칩플레이션에 삼성 구형폰 출고가 역주행…스마트폰도 오늘이 제일 쌀까?
삼성, 출시 수개월 지난 갤S25 엣지·갤Z7 출고가 인상…유례없는 '가격 역주행'
AI 서버용 HBM 쏠림에 범용 D램 가격 폭등…태블릿·콘솔에 폰까지 '도미노'
고사양·고용량 모델일수록 인상 압박 커져…IT 기기 소비 패턴 바뀔지 주목

삼성전자 갤럭시 Z 폴드7의 모습. (사진=카운터포인트리서치) *재판매 및 DB 금지
흔히 가전이나 PC 부품 업계 등에서 격언처럼 통용되던 우스갯소리가 스마트폰 업계까지 퍼지고 있다. 당초 스마트폰은 출시 시점에 가장 비싸고 시간이 흐를수록 공시지원금이 붙거나 출고가가 인하되는 '우하향' 곡선이 상식이었다.
하지만 최근 이 상식이 무너지고 있다. 칩플레이션(반도체+인플레이션)과 환율 상승의 파고가 스마트폰 시장까지 덮치면서 이미 출시된 구형 모델의 가격이 뒤늦게 오르는 전례 없는 '역주행'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가격 하락' 공식 깨진 갤럭시…전례 없는 출시 후 출고가 인상
구체적으로 보면 갤럭시 S25 엣지는 512GB 모델이 163만9000원에서 174만9000원으로 11만원 인상됐다. 폴드7은 512GB 모델이 253만7700원에서 263만2300원, 1TB 모델이 293만3700원에서 312만7300원으로 각각 9만4600원, 19만3600원 올랐다. 플립7은 512GB 모델이 164만3400원에서 173만8000원으로 9만4600원 뛰었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신제품이 아닌 출시된 지 수개월이 지난 기존 모델의 출고가를 올리는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통상적으로 후속 모델 출시를 앞둔 시점에는 재고 소진을 위해 가격을 낮추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인상을 두고 제조사가 감내할 수 있는 원가 부담이 이미 '임계점'을 넘어섰다는 신호로 보고 있다. 특히 고도화된 온디바이스 AI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 고사양 메모리와 고용량 스토리지가 탑재된 모델일수록 가격 상승 압박을 견디지 못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 또한 “핵심 부품 가격이 지속적으로 상승해서 불가피하게 일부 제품 가격을 인상했다”며 “지난 수년간 환율상승 등 악조건 속에서도 고객 부담을 최소화하기 위해 국내 가격은 동결 기조를 유지해왔으나, 국제정세 변화로 환율과 메모리 반도체 등 핵심 부품 가격이 동반 상승하면서 가격 인상이 불가피해졌다”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3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S25 엣지 미디어 브리핑에서 취재진들이 삼성 갤럭시 S25 엣지(오른쪽)와 기존 스마트폰을 비교하고 있다. 2025.05.13. jhope@newsis.com](https://img1.newsis.com/2025/05/13/NISI20250513_0020807504_web.jpg?rnd=20250513104350)
[서울=뉴시스] 정병혁 기자 = 13일 서울 서초구 삼성 강남에서 열린 삼성 갤럭시 S25 엣지 미디어 브리핑에서 취재진들이 삼성 갤럭시 S25 엣지(오른쪽)와 기존 스마트폰을 비교하고 있다. 2025.05.13. [email protected]
AI 열풍이 부른 '메모리 싹쓸이'…범용 D램 가격 95% 폭등
이는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위해 고대역폭 메모리(HBM)와 고용량 DDR5 모듈을 말 그대로 '싹쓸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반도체 제조사들은 수익성이 극대화된 AI 전용 제품 생산에 라인을 집중하고 있으며, 이 과정에서 스마트폰이나 PC에 들어가는 일반 소비자용 범용 D램 공급량은 상대적으로 급감했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이 이어지며 가격이 수직 상승한 것이다.
낸드플래시 시장 역시 상황은 다르지 않다. 기업용 SSD 수요 폭증으로 인해 2026년 1분기 낸드 가격은 전 분기 대비 평균 55~60% 올랐다. 스마트폰 제조 원가에서 메모리가 차지하는 비중은 과거 10% 내외였으나, 최근에는 20%를 상회하는 수준까지 치솟았다.
제조사 입장에서는 부품값 폭등분을 제품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서는 수익성을 유지하기 어려운 구조에 직면한 셈이다.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전시되어 있는 반도체 패브리케이티드 웨이퍼. 2019.08.14. 20hwan@newsis.com](https://img1.newsis.com/2019/08/14/NISI20190814_0015496712_web.jpg?rnd=20190814145149)
[서울=뉴시스]이영환 기자 = 서울 서초구 삼성 딜라이트샵에 전시되어 있는 반도체 패브리케이티드 웨이퍼. 2019.08.14. [email protected]
태블릿·콘솔·PC에 더해 스마트폰까지…IT 기기 전방위 확산
콘솔 게임기 시장도 예외는 아니다. 소니(SIE)는 이달부터 플레이스테이션 5(PS5) 전 모델의 글로벌 권장소비자가격을 최대 150달러 상향 조정하기로 했으며, 마이크로소프트의 엑스박스 시리즈 X는 작년 초 대비 누적 인상액이 200달러에 달한다. 레노버, 델, 에이수스 등 주요 PC 제조사들 역시 올해 초를 기점으로 기존 제품 공급가를 15~30% 인상하며 대열에 합류했다.
과거에는 이러한 인상이 주로 특정 국가의 '환율 변동'에 따른 국지적 대응이었다면, 지금은 '반도체 원가 상승'이라는 글로벌 공통 요인이 주도하고 있다는 점이 다르다. 부품값 폭등과 고환율 기조가 맞물리면서 제조사가 비용을 자체 흡수하던 단계를 넘어섰다는 진단도 나온다.
결국 고스란히 돌아오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다. 특히 고화질 영상 촬영이나 AI 기능을 원활히 사용하기 위해 고용량 모델을 선호하는 사용자일수록 가격 인상 폭을 더 크게 체감할 수밖에 없다.
스마트폰이 필수재가 된 상황에서 이러한 가격 불확실성은 소비자의 심리적 저항선을 자극하고 있다. 그나마 수요가 가장 많은 256GB 기본 모델의 가격이 인상되지 않은 것도 이를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향후 메모리 감산 기조와 AI 수요 독점 현상이 2026년 상반기 내내 지속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공급자 우위 시장이 고착화되면서 하반기에 출시될 차세대 폴더블폰이나 플래그십 모델의 시작 가격 역시 기존보다 크게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칩플레이션과 고환율이라는 거대한 파도 속에서 '스마트폰은 기다리면 싸진다'는 공식에도 미세한 균열이 발생하고 있다. IT 기기 구매를 고민하는 소비자들에게 "오늘 사는 게 가장 싸다"는 말은 이제 농담이 아닌 냉혹한 시장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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