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카당, 눈부신 전복…'탐미의 요새' 허물고 '시대의 분노' 응시하다
7년 만의 새 EP '레이지 베이츠' 발매…기타 표영진 새 멤버 합류
세련된 사운드로 세공해 낸 '아름다운 분노'
8월8일 무신사 개러지서 8인조 편성 콘서트
![[서울=뉴시스] 데카당. (사진 = 래프터스 제공) 2026.07.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7/NISI20260707_0002179523_web.jpg?rnd=20260707081725)
[서울=뉴시스] 데카당. (사진 = 래프터스 제공) 2026.07.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결성 초기 '지극히 주관적인 아름다움'을 노래하던 청년들은 이제 무책임하게 쏟아지는 혐오와 폭력의 스펙터클을 정면으로 응시한다. 표적을 잃은 채 허공을 떠도는 분노, 익명성 뒤에 숨어 서로를 난도질하는 가벼운 언어들. 한나 아렌트가 지적한 '악의 평범성'이 매일같이 온라인에서 생중계되는 작금의 풍경 속에서, 이들은 타인을 향해 무심코 던지는 돌멩이의 무게를 묻는다. 누군가를 함부로 재단하고 오해하면서도 끝내 책임지지 않는 세태에 염증을 느꼈다는 고백은, 우리가 마땅히 지켜내야 할 '인간으로서의 최저선'에 대한 간절하고도 치열한 탐구다.
진동욱(보컬·기타), 설영인(베이스), 이현석(드럼) 기존 멤버에 기타리스트 표영진이 합류하며 완전한 4인조로 거듭난 데카당은, 시대의 분노를 단순한 감정적 배설로 소비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화(怒)를 가장 날카롭고 세련된 소리의 건축물로 세공해 냈다. 혼란스러운 변박과 촘촘히 엮인 리프, 요동치는 공황을 그대로 담아낸 폭발적인 드럼 사운드는 이들이 당도한 새로운 미학적 성취다. 섣불리 위로나 확신을 강요하지 않으면서도, 끝내 작은 공동체 안에서 서로를 껴안으려 애쓰는 태도는 혐오의 시대를 통과하는 밴드가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눈부신 전복(顚覆)이다. 오는 8월8일 단독 공연을 앞두고, 스스로의 음악적 궤적을 확고히 정립한 네 멤버를 만났다.
-벌써 내년이면 데뷔 10주년이에요. 물론 공백기가 있었지만, 7년 만에 새 앨범을 내셨고 활동을 시작하셔서 남다는 의미가 있을 거 같은데요. 결성 초기에는 미적인 아름다움을 지향하다가 객관적인 시각에서 사회를 정면으로 응시한 앨범을 이번에 냈다고 느꼈습니다. 이런 관점 이동의 계기가 있었는지요.
진동욱 "저희가 '지극히 주관적인 아름다움'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었을 때 '네 명이서 생각하는 예쁜 걸 하자'가 주된 내용이었지만 '우리가 하고 싶은 걸 하자'에 좀 더 비중을 실었거든요. 물론 제가 우회를 해 일부러 표를 안 내긴 했지만 당시에도 '봄'이라는 노래는 어떤 정치적인 해프닝에 대해서 제가 썼던 짧은 시에서 시작한 노래예요. 그래서 사실 관점의 전환이 확실히 있었다기보다, 이번에 '조금 더 직접적으로 드러냈다'에 가까운 것 같습니다. 당시에 먹었던 어떤 마음, '예쁜 걸 하자'라는 마음은 오롯이 유지한 상태로요."
-해당 부분을 좀 더 드러내게 된 직접적 계기가 있나요?
진동욱 "사실상 염증이었던 것 같아요. 사람들이 너무 쉽게 다른 사람을 아프게 하는 말을 가감 없이 내뱉고 그걸 회수하지 않고, 회수하는 데 있어서도 책임을 안 지는 세태를 보면서 염증이 생겼던 것 같아요. 항상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자는 주의에 가까운데, 지금 내가 제일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뭐지 했을 때 이것밖에 떠오르지 않았어요."
-영진 씨가 합류하면서, 사운드 결이나 밴드 정체성이 달라진 부분이 있을까요?
