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일 만에 인터넷 열렸지만…기쁨보다 불안·분노 앞선 이란 시민들
美·이스라엘 공격 직후 인터넷 전면 차단…하루 피해 최대 1200억원
"기본권 돌려준 것뿐인데 환호라니"…감시 강화 의심·굴욕감 호소
![[테헤란=AP/뉴시스] 13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도심 이슬람혁명 광장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6.04.14.](https://img1.newsis.com/2026/04/14/NISI20260414_0001177294_web.jpg?rnd=20260414091525)
[테헤란=AP/뉴시스] 13일(현지 시간) 이란 테헤란 도심 이슬람혁명 광장에서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 2026.04.14.
[서울=뉴시스]김민수 기자 = 이란 정부가 전국적 인터넷 차단을 일부 해제하면서 이란 국민들은 88일 만에 온라인 세상과 연결되기 시작했다. 다만 인터넷 부분 복구를 두고 기쁨보다는 불안과 냉소가 이어지고 있다.
27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이란 정부는 이날부터 인터넷 차단을 일부 완화하며 시민들의 외부 인터넷 접속을 다시 허용하기 시작했다.
이란 당국은 지난 2월28일 미국·이스라엘의 공격이 시작된 직후 국가안보를 이유로 인터넷을 전면 차단했다. 이번 차단은 이란 역사상 가장 길었던 인터넷 봉쇄로 평가된다.
약 9000만명에 달하는 이란 국민들은 수개월 동안 외부 뉴스와 메신저, 해외 웹사이트 접속이 사실상 차단된 채 제한된 국내 인터넷망만 이용해야 했다.
정부가 허용한 일부 사이트와 애플리케이션만 사용할 수 있었고 외부와의 자유로운 소통도 막혔다.
차단 기간 이란 경제가 입은 피해는 상당했다. 전문가들은 인터넷 봉쇄로 기업 운영과 온라인 상거래가 마비되면서 하루 최대 8000만달러(약 1200억원) 규모의 경제적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인터넷이 일부 복구되자 시민들은 오랜 기간 차단됐던 외부 뉴스와 메신저, 이메일 서비스 등을 다시 이용할 수 있게 됐다. 광고 회사에 다니는 39세 여성 마리암씨는 "마치 감옥에서 막 나온 기분"이라며 "믿을 수 없는 뉴스만 계속 접해야 해 암흑 속에 갇힌 기분이었다"고 말했다.
다만 인터넷 연결이 일부 복구됐음에도 정상화 수준에는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접속 불안정이 이어지는 데다 일부 서비스는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어 시민들의 불만도 계속되고 있다.
인터넷 자유를 지지하는 활동가들은 현재 복구된 인터넷 연결 규모가 전체 트래픽의 약 40% 수준에 불과하다고 분석하고 있다. 일부 시민들은 모바일 인터넷과 메신저 서비스가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며 "사실상 부분 복구에 불과하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인터넷 재개가 정부의 감시와 검열 강화를 위한 조치일 수 있다는 의심도 나온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반정부 시위로 체포됐던 23세 여성 미나는 "정부가 국민을 더 쉽게 감시할 수 있는 통제된 인터넷 체계로 유도하려는 것"이라며 "이것은 자유의 신호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일부 시민들은 인터넷 부분 복구를 두고 정부와 서방 언론을 동시에 비판했다. 인터넷 접속이 원래 보장돼야 할 기본권인데 이를 두고 기뻐해야 하는 현실 자체가 굴욕적이라는 반응이다.
테헤란의 한 사진작가는 가디언에 "(인터넷 재개에 대한) 환호와 축하를 보는 것 자체가 역겨웠다"며 "인터넷은 우리의 기본권인데 부분 복구를 마치 정권의 성과처럼 포장하는 것은 말도 안 된다"고 비판했다.
마리암씨도 "사람들이 가장 괴로워하는 것은 이런 굴욕감"이라며 "국민들이 마치 이 나라의 인질이 된 듯 느끼고 있고 더 슬픈 것은 그런 현실에 익숙해지기 시작했다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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