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만 바라보는 韓, 예선전 격인 '길목상'부터 뚫어야"(종합)
정진호 과학기술한림원장 "국내 과학자 중 레스커상·울프상 등 수상자 전무"
"충분히 받을 만한데 못 받았다는 것은 오만"…실패 허용하는 연구 생태계 필수
하반기 노벨상 수상자 초청 행사 개최…장기 투자 중요성 전달 주력
![[런던=AP/뉴시스]런던에 위치한 주영국 스웨덴 대사관저에서 시상식에 앞서 노벨상 메달이 전시되어 있다. 2021.12.06.](https://img1.newsis.com/2024/10/07/NISI20241007_0001537389_web.jpg?rnd=20241017140924)
[런던=AP/뉴시스]런던에 위치한 주영국 스웨덴 대사관저에서 시상식에 앞서 노벨상 메달이 전시되어 있다. 2021.12.06.
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은 26일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국내 과학계의 현실을 이같이 짚었다. 국내 학계가 해마다 노벨상 수상을 염원하고 있지만, 정작 노벨상의 관문으로 통하는 해외 과학상에서는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노벨상 수상자 40%가 거쳐 간 '길목상'
실제로 울프상 수상자 120명, 레스커상 수상자 101명, 벤자민 프랭클린 메달 수상자 128명 등이 노벨상까지 수상한 것으로 파악됐다. 의학·생명과학 분야에서 최고 수준 권위를 가진 레스커상의 경우 수상자 약 40%가 노벨 생리의학상까지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정 원장은 국내 학자들의 연구 성과가 충분한데 명성이 부족해 상을 못 받는 것 아니냐는 시각에는 선을 그었다.
그는 "우리 성과가 이미 충분한데 운이나 명성이 없어 노벨상을 못 받았다고 생각하는 것은 오만한 생각"이라고 단호하게 말했다.
이어 "한림원의 역할은 한국 학자들의 탁월한 연구 성과가 세계 학계에 널리 알려지도록 발판을 조율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림원의 주요 사업 및 현안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https://img1.newsis.com/2026/05/26/NISI20260526_0002144975_web.jpg?rnd=20260526131702)
[서울=뉴시스]정진호 한국과학기술한림원 원장이 26일 오전 서울 용산구 서울드래곤시티에서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한림원의 주요 사업 및 현안 등에 대해 소개하고 있다. (사진=윤현성 기자)
"실패를 자산으로"…연구 생태계 체질 개선
정 원장은 대한민국 과학기술이 세계적 위상을 확보하려면 기초·원천연구의 중요성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석학들과의 지속적인 네트워크 구축과 한국 연구자들의 위상 강화도 과제로 꼽았다.
그는 "실패를 지적하고 처벌하면 도전이 사라지지만, 실패를 자산으로 삼으면 혁신이 쌓인다"며 "수많은 가치 있는 실패를 허용하는 생태계가 마련돼야 노벨상 같은 결실도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석학들과의 네트워크 구축 성과도 공유됐다. 한림원은 지난해 오마르 야기, 브라이언 코빌카, 기타가와 스스무 등 노벨상 수상자 3인을 영입한 데 이어 올해 5월에는 안 륄리에, 도나 스트리클런드, 메이브리트 모세르, 프랑수아즈 바레시누시 등 여성 노벨상 수상자 4인을 2차로 영입했다.
정 원장은 여성 과학자들을 대거 영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이들이 위대한 발견을 한 뒤 노벨상을 받기까지 최대 33년, 평균 22년이 걸렸다는 점에 주목했다. 기초과학에는 흔들리지 않고 연구에만 집중할 수 있는 장기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다.
한림원은 구체적인 하반기 실행 계획도 공개했다. 오는 9월 20일 세계적인 석학과 대중이 만나는 대규모 과학문화 행사 '노벨 프라이즈 다이얼로그 서울 2026'을 개최한다.
특히 올해 행사는 'AI가 바꾸는 미래'를 주제로 진행되며, 노벨상 수상자들이 직접 참석해 강연과 대담을 진행한다. 청소년들에게 과학의 꿈을 심어주기 위한 모티베이션 프로그램과 과학 교사들을 올해 스웨덴 노벨상 시상식 현장에 파견하는 체험 사업 등도 함께 추진된다.
정 원장은 "우리나라가 산업·문화에 이어 과학기술에서도 세계적 위상을 확보하려면 정부의 적극적인 과학기술 투자, 연구자 양성·지원 정책과 더불어 민간의 노력도 필수"라며 "한림원은 건강한 과학기술계 생태계를 함께 만들기 위해 과학기술계 석학들의 지혜를 모아 연구자들이 장기적이고 도전적인 연구에 나설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과학의 가치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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