진동욱 "예전 데카당 시절에는 컴퓨터로 혹은 미디 프로듀싱 음향에 대한 지식이 전무한 상태로 '곡은 피아노랑 기타로 쓰는 거 아니냐'라고 생각했어요. 예전 저희 음악은 굉장히 날 것에 가까웠다고 생각합니다. 음원 밸런스 자체도 굉장히 날 서 있고, 다듬어지지 않았죠. 이번 앨범에서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 하나는 강렬한 음악을 만들어냄과 동시에 사운드적으로 최고의 퀄리티를 만들어내는 거였어요. 영진이는 같은 세대의 기타리스트 중에서 가장 세련되게 연주를 한다고 생각해요. 와일드하지만 세련됐죠. 그럼 점이 저희의 어떤 회전축에 도움을 주지 않았나 생각해요."
설영인 "저도 되게 완성된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거든요. 세 명에서 했을 때는 불안정함이 살짝 있다고 생각했는데 영진이가 기타를 쳐주기 시작하면서, 잘 맞물리고 있구나라는 걸 느낍니다."
이현석 "오래 전 동욱이가 솔로 활동할 때부터 같이 알고 지낸 친구였다 보니까, 음악적으로뿐만 아니라 인간적으로도잘 섞이는 느낌이었어요."
![[서울=뉴시스] 데카당. (사진 = 래프터스 제공) 2026.07.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7/NISI20260707_0002179521_web.jpg?rnd=20260707081708)
[서울=뉴시스] 데카당. (사진 = 래프터스 제공) 2026.07.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영진 씨는 팀에 합류하고 어떠셨어요?
표영진 "동욱이 통해서 어떤 식으로 활동을 해왔는지 들어서, 팀에 대해선 어느 정도 알고 있었는데 팀에 합류한 기점부터 새로운 걸 많이 경험했어요. 좁았던 제 세상들이 좀 넓혀져 가는 경험들이요. 특히 이번 앨범 준비하면서 뮤직비디오를 네 개 이상 찍는다든가, 여러 페스티벌 나가면서 어떤 식으로 퍼포먼스할 지에 대해 생각 해보고 직접 실행하는 것이 좋았어요. 동욱이랑 굉장히 오래 같이 음악을 했잖아요. 같이 많은 얘기를 나누면서 '이 친구랑 더 나아가고 싶다'라는 마음이 한 켠에 계속 남아 있었습니다. 데카당이 재결합한다고 했을 때 그 길을 같이 가고 싶은 마음이 커져서 같이 해도 되냐고 부탁했어요. 동욱이뿐만 아니라 다른 친구들도 정말 흔쾌히 받아줘서 감사했죠."
-7년 전의 데카당과 지금의 데카당은 뭐가 가장 다른가요?
진동욱 "다들 너무 성숙해졌어요. 20대 초에 치기 어린 상태에선 어떤 상황이 벌어졌을 때 그것에 대해 오롯이 받아들이지 못하거나, 쉽게 오해를 하는 상황들이 많았죠. 다들 경제적으로 여유롭지 못한 상황이었다 보니까, 더더욱 작은 부분들이 크게 느껴지는 경우들이 더러 있었습니다. 밴드를 다시 하고 가장 달라진 점은, 쉽게 말하면 제가 도맡아 했던 일들을, 친구들이 알아서 나눠 한다는 거예요. 영상 같은 경우는 영인이가 도맡아서 뮤비 하나 더 만들기도 했고요. 외주 영상에 대한 피드백 같은 경우에는 현석이가 취향이 확고한 편이라 소통을 해주고 있어요. 이전엔 제가 총대를 맸던 기억이 많은데 지금은 나눠서 하니, 너무 감사하고 기분이 좋더라고요."
-영인 씨랑 현석 씨는 자연스럽게 일을 나누게 되신 거예요?
설영인 "이전에 해체하기 전 제가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던 게 '음악만 잘하면 되지'라는 생각을 좀 하고 있었거든요. 근데 그게 아니라는 걸 이번에 다시 뭉치면서 느꼈어요."
이현석 "저는 다른 밴드도 겸하고 있었어요. 거기서 21세 동욱이가 했던 일을 제가 도맡아서 하고 있다가 딱 느꼈죠. '21세의 진동욱 참 힘들었겠구나.' 31세가 돼서 그걸 제가 체감하게 됐습니다. 이제 이해가 아니라 공감해요."
-그렇게 다시 뭉치고 나서는 '무엇을 얘기하자'라는 것에 대해서 초점이 맞춰졌을 것 같은데요.
