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남아공 ANC, 30년 만에 과반의석 실패…연정 구성 나서(종합)

등록 2024.06.03 04:59:49수정 2024.06.03 05:34:51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남아공 ANC, 30년 만에 과반의석 실패…연정 구성 나서(종합)


[서울=뉴시스]이재준 기자 = 남아프리카공화국(남아공) 총선에서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을 시작으로 장기집권해온 아프리카민족회의(ANC)가 30년 만에 과반 의석을 차지하는데 실패했다.

AP 통신과 BBC 둥에 따르면 남아공 선거관리위원회(IEC)는 2일(현지시각) 지난달 29일 열린 총선 개표 결과 ANC 득표율이 40.2%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는 2019년 총선 득표율 57.5%를 크게 하회하는 것이다. 이로써 ANC는 제1당 자리를 유지했지만 더는 단독정부를 수립할 수 없게 됐다.

제1야당 중도우파 민주동맹(DA)은 21.8%, ANC 의장을 지낸 제이콥 주마 전 대통령이 5개월 전에 창당한 움콘토위시즈웨(MK)가 14.6%의 득표율을 각각 기록했다.

ANC에 이어 그간 제2당이던 경제자유투사(EFF) 9.5% 득표로 제4당으로 밀려났다.

총선 득표율에 따라 배분된 400개 전체 의석 가운데 ANC는 159석을 얻었다. 5년 전 230석에서 71석이나 줄었다.

민주동맹은 87석, 주마 전 대통령의 MK가 58석, EFF 경우 39석, 잉카타자유당(IFP) 17석,  애국동맹(PA) 9석을 차지하는 등 18개 정당이 원내에 진입했다.

시릴 라마포사 대통령은 총선에서 집권당 ANC가 다수당 지위를 상실한 결과에 대해 "모두가 총선 내용을 존중해야 하며 이제 공공이익을 위해 남아공 모든 정당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1994년 아파르트헤이트 종식 이래 치른 총선에서 처음 과반의석을 차지하는데 실패한 ANC는 연립정부 협상에 들어갔다.

피킬레 음발룰라 ANC 사무총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열고 "모든 정당과 얘기하고 있다. 연정은 결과적으로 과반 정당이 없을 때 당연히 그렇게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음발룰라 사무총장은 어떤 정당과도 대화할 수 있지만 당 대표인 라마포사 대통령의 퇴진 요구는 수용하지 않겠다고 선을 그었다.

ANC의 단독정부 구성 좌절에 대해선 남아공 정치판도에 다양성을 불어넣을 것으로 점쳐진다. 특히 신흥 정당인 MK가 3위 정당으로 올라서 정치변화의 신호탄을 쐈다는 평가다.

의회제(의원내각제) 권력구조를 가진 남아공은 전국구·권역별 비례대표제로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각 200명씩 배분 선출해 의회를 구성하고, 의회에서 대통령을 선출한다.

대통령 선출이 의회 간접선거로 이뤄지는 만큼 총선이 사실상 작은 대통령 선거로도 볼 수 있다.

의회는 선거 결과가 발표된 뒤 14일 안에 회의를 열어 대통령을 선출한다. ANC는 현직 라마포사 대통령을 연임시키려면 의회 과반를 획득하고 연립정부를 함께 세울 협력정당을 구해야 한다.

다만 연립정부 구성이 쉽지는 않을 전망이다. ANC는 누구와도 대화하겠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정권 심판론이 성공했다면서 협력을 원하면 부패 의혹이 있는 라마포사 대통령 연임을 포기하라고 압박하고 있다.

제2당에 오른 민주동맹은 또한 ANC가 추구하는 친(親) 러시아·중국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ANC 탈당파로 구성된 MK와 EFF는 정책적 이견은 적으나 ANC와 갈등이 여전히 남아있다.

백인 지지를 얻는 민주동맹이 연정을 주도할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이다. 민주동맹이 친시장 정책을 내세우는 반면 MK와 EFF는 중추산업의 국유화를 주장하고 있어 간극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ANC는 극단적인 인종차별 정책·제도인 아파르트헤이트를 무너뜨리고 정권을 장악해 30년 동안 남아공 국정을 맡았다.

하지만 경제·사회 분야에서 무능하다는 평가와 부패 문제를 비롯해 청년층의 표심 이탈로 결국 득표율이 50% 밑으로 떨어졌다.

32%에 달하는 실업률을 비롯해 경제적 재분배 문제 등에서 민심의 이반을 겪은 ANC는 최근 여론조사에서 과반 의석 차지가 어렵다는 경고를 받았다.

특히 흑인 민심을 대변할 소명을 띤 ANC가 흑인 빈곤이 심화를 방치한 것도 성난 민심에 심판론을 부추겼다.

남아공은 80%에 달하는 흑인 인구를 비롯해 백인, 인도계 인구 등 다양한 민족·언어 구성을 보이고 있다. 공식 언어만 12개에 이른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