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리'가 15년째 못한 일…'오픈클로'는 한다[로보사피엔스①]
내 PC를 직접 조작해 업무를 완수하는 '행동하는 AI' 시대
애플 '시리' 불만서 출발한 '오픈클로' AI 에이전트의 탄생
'맥 미니' 품귀 현상까지 일으킨 24시간 상시 구동 AI

오픈클로 공식 홈페이지 첫 화면 *재판매 및 DB 금지
"내일 비행기 체크인 좀 해줘."
스마트폰 메신저에 이 한 줄을 보내면, 인공지능(AI) 에이전트 '오픈클로(OpenClaw)'가 알아서 항공사 웹사이트에 접속하고, 창가 좌석을 골라 체크인을 완료한 뒤 탑승권을 저장해준다. 사용자가 운전 중이든, 잠들어 있든 상관없다.
시리(Siri)에게 같은 말을 해보면 차이가 선명해진다. 시리는 "죄송합니다, 도와드리기 어렵습니다"라고 답하거나 항공사 앱을 열어줄 뿐이다. 챗GPT에게 물으면 체크인하는 '방법'을 친절히 설명해준다. 하지만 직접 해주지는 못한다.
시리와 챗GPT가 '대답하는 AI'라면, 오픈클로는 '행동하는 AI'다. 질문에 답하는 데 그치지 않고, 컴퓨터를 직접 조작해 업무를 수행한다. 영화 '아이언맨'의 AI 비서 '자비스'를 가장 가깝게 구현한 기술이라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입만 살아있는' AI는 끝났다, 이제는 '행동'하는 AI
실제 사용 사례는 다양하다. 한 사용자는 오픈클로에게 자동차 딜러십에 연락해 가격을 협상하도록 시켰고, AI가 며칠에 걸쳐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견적서를 비교한 끝에 최저가를 이끌어냈다. 조명·온도 조절기·공기청정기 같은 스마트홈 기기를 메신저로 제어하고, 매일 아침 날씨·일정·뉴스를 요약한 브리핑을 자동으로 받아보는 것은 기본 기능에 가깝다.
기존 AI와의 결정적 차이점은 '능동성'이다. 챗GPT나 시리는 사용자가 말을 걸어야 반응하는 '반응형 AI'다. 반면 오픈클로의 '하트비트(Heartbeat)' 기능은 AI가 백그라운드에서 스스로 깨어나 이메일을 확인하고, 주가를 모니터링하며, 특정 조건이 충족되면 먼저 사용자에게 알림을 보낸다. 24시간 깨어 있는 디지털 비서가 현실이 된 것이다. 또한 챗GPT가 세션이 끝나면 대화를 잊는 것과 달리, 오픈클로는 사용자의 선호도와 과거 대화를 로컬 파일로 저장해 시간이 지날수록 더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한다.

애플의 AI(인공지능) 비서 시리(Siri). (사진=애플 홈페이지 캡처) *재판매 및 DB 금지
'시리'에 실망한 개발자가 1시간 만에 만든 '오픈클로'
이 모든 것의 출발점은 오스트리아 개발자 피터 스타인버거의 주말 프로젝트였다. 문서 SDK(소프트웨어 개발 키트) 기업 PSPDFKit을 창업해 매각한 뒤 은퇴 생활을 하던 그는 "시리가 2011년에 나왔는데 아직도 기본적인 작업조차 제대로 못 한다"는 불만에서 오픈클로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해 11월 앤트로픽의 '클로드 오퍼스 4.5'를 활용해 단 1시간 만에 프로토타입을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처음 이름은 '클로드봇(Clawd)'이었으나, 앤트로픽이 자사 AI 브랜드 '클로드'와의 유사성을 이유로 이름 변경을 요청했다. '몰트봇(Moltbot)'을 거쳐 최종적으로 '오픈클로'로 정착했다. 바닷가재가 허물을 벗는다는 뜻의 '몰트(Molt)'에서 따온 이름이었고, 붉은 바닷가재 마스코트는 순식간에 개발자 커뮤니티의 아이콘이 됐다.
붉은 바닷가재의 역습…맥 미니 품귀와 주가 폭등까지, 구동 비용은 부담
클라우드플레어(Cloudflare)는 이 흐름에 올라타 오픈클로를 자사 클라우드에서 월 5달러에 구동할 수 있는 '몰트워커(Moltworker)' 서비스를 출시했고, 이 발표 직후 주가가 20% 급등했다. 중국의 알리바바와 텐센트도 자체 버전을 내놓았다.
1시간 만에 만들어진 개인 개발자의 프로젝트가 깃허브 역사를 다시 쓰고, 하드웨어 시장을 뒤흔들고, 글로벌 기업의 주가까지 움직인 것이다.
다만 비용이 문제다. 소프트웨어 자체는 무료지만 AI 모델 API(응용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 사용료가 만만찮다. 실제로, 애플 전문 미디어 맥스토리스(MacStories) 설립자 페데리코 비티치는 오픈클로를 본격적으로 사용한 첫 달에 API 토큰 1억8000만 개를 소진해 약 3600달러(약 520만원)의 비용이 발생한 사례를 전했다. 자동화 작업이 루프에 빠져 하루 만에 200달러가 청구된 사례도 보고됐다.
업계 관계자는 "AI 에이전트의 시대가 이미 시작됐다"며 "오픈클로는 AI가 '말하는 시대'에서 '행동하는 시대'로 넘어갔음을 증명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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