진동욱 "아직 청사진 정도밖에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저희끼리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과 만연한 어떤 폭력·혐오에 대해서 얘기를 나눌 기회들이 많았어요. '그래도 이건 좀 그렇지 않아? 사람들이 왜 그러는지 모르겠어' 같은 이야기들을 하면서, 이번 앨범 메시지로 자연스럽게 수렴이 됐던 것 같아요. 텍스트를 만드는 건 제 역할이지만 멤버들에게 '어떻게 생각해?"라고 물어보는 과정을 거쳤는데, 타이트한 일정임에도 모든 과정들이 되게 순조롭게 흘러갔었어요."
![[서울=뉴시스] 데카당. (사진 = 래프터스 제공) 2026.07.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7/NISI20260707_0002179519_web.jpg?rnd=20260707081651)
[서울=뉴시스] 데카당. (사진 = 래프터스 제공) 2026.07.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진동욱 "전 사실 꿈보다 해몽을 믿는 사람이기는 한데요. 애초에 청사진을 생각할 때부터 그렸던 어떤 효과들이 분명히 존재해요. 그걸 마무리하는 후반 프로덕션 과정에 '이 사운드는 이 가사가 있으니까 이렇게 해야지'라고 생각하는 경우들이 많았습니다. 어떤 텍스트나 다루고자 하는 테마가 음악과 함께 합일 됐을 때 오는 카타르시스가 좋아요."
-그럼 영인 씨는 곡마다 물론 다르겠지만 이번 앨범에 특히 어울리는 베이스 사운드에 대해 고민한 부분이 있나요?
설영인 "제가 드라이브 톤을 자주 쓰는데 가사랑 맞춰서 질감을 정하는 느낌으로 가고 있거든요. 가사가 화(怒)에 대한 얘기고, 좀 세다 싶으면 드라이브 질감도 그에 따라 맞춰서 만드는 편이에요. 리프 같은 경우도 '뱅크시'의 아웃트로를 예를 들면, 엄청나게 바쁜 베이스라인이거든요. 가사를 들었을 때부터 이렇게 쳐야 재미있을 것 같다라는 생각을 좀 하고 있어가지고, 아웃트로를 만드느라고 좀 고생을 했어요."
진동욱 "사실 제가 맨 처음에 만들었던 데모에는 첫 인트로와 첫 코러스까지에 해당하는 기본적인 틀만 제시해 줬거든요. 굉장히 연주하기 어려운 걸 제가 만들어서 보냈었는데, 후주에서 본인이 갑자기 이건 '이렇게 쳐야겠다'라며 고난이도의 라인을 해서 '야 이거 라이브 때 괜찮겠어?'라고 물었는데 '뭐 해야지'라고 답했어요. 근데 실제로 지금 하고 있습니다. 하하."
-혼란에 있는 화자의 심리를 표현하려면 그렇게 밖에 갈 수는 없었을 것 같다는 느낌이에요.
진동욱 "영화 만드는 것처럼 장면을 설정하고 사람들이 특정한 무엇을 느끼기를 바라면서 곡을 만드는데요. 특히 감정적으로 요동칠 때의 공황을 표현하는 걸 되게 좋아해요. 이번에는 '뱅크시'의 어떤 확실한 변박, 변주가 됐을 때 감정이 드라마틱하게 잘 맞았습니다."
-현석 씨는 가장 신경 쓴 드럼 질감은 무엇인가요?
이현석 "저는 드럼을 칠 때 그려놓는 기승전결이 있어요. 그 흐름을 해치지 않고 각 요소들을 어떻게 부각시킬까, 다이내믹을 어떻게 만들까 고민을 가장 많이 하는데, 그중에서 가장 어려웠던 건 '올가미'였어요. '올가미'의 1절이 끝나고 2절로 들어가는데 거기서 보컬이 터지는 부분을 내가 어떻게 극대화시킬 수 있을까 고민하다가 나온 게 그런 연주였습니다."
진동욱 "2절의 연주 같은 경우에는 거의 드럼 솔로라고 해도 되다시피 정말 난리가 나거든요. 아주 멋있게 잘 녹음이 된 것 같습니다."
![[서울=뉴시스] 데카당 진동욱. (사진 = 래프터스 제공) 2026.07.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7/NISI20260707_0002179650_web.jpg?rnd=20260707091518)
[서울=뉴시스] 데카당 진동욱. (사진 = 래프터스 제공) 2026.07.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표영진 "제가 데카당 친구들과 함께 처음으로 작업을 하는 앨범이었다 보니까 제 색과 데카당 색을 어떤 식으로 적절히 섞을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어요. 캐릭터성, 전반적인 코드 워크에 대해 생각했고 기저에 깔리는 내용들에 대해서는 동욱이와 얘기를 많이 하면서 그 뉘앙스를 해치지 않는 선을 고민했습니다."
