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터 '약물운전' 처벌 강화…감기약 등 의약품 기준 혼란
현장 관찰→행동평가→간이검사 3단계로
"향정신성의약품 복용자 전부 단속 아냐"
"상당한 이유가 있는 운전자만 단속 예정"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관악경찰서 경찰관들이 지난 3일 저녁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 도로에서 음주·약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2024.12.04. hwang@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4/12/03/NISI20241203_0020616455_web.jpg?rnd=20241204060000)
[서울=뉴시스] 황준선 기자 = 관악경찰서 경찰관들이 지난 3일 저녁 서울 관악구 서울대입구역 인근 도로에서 음주·약물운전 단속을 하고 있다. 2024.12.04.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최은수 기자 = 개정 도로교통법 시행으로 2일부터 약물 영향으로 정상적인 운전이 어려운 상태에서 운전할 경우 처벌이 강화되고, 현장 단속 절차도 본격 도입된다. 다만 실시간 측정 장비의 부재와 객관적 기준 미비로 인해 현장 단속의 신뢰성을 둘러싼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부터 약물운전 적발 시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진다. 이는 음주운전 처벌 수위에 준하는 조치로, 경찰의 측정 요구에 불응할 경우에도 동일하게 처벌된다.
약물운전 금지 규정은 기존에도 있었지만 이번 개정으로 처벌 수위가 강화되고 측정 불응에 대한 처벌 근거가 명확해졌다.
음주단속 병행…비틀거림 보이면 3단계 절차
이에 따라 단속은 운전자의 행동과 정황에 의존해 이뤄진다. 비틀거림, 어눌한 말투, 안색 이상 등 의심 정황이 포착돼야 단속 절차가 시작된다. 경찰은 음주 단속 현장에서 술 냄새는 나지 않는데 운전자가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이는 경우를 주요 단속 계기로 보고 있다.
단속은 크게 세 단계로 진행된다. 현장에서 1차로 보행이나 균형 감각 등을 확인하는 '행동 평가'를 하고, 2차로 '간이시약 검사'를 실시한다. 여기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최종적으로 소변이나 혈액을 채취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정밀 분석을 의뢰하는 방식이다.
다만 간이시약 검사에만 최소 5~10분이 소요되며, 국과수 분석 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린다. 이 때문에 현장 단속은 사고나 신고를 계기로 적발되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크다.
지그재그 주행 등 이상 징후에 대한 시민 신고가 접수되거나, 교통사고 현장에서 운전자 상태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단속이 시작되는 식이다. 운전자의 행동이 부자연스럽거나 눈동자가 풀리고 횡설수설하는 정황이 포착될 경우 약물 투약 여부를 의심하게 된다.
의심 정황이 확인되면 경찰은 운전자를 하차시켜 직선보행, 회전, 한 발 서기 등 신체 균형을 확인하는 '현장평가'를 실시한다. 현장평가는 정상적으로 운전이 가능한 사람이라면 충분히 수행할 수 있는 수준으로, 경찰관이 직접 시범을 보여 운전자가 따라할 수 있도록 한다. 이후 간이시약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소변 및 혈액 채취를 통한 정밀 검사를 요청한다. 이 같은 단계별 절차는 시행규칙 개정을 통해 법에 반영됐다.
경찰은 미국·캐나다에서 시행 중인 동공 측정, 시력 검사, 정신물리학적 검사 등 12단계 표준화 절차 중 일부만을 도입했다. 국민 수용성과 인권침해 요소 등을 고려한 결과다.
경찰 내부에서는 해당 방식이 현장에서 실제로 얼마나 효과적으로 작동할지 확인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초기 단속은 유흥가 일대 음주단속 과정에서 운전자의 언행과 반응을 함께 살피는 방식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이범진 아주대 약학대 교수는 "약물은 몸에 들어가 변형되기 때문에 성분 분석이 매우 복잡하다"며 "전문가조차 특정 약물의 영향인지 판단하기 어려운데, 일선 경찰관이 현장에서 이를 식별하는 것은 쉽지 않은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육안과 행동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객관성이 부족할 수 있다"며 "해외에서는 농도 대신 약물 복용 후 12~24시간 등 시간 기준으로 운전을 제한하는 방식이 활용되기도 한다"고 덧붙였다.
"감기약도 처벌?"…경찰 "과도한 해석"
이어 "외견상 이상 행동이 관찰되는 사람을 대상으로 행동 평가, 간이시약 검사, 혈액·소변 채취 순으로 단계적으로 확인해 나가는 것"이라며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에 한해 단속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기약 복용 시 처벌' 논란에 대해서도 경찰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것이다. 경찰청 관계자는 "감기약이 단속 대상이냐 아니냐로 묻는 건 너무 단편적"이라며 "향정신성의약품 성분이 포함된 감기약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있는 만큼, 본인이 복용하는 약이 해당하는지는 의사나 약사에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했다.
약물운전 단속의 직접 대상은 마약류관리법상 마약·대마·향정신성의약품과 환각물질 등 총 490여 종이다. 항히스타민제 등 일반 의약품은 졸음이나 집중력 저하를 유발할 수 있지만, 단순 복용만으로 처벌되는 것은 아니다. 실제 사고를 유발하거나 정상적인 주행이 어려운 상태로 판단될 때 적용된다. 이 경우 약물운전이 아닌 질병·과로에 의한 운전 금지 조항이 적용되며, 처벌 수위도 벌금 30만원 이하로 마약류 운전에 비해 낮다.
경찰청 관계자는 "약을 먹었다고 운전하지 말라는 게 아니라, 몸 상태가 좋지 않다면 운전을 피해야 한다는 취지"라며 "운전 가능 여부를 스스로 판단할 책임이 있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정부는 기준 부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검찰청·국립과학수사연구원·대한의사협회 등이 참여하는 '혈중 농도 기준 도입' 연구에 착수했다. 국과수는 검출 빈도가 높은 졸피뎀을 중심으로 권고치를 우선 도출할 계획이지만, 약물 종류가 방대한 만큼 제도 안착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경찰은 이날부터 5월 31일까지 2개월간 유흥가 주변 음주 단속 현장에서 약물운전 탐지를 병행하며 단속 방식을 정형화해 나갈 방침이다. 일각에서는 시행 전날까지 일선 경찰서에 관련 지침이 내려가지 않았다는 얘기가 나왔지만, 경찰청은 사실이 아니라고 부인했다. 경찰청 관계자는 "현장 평가 방식과 매뉴얼은 이미 전국에 배포됐고, 교육도 사전에 마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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