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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우 종전 협상을 좌초시킬 수 있는 난제들

등록 2025.12.31 11:1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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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 쟁점은 돈바스 영토·자포리자 원전

'나토 5조식 안보 보장' 조율…'국제군' 이견

임시휴전 vs 종전, 배상금 재원 등 문제도

[서울=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서울=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서울=뉴시스]신정원 기자 = 4년째 이어지고 있는 러우전쟁 종식 합의가 가까워지고 있다는 데 미국과 러시아, 우크라이나 모두 동의했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표현대로 "매우 까다롭고 해결하기 어려운 한두 가지 쟁점"이 남아 있다.

BBC는 30일(현지 시간) 협상을 좌초시킬 수도 있는 최대 난제로 우크라이나 영토 문제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 통제권 문제를 꼽았다.

푸틴이 노리는 우크라 산업 심장부 '돈바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우크라 동부 산업지대인 돈바스 지역 전체를 요구하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러시아는 현재 돈바스 지역인 루한스크의 99%, 도네츠크의 75%를 점령 중이다. 도네츠크의 이른바 '요새 벨트'로 불리는 슬로비안스크와 크라마토르스크를 향해 진격 중이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영토 할양을 거부하며 타협안을 제시했다. 양측 군이 동일한 거리만큼 물러나 비무장지대 또는 자유경제지대를 조성하고, 현재 전선은 국제군이 관리하는 방안이다.

그러나 푸틴 대통령이 이 제안을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가 평화적 해결을 원하지 않는다면, 군사적 수단으로 모든 문제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양측 모두 전쟁 피로도가 극심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싱크탱크 전쟁연구소(ISW)는 러시아군이 현재 진격 속도를 유지할 경우 도네츠크 전역을 장악하는 데 2027년 8월까지 걸릴 수 있다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의 종전 구상에는 북부 하르키우·수미, 동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남부 미콜라이우 등 러시아군이 제한적으로 주둔 중인 다른 지역에서 철수해야 한다는 조건도 포함돼 있다.

도네츠크 문제에서 진전이 없을 경우 평화 합의는 현실적으로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나오지만, 러시아의 제한적 양보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유리 우샤코프 크렘린궁 외교정책 보좌관은 최근 해당 지역이 러시아연방의 일부라는 입장은 분명히 하면서도 "돈바스에 러시아군도, 우크라이나군도 주둔하지 않는 상황이 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고 언급했다.

러시아가 점령 중인 유럽 최대 '자포리자 원전'

[앵커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8월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25.12.31.

[앵커리지=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이 지난 8월 15일(현지 시간) 미 알래스카주 앵커리지의 앨먼도프-리처드슨 합동군사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맞이하고 있다. 2025.12.31.

러시아는 2022년 3월부터 드니프로강 인근 에네르호다르에 위치한 자포리자 원전을 점거하고 있다. 유럽 최대 규모의 원전이지만, 6기 원자로 모두 3년 넘게 냉온정지 상태에 있고 우크라이나에서 공급하는 외부 전력으로 원자로 노심용융 사고를 막고 있다.

재가동을 위해서는 막대한 투자와 함께 냉각수를 공급하던 카호우카 수력발전댐 복구가 필요하다.

우크라이나는 해당 지역을 비무장화하고 자유경제지대로 전환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에 따르면 미국은 미·러·우 3자가 공동 관리하는 방안을 제안했지만 우크라이나는 비현실적이라고 판단하고 미·우가 50 대 50으로 관리하되 생산 전력 절반 사용처를 미국이 결정하는 대안을 제시했다. 사실상 러시아로의 전력 공급을 염두에 둔 구상이다.

문제는 러시아가 원전을 포기할 의사가 없다는 점이다. 러시아 국영 원전기업 로사톰의 알렉세이 리하체프 사장은 "해당 시설을 안전하게 운영할 수 있는 주체는 러시아뿐"이라고 강조했다. 다만 국제 협력 차원에서 우크라이나가 전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가능성은 열어뒀다.

이 사안은 타협이 불가능한 수준은 아니라는 평가도 있지만, 상호 신뢰가 전혀 없는 상황에서 합의가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불신'

핵심 쟁점의 의미 있는 진전이 어려운 배경에는 극심한 상호 불신이 깔려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푸틴 대통령이 "우크라의 성공을 원하며 에너지를 매우 저렴한 가격으로 공급하려 한다"고 언급했다고 했지만 젤렌스키 대통령은 믿지 않는 모습이다. 그는 "나는 러시아도, 푸틴도 신뢰하지 않는다. 그는 우크라이나의 성공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러시아도 젤렌스키 정부에 대한 불신을 노골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29일 우크라이나가 러시아 노브고로드 발다이에 있는 푸틴 대통령 관저를 드론으로 공격했다고 비난했는데 관련 증거는 제시하지 않았다. 우크라이나 해당 사건 자체가 없었다고 부인하고 있다.

[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8일(현지 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미·우크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악수하고 있다. 2025.12.31.

[팜비치=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오른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8일(현지 시간) 미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러라고 리조트에서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을 위한 미·우크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시작하며 악수하고 있다. 2025.12.31.

안전 보장·배상·EU 가입

우크라이나는 미국과 유럽에 향후 러시아 재침공 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조약 5조(집단방위)에 준하는 안보 보장을 요구하고 있으며, 평시 군 병력 규모 80만 명 유지를 원하고 있다.

미국은 '15년간 안보 보장'을, 유럽은 '의지의 연합'을 통한 국제군 파견·감시를 준비 중인데,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내에 유럽 군대 주둔을 절대 수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전쟁 피해 배상 문제도 관건이다. 우크라이나의 전쟁 피해는 약 8000억 달러(약 1100조원)로 추산된다. 미국은 유럽과의 공동 투자 기금을 제안했고, 유럽에 동결된 러시아 자산 2100억 유로(약 360조원)를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안도 논의됐지만 러시아는 이를 거부하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금지와 중립국화를 요구하고 있다. 현재 우크라이나 헌법엔 나토 가입 추진에 대한 조항이 담겨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법적 구속력이 있는(미 의회 승인 포함)' 나토 조약 5조식 안보 보장을 조건으로 잠정적으로 가입을 유예한다는 타협안을 제시한 상태다.

우크라이나는 유럽연합(EU) 가입 시기를 2027년 1월로 못박아 줄 것을 요구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EU 가입은 반대하지 않고 있다. 다만 BBC는 러시아보다는 우크라이나보다 가입 순서가 앞선 국가들이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어 단기간 내 가입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우크라이나 국민투표·임시 휴전

젤렌스키 대통령은 여론조사 결과를 인용해 "우크라이나 국민 87%가 평화를 원하지만, 85%는 돈바스 철수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도네츠크 영토 문제나 20개 항 평화안 전반에 대해 국민투표 없이는 결정을 내릴 수 없다고 하고 있다. 또 이를 준비하기 위해 60일간의 휴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러나 크렘린궁은 "임시 휴전은 오히려 전쟁을 장기화하고 전투 재개로 이어질 수 있다"며 반대했고, 트럼프 대통령은 이런 입장을 이해한다고 했다. BBC는 "젤렌스키 대통령은 국민투표 없는 합의는 효력이 없다고 하고 있다"며 "이것은 해결해야 할 난제를 더욱 늘린다"고 지적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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