-일단 균형을 잘 잡는 게 중요했군요.
표영진 "네 맞아요. 균형이 저한테는 우선이었던 것 같아요."
-'뱅크시'라는 소재 자체도 데카당하고 되게 잘 어울려요. 데카당은 한국 인디 음악계의 뱅크시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들었고요.
진동욱 "'뱅크시'라는 곡 자체가 제가 몇 년 전에 그냥 적어 놨던 글귀에서 시작한 노래거든요. 지금의 1절 가사를 짧은 시처럼 적어놓았던 거였어요. 공연 포스터에 '짧은 문학을 한번 만들어서 올려보자'라며 진행한 제 작은 프로젝트가 있었어요. 공연 공지를 올릴 때, 밑에 짧은 글을 항상 그냥 제가 적어서 올렸었거든요. 그걸 다시 봤는데 이번 앨범의 어떤 궤와 너무 잘 맞아 있는 거예요. 과하다시피 우회한 어떤 메타포들이 되게 많았는데 이번 앨범을 만들 때 떠올렸던 메타포와 1 대 1로 접목이 돼서 쭉 써 내려갔고 2절 가사를 썼을 때 자연스럽게 그래피티라는 모티브를 가져오게 되면서 뱅크시 이야기를 가져오게 됐죠."
-'올가미'의 메시지는 한나 아렌트가 얘기한 '악의 평범성'과 맞닿았어요. 밴드가 메시지를 낼 때는 확신의 단언, 신념을 얘기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그게 일종의 밴드의 태도잖아요.
진동욱 "그게 의도 중에 하나이기도 했어요. 곡해를 하고 수치심을 받았으면 좋겠고 혹은 누군가는 이거를 그대로 받아들이거나 혹은 아예 거꾸로 받아들이길 원했죠. 작품을 내놓은 이후 그것에 대한 판단은 저희가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 밖에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 근데 그 곡을 쓸 때는 실제로 제가 목격했던 어떤 말들을 엮어서 가사화시킨 것이거든요. 재밌으니까 즐거워하니까 돌멩이가 마침 옆에 있었으니까 던지는 거라고 생각을 하는데 정작 던지는 사람들은 내가 뭘 향해 던지는 건지 모르는 경우가 많은 거 같아요. 누군가는 이걸 따라 부르면서도 언캐니(Uncanny)한 걸 느낄 수 있는데 왜 그런지 생각해 보는 어떤 계기를 만들어보고 싶기도 했어요."
-요즘에 밴드 신, 나아가 음악 신에서 이런 텍스트나 메시지 자체가 귀한 것 같아요. 가사나 태도에 있어서 사회적인 고민이 덜해지잖아요. 다만 '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당위성이 있어야 하니, 고민을 더 많이 했을 것 같아요.
진동욱 "그렇다기보다는 사실 어느 문화에 갔을 때마다 윤리적인 기준이 달라지잖아요. 저는 그냥 우리 안에 내재돼 있는 어떤 선에 대해서만 생각을 하고 써 내려갔던 것 같아요. 지금 사람들의 관점이라기보다 '마땅히 그래야만 하는 것'의 어떤 최저점은 뭘까에 대해서…. 예를 들어서 돌멩이가 우연히 내 발에 치여 누군가의 머리에 맞았다면 흔쾌히 사죄할 수 있어야 되는 게 아닌가라는, 정말 최저선에 대해서 생각을 하면서 썼던 것 같아요. '나는 이 부분에 있어서는 이렇게 생각하고 저렇게 생각하고'에 대한 명확한 기준을 세우는 것보다는, '공동체로서의 선은 어디까지'일까 그리고 '우리는 어디까지 그걸 지킬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이 조금 더 앞섰던 것 같습니다."
![[서울=뉴시스] 데카당 설영인. (사진 = 래프터스 제공) 2026.07.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7/NISI20260707_0002179656_web.jpg?rnd=20260707091612)
[서울=뉴시스] 데카당 설영인. (사진 = 래프터스 제공) 2026.07.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진동욱 "뭔가를 좋아한다 혹은 싫어한다라고 얘기하는 게 누군가한테는 상처가 될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하고요. 어떤 대상에 대해서 그래도 사람들이 서로 사랑했으면 좋겠어요. 작은 공동체 안에서요."
