 가장 강력한 낙태 규제법으로 평가된다. 2019.05.08.
반면 여성계에서는 낙태권을 회복할 때까지 이른바 '성파업(sex strike)'을 하자는 제안이 나오는 등 반발이 본격화되고 있다. 진보 성향인 민주당도 낙태금지법에 부정적이다. 앨라배마주에서는 민주당의 저지로 낙태금지법 표결이 유보되기도 했다.
12일(현지시간) NBC와 AP통신, 워싱턴포스트(WP) 등 미국 언론에 따르면 주하원에서 낙태를 중범죄로 규정하는 법안을 의결한 앨라배마주를 필두로 공화당이 주도하는 20여개주에서 낙태를 제한하는 조치가 통과되거나 논의되고 있다.
NBC는 보수 성향인 대법관들이 연방대법원에서 다수가 된 뒤 많은 정치인과 낙태 반대 단체들이 1973년 연방대법원 판결을 뒤집을 기회를 노리고 있다고 전했다. 1973년 이전까지 미국에서 낙태는 불법이었지만 1973년 연방대법원은 이른바 '로 대 웨이드(Roe vs Wade) 판결'에서 낙태권이 헌법에 기초한 '사생활의 권리'에 포함돼 보장받을 수 있다며 합법화했다. 이 판결로 미국에서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법률은 폐지됐다.
하지만 공화당과 낙태 반대 단체들은 사실상 낙태를 전면 금지하는 법을 만들고, 연방대법원에서 이 법의 효력을 따지는 과정에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집을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미국에서 가장 엄격한 낙태금지법을 발의한 공화당 소속 테리 콜린스 앨라배마주 하원의원은 지난달 AP와 인터뷰에서 "연방대법원까지 가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뒤엎을 수 있기를 바란다"고 했다.
오하이오주에서 낙태 금지법 입법을 지원한 '라이트 투 라이프' 이사 제이미슨 고든은 "과거에는 대법원 구성이 로 대 웨이드를 뒤집는데 유리하지 않았다"면서 "(보수 성향) 인사가 대법관이 되고, 우리가 성취하길 희망했던 많은 법안을 통과시켰을 때 심장 박동법(낙태금지법)을 그 다음 단계로 놨다"고 했다. 마크 드웨인 오하이오주지사는 지난달 배아의 심장 박동이 감지되는 임신 5~6주부터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에 서명했다.
같은 맥락의 낙태금지법을 의결한 조지아주의 상원의원 젠 조던은 NBC에 "각주들이 대법원 앞에 서기를 원하기 때문에 판도라의 상자를 열 것"이라고 했다.
낙태권을 지지하는 비영리기관 구트마허연구소에 따르면 지난 1~3월 미국 전역에서 300개 이상의 낙태 제한 법안이 발의됐다. 조지아와 미시시피, 오하이오, 켄터키주는 올해 임신 6주 이후 낙태를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단 연방법원이 법안 발효를 정지시키면서 현재 발효된 법안은 없다.
【몽고메리=AP/뉴시스】미국 앨라배마주 상원은 9일(현지시간) 낙태금지법 표결을 보류했다. 사진은 앨라배마주 하원 의장이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낙태금지법과 관련한 연설하고 있다. 2019.05.10
여성계는 공화당이 주도하는 낙태금지 움직임에 반발하고 있다. 배우 알리사 밀라노는 조지아주가 엄격한 낙태금지법을 제정한 직후인 지난 10일 자신의 트위터에 낙태금지법에 항의하는 성 파업(sex strike)에 모든 여성들이 참여해 줄 것을 제안했다. 기간은 여성의 신체 자율권을 되찾을 때까지다. 밀라노는 트윗 다음날인 11일 기자들에게 "그 기준(심장박동 기준)은 사상 최고로 엄격한 잣대"라면서 "말도 안 되는 것이라는 것을 대법원이 결정해주기를 바란다"고 했다.
산모의 생명이 심각하게 위험할 때를 제외하고는 모든 낙태를 금지하고, 낙태 시술을 하거나 한 자에게 최대 99년형을 선고할 수 있도록 한 앨라배마주 낙태금지법은 지난 9일 주상원을 넘지 못했다. 상원 법사위원회에서 강간과 근친상간을 낙태금지법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는 조항을 추가한 것에 반발해 공화당 일부 의원들이 구두 투표로 이 조항을 삭제하려고 하자 민주당이 이를 거부하고 의사진행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양당이 충돌하면서 주상원은 오는 14일로 표결을 연기했다.
한편, 낙태 반대 단체 사이에서도 공화당의 목표인 로 웨이드 판결 재심이 관철될 수 없을 것이라는 비관론이 나온다. 연방대법원이 변론을 듣지 않고 기각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낙태 반대 단체 소속 클라크 포사이스 변호사는 NBC에 "로 대 웨이드 판결은 부당하고 위헌적인 결정"이라면서도 "연방대법원은 지난 2월 루이지내아주 낙태금지법 발효를 막기 위한 조치를 5대4로 통과시켰다"고 했다. 포사이스는 "법원은 법률적인 문제가 있을 때 의견을 들어볼 지 여부에 대해 절대적인 재량권을 갖고 있다"며 "국가가 법원이 어떤 문제에 대한 의견을 듣도록 강요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옳지 않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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