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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어, 매 순간 즐거워"…대구대서 美수어 가르치는 '농인 박사' 허세영 교사

등록 2025.09.17 11:2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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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산=뉴시스] 박준 기자 = 청각장애가 있는 현직 특수교육 교사가 대학 강단에서 6년째 미국수어를 가르치고 있어 화제다.

17일 대구대학교에 따르면 그 주인공은 지난 8월 대구대학교 일반대학원 박사과정(특수교육학과 언어·청각장애아교육전공)을 졸업해 농인(청각장애로 인해 수어를 일상어로 사용하는 사람)으로서 대구대 1호 박사가 된 허세영(40) 교사다.

허 교사는 새 학기 시작과 함께 특수학교 수업과 대학 강의를 병행하고 있다.

농인이 박사가 된 경우는 전국적으로 보더라도 한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다.

허 교사는 주중에는 대구시의 한 공립 특수학교에서 17년 차 교사로 근무하고 있으며 금요일 오후가 되면 연차를 내고 대구대 경산캠퍼스에 와서 미국 수어에 관심 있는 26명의 학생을 가르치고 있다.

또한 2004년 대구대 특수교육과에 입학해 2008년 졸업한 뒤 2009년에 교사 임용시험에 합격해 교직 생활을 시작했다.

안정적으로 교직에 적응했지만 대학원 진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허 교사의 스승인 최성규 교수(초등특수교육과, 올해 2월 퇴직)의 권유였다.

이에 허 교사는 2010년 대구대 특수교육대학원에서 석사 과정을 시작해 올해 일반대학원 박사과정을 마칠 때까지 16년이 걸렸다.

허 교사가 미국 수어를 배우게 된 계기는 학부 시절 한 농아인협회 지인의 소개였다.

미국 갈루뎃 대학교(Gallaudet University)에서 공부하고 돌아온 한 교사를 만나면서 미국 수어에 눈을 뜨게 됐다. 미국 워싱턴 D.C.에 있는 갈루뎃 대학교는 농인 고등교육을 위한 세계 유일의 종합대학으로 알려져 있다.

미국 수어와 한국 수어의 차이에 대해 허 교사는 "한국 수어는 도상성(언어의 형식과 의미 사이에 직접적이고 자연스러운 유사성이 있는 경향)이 강해 직관적으로 이해하기 쉽지만 미국 수어는 알파벳 지문자를 많이 활용하다 보니 마치 철자를 맞추듯 의미를 찾아가는 재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한국 수어와 많이 달라 처음에는 낯설었지만 미국 수어를 배우면서 언어와 문화가 결합된 새로운 세계를 발견하는 경험을 했다"며 "이 경험을 학생들과 나누고 싶어 강의실에서 미국 수어의 매력을 전하고 있고 매 순간이 즐겁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구대는 2009년 전국 대학 중 최초로 미국 수어 수업을 개설해 최성규 교수가 2019년까지 강의를 맡았다. 이후 제자인 허 교사가 최 교수의 뒤를 이어 2020년부터 겸임교원으로 6년째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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