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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르스타인 "내 열정의 중심은 어떤 상황에도 변치않는 피아노" [문화人터뷰]

등록 2025.12.19 08:15:00수정 2025.12.19 08:3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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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3일 서울 예술의전당서 첫 단독 리사이틀

올해 서울시향·RCO와 韓서 협연 선보여

"한국 관객, 놀라울 만큼 진지하고 열정적"

리스트·브람스로 낭만주의 음악 연주

"하나의 통합된 경험 받아들이기를"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 (사진=마스트미디어 제공) 2025.12.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 (사진=마스트미디어 제공) 2025.12.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조기용 기자 = "한국 관객들은 놀라울 만큼 높은 집중력과 진지함, 그리고 장르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습니다. 그 점이 저를 설레게 하고, 깊이 감동하고 있습니다."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46)은 지난 17일 뉴시스와 서면 인터뷰에서 한국의 남다른 클래식 열정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5월 서울시향, 지난달 로열 콘세르트헤바우 오케스트라(RCO)와 한국에서 두 차례 협연한 게르스타인은 오는 23일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에서 국내 첫 단독 리사이틀을 갖는다.

게르스타인에게 따라붙는 수식어는 '세계에서 가장 바쁜 피아니스트'다. 그는 클래식 전문 사이트 바흐트랙이 선정하는 집계에서 2023년 1위, 지난해 4위를 차지했다. 한 해 약 100회 공연을 갖는 것으로 알려졌다. 바쁜 일정 속에서도 새로운 레퍼토리를 연구하며 끊임없는 음악 탐구를 지속하고 있다.

지속적인 에너지와 영감을 유지하는 비결을 묻자 '피아노'라고 답했다. 그는 "상황은 늘 바뀌지만, 피아노만큼은 변하지 않는 존재"라며 "오히려 그 피아노가 나 자신을 다시 중심에 놓이게 해주는 기준점 같은 역할을 한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 (사진=마스트미디어 제공) 2025.12.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 (사진=마스트미디어 제공) 2025.12.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게르스타인은 클래식 레퍼토리부터 현대, 그리고 재즈 작곡가까지 폭넓은 프로그램을 선보이는 연주자로 유명하다. 레퍼토리 확장을 세계를 여행한다는 것에 비유했다.

"새로운 작품을 탐구하는 것은 여행과도 같습니다. 손과 머리와 가슴이 더 많은 곳을 여행할수록, 세상은 더 긴밀하게 연결되어 보입니다. 하나의 경험은 또 다른 모든 경험을 풍요롭게 하죠."

그러면서 "사실상 끝이 없는 작품의 도서관을 갖고 있다는 점이 정말 행운"이라며 연구를 즐기는 면모를 보였다.

폭 넓은 레퍼토리를 구현에는 피아노를 여러 장르를 통해 입문한 배경이 있기 때문이다. 게르스타인은 클래식과 재즈 두 장르를 병행했고, 14세에 재즈 거장 게리 버튼의 권유로 입학한 버클리 음악대학에서도 두 장르를 모두 수학했다.

그는 클래식을 '악보에 쓰인 전통', 재즈를 '즉흥의 전통'이라고 표현했다.

"재즈는 아주 이른 시기부터 음악이 단순히 종이에 찍힌 검은 음표 이상의 것이라는 사실을 가르쳐 주었습니다. 타이밍, 어조, 프레이즈의 감각은 단순히 '정확한 음'을 연주하는 것으로 환원될 수 없거든요. 즉흥 연주는 또한 음악을 단순히 재현하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 순간에 일어나는 사건으로 느끼게 해줍니다."

이에 재즈에서 배운 가르침이 클래식 연주에도 스며들기를 희망한다고 고백했다.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 (사진=마스트미디어 제공) 2025.12.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 (사진=마스트미디어 제공) 2025.12.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최근 게르스타인은 지난해 프랑스 작곡가 클로드 드뷔시와 아르메니아 작곡가 코미타스 바르다페트가 제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작곡한 작품을 담은 음반 'Debussy/Komitas: Music in Time of War'로 주목받았다. 당시 클래식계에서 음악으로 역사적 사건을 독창적으로 조명했다는 평을 받았다.

그는 음반이 "재앙 속에서 탄생한 예술이 반드시 어둡기만 한 것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다. 음악들 중 상당수가 생명력 넘치고 삶의 생명력을 드러낸다"고 했다.

이어 "드뷔시 후기 작품과 코미타스의 유산을 둘러싼 1차 세계대전과 아르메니아 집단학살의 역사적·윤리적 맥락을 이해하고 조명하고자 했다"며 작업 계기를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 (사진=마스트미디어 제공) 2025.12.18.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피아니스트 키릴 게르스타인. (사진=마스트미디어 제공) 2025.12.18.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게르스타인은 이번 공연의 프로그램을 낭만주의 작품으로 구성했다. 그는 리스트의 '세 개의 페트라르카의 소네트'와 '순례의 해: 두 번째 해, 이탈리아' 중 '단테를 읽고: 소나타풍의 환상곡'와 브람스의 피아노 소나타 제3번을 연주한다.

끝으로 관객에게 리사이틀 관점 포인트를 귀띔했다.

"리스트는 표제음악과 문학적 연상을 대표하고, 브람스는 절대음악을 구현합니다. 이는 19세기 후반을 지배했던 중요한 논쟁이었고, 리스트·바그너 진영과 브람스의 대립으로 자주 표현되고는 했죠. 다만 저는 관객분들이 이것을 단순한 대비가 아니라 하나의 통합된 경험으로 받아들이기를 바랍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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