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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석 추기경, 하느님 섭리에 따라 3만2605일의 대장정 마라톤"

등록 2021.05.01 13:3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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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오후 10시 15분께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향년 90세. 정 추기경의 빈소는 명동대성당에 마련됐다. 사진은 2012년 5월 31일 명동 서울대교구청 집무실에서 밝게 웃고 있는 정진석 추기경 모습.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1.04.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오후 10시 15분께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향년 90세. 정 추기경의 빈소는 명동대성당에 마련됐다. 사진은 2012년 5월 31일 명동 서울대교구청 집무실에서 밝게 웃고 있는 정진석 추기경 모습.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1.04.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제12대 서울대교구장을 지낸 고(故) 정진석 추기경 장례미사에서 정 추기경과 인연을 맺은 이들이 고별사로 고인을 기억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의장인 이용훈 마티아 주교는 1일 명동성당에서 봉헌된 정 추기경 장례미사에서 "추기경께서는 1961년 3월 사제품을 받으시고 주님 품으로 가시기까지 꼭 60년 1개월 2만1956일을, 1970년 10월 주교품을 받으시고 50년 7개월 1만8470일을 오롯한 마음으로 주님과 성 교회에 봉헌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추기경님은 1931년 태어나신 후 이 순간까지 하느님 섭리에 따라 3만2605일의 대장정 마라톤을 앞만 보고 뛰어 완주하셨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보통 사람들은 휴식과 여가, 취미와 여행, 건강과 더 나은 안락을 추구합니다. 이런 것과 너무 거리가 먼 추기경께서는 사목 활동을 제외하고는 충분한 휴식과 취미 생활조차 마다하시고, 작은 거실과 서재를 우주 삼아 오가시며 오직 교회와 사람들의 행복과 안녕을 위해서 기도와 묵상, 독서와 집필에만 몰두하셨다"면서 "따분하게 보이는 이런 일상을 무엇과도 견주거나 바꿀 수 없는 행복과 기쁨으로 여기셨다"고 기억했다.

"추기경님께서는  늘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는 자애로우신 아버지이셨고 착한 목자로 우리 곁에 계셨다"면서 "한여름에도 에어컨을 켜지 않고, 바지 한 벌을 18년 동안 입을 정도로 청빈한 삶을 영위하셨으며, 누가 식사 초대를 해도 혹여 형편이 안 되는 이들이 소외감을 느낄까 봐 일절 초대에 응하지 않으셨다"고 돌아봤다.

[서울=뉴시스]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오후 10시 15분께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향년 90세. 정 추기경의 빈소는 명동대성당에 마련됐다. 사진은 2010년 8월 23일 정 추기경이 교구청을 방문한 광주대교구 비아 성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주교관 앞마당에서 기념촬영 한 모습.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1.04.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오후 10시 15분께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향년 90세. 정 추기경의 빈소는 명동대성당에 마련됐다. 사진은 2010년 8월 23일 정 추기경이 교구청을 방문한 광주대교구 비아 성가 지역아동센터 아이들과 주교관 앞마당에서 기념촬영 한 모습.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1.04.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수도자대표로 나선 샬트르성바오로수녀회 정 로사 수녀도 "특별히 어려운 환경에 처한 분들에게 아낌없는 도움을 주셨던 관대한 분이셨음을 여러 미담을 통해 들었다"고 했다.

"언젠가 제게 '너는 주추 놓고 나는 세우고'라는 최양업 신부님의 라틴어 서한을 번역하시면서 교회를 사랑하셨던 최양업 신부님의 심정을 그대로 느낄 수 있었다고 말씀하셨던 추기경님을 기억한다"면서 "늘 마음에 최양업 신부님에 대한 존경심이 있으셨던지 그분의 시복시성에도 큰 관심을 보이시고 애써주셨다"고 했다.

제자사제 백남용 씨는 "서울 양반들의 특유하게 느릿한 '으응, 왔어?'하는 음성이 들리지 않아 왈칵 설움이 앞선다"면서 "한잔의 와인을 사랑하시는 스승님! 하늘나라에 가시면 예수님 직영공장에서 나오는 가나표 와인이 맛이 기가막히답니다. 이젠 매년 책 한 권씩 쓰시던 수고 내려놓으시고, 천상의 주님식탁에서 편히 음미해보십시오"라고 애도했다.

평신도대표로 고별사를 한 한국천주교평신도사도직단체협의회 손병선 회장은 "선종하시기 두 달여 전부터 몇 차례 생사의 갈림길에서 천국 문턱 가까이 다녀오시는 동안 선종 문자와 추모 메시지의 가짜뉴스에 시달리게 해드린 무례함을 용서해 달라"고 했다.
[서울=뉴시스]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오후 10시 15분께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향년 90세. 정 추기경의 빈소는 명동대성당에 마련됐다. 사진은 1970년 10월 3일 청주 내덕동 성당에서 열린 주교 수품 및 제2대 청주교구장 착좌 미사에 참석한 정 추기경 모습.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1.04.2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천주교 서울대교구 정진석 추기경이 27일 오후 10시 15분께 노환으로 서울성모병원에서 선종(善終)했다. 향년 90세. 정 추기경의 빈소는 명동대성당에 마련됐다. 사진은 1970년 10월 3일 청주 내덕동 성당에서 열린 주교 수품 및 제2대 청주교구장 착좌 미사에 참석한 정 추기경 모습. (사진=천주교 서울대교구 제공) 2021.04.2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위중하셨던 힘드신 시기에 저희에게는 추기경님을 함께 기억하며 선종의 기쁨을 누리시도록 기도드릴 수 있는 은총의 시간이었다고 여겨진다"면서 "작은 기적을 보이시며 추기경님의 투병 중에 보여 주신 온유함과 무소유의 모범은 부족한 저희들에게 큰 귀감이 돼 주셨으며, 행복한 삶의 의미와 복된 죽음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해주셨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정 추기경은 장지인 경기 용인 공원묘원 내 성직자묘역으로 옮겨져 영원히 안식한다. 김수환 추기경과 김옥균 주교 옆 자리에 안장될 예정이다. 정 추기경의 묘비명은 그의 사목 표어였던 '모든 이에게 모든 것'으로 정해졌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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