-밴드는 음악이랑 메시지뿐만 아니라 가치관, 태도를 공유해야 된다고 생각이 들거든요. 텍스트는 주로 동욱 씨가 만들잖아요. 다른 멤버들은 어떻게 동의를 하고 어떤 얘기를 나누는지 궁금해요.
설영인 "저는 동욱이가 쓰는 텍스트를 되게 좋아하거든요. 무한 긍정하는 쪽인데, 다른 밴드들의 가사랑 엄청 차이가 나고 확연한 특별함이 있다고 생각해요."
이현석 "저도 영인이와 마찬가지로 무한 긍정해요. 이번 앨범 같은 경우 가장 재미있었던 기억은 '알페온 2374' 작업할 때였어요. 사실 우리 다 힘든 시절이 있었죠. 그때 우리를 이끌어줬던 건, 응원의 말들보다는 당장 일어나서 세수하고 운동 가야 하는 일상이었어요. 그런 얘기를 하고 싶었는데, 동욱이가 그걸 되게 멋있게 풀어줬어요."
-영진 씨는 바깥에서 데카당 메시지를 보다가 이번엔 안에서 같이 나눈 거잖아요.
표영진 "데카당의 멤버로 들어오기 전에도 데카당의 세션으로서 얘기를 나눌 기회가 많았어요. 이런 앨범 작업에선 '선이 어디까지'인지에 대해서 같이 얘기를 많이 나눴었는데 저 또한 이 친구들과 매한가지예요. 동욱이가 했던 얘기들 그리고 친구들과 했던 얘기들에 대해 굉장히 긍정합니다. 표현에 있어서는 선이 어디까지인가에 대해서 조금 생각해 봤어요."
-밴드는 멤버들과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사운드를 만들고 편곡하는 게 매력이잖아요. 동욱 씨도 반대로 멤버들한테도 영감을 많이 얻었을 거 같은데요.
진동욱 "많이 받죠. 이번 앨범에서 특히 '사람의 아들'이라는 트랙 같은 경우에는 현석이의 일기를 제가 발췌해서 가사화시킨 거예요. 그래서 이번에 현석이가 작사가 데뷔를 했어요. 그 일기를 제가 발췌를 했어요. 저는 무언가를 만드는 사람으로서 제일 중요한 게 사전과 인풋이라고 생각해요. 각자의 사전이 다 존재하는데 그게 다 소진되면 인풋을 억지로라도 찾으려고 합니다. 일종의 수집인데 그 대부분이 친구들과의 대화 혹은 제가 하는 생각들이에요. 이번 앨범은 특히나 저희가 붙어 있는 시간이 너무 많아서 나눈 대화들이 자연스럽게 잘 녹아들었던 것 같아요. 해체를 하고도 저희 셋은 계속 친구였어요. 현석이도 영인이도 음악을 안 하려고 했던 상황 속에서도 계속 만나 즐겁게 놀았죠."
![[서울=뉴시스] 데카당 이현석. (사진 = 래프터스 제공) 2026.07.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7/NISI20260707_0002179654_web.jpg?rnd=20260707091546)
[서울=뉴시스] 데카당 이현석. (사진 = 래프터스 제공) 2026.07.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마그나 카르타(Magna Carta)'는 어떻게 만들어진 노래예요?
진동욱 "이 곡을 얘기하려면, 우선 앨범의 구조에 대해서 말씀을 드리는 게 제일 좋은데요. 그러니까 외부의 시선으로 바라본 이야기들은 영문으로 적었고요. 당사자들의 이야기는 한글로 적었어요. 그래서 '사람의 아들'도 원래 코러스에 해당하는 부분이 영어였는데 이걸 만들기 위해서 한글로 바꾼 거거든요. '마그나 카르타'도 '알페온'도 외부의 시선으로 이야기하는 거예요. 당사자들이 아니에요. 당사자들이 아니니까 '알페온'에서 '일어나 씻을게 운동하러 가 지금 너 뭐 해 오늘은 죽은 자들이 갈망하는 날이고 어젠 너 뭐 했어'라고 질문을 하는 과정이 앨범의 끝에서는 '야 이제 망했다 너네 때문에 뭐 어떻게 이제 세상은 새로운 애도를 표하고 있고 너무 늦은 것 같아'라고 얘기를 하는데 사실 '마그나 카르타'는 확실한 정치적인 의미라기보다는, 어떤 전복으로서 기능을 한 (1200년대 영국의) 대헌장이잖아요. 데카당이라는 이름 자체도 사실상 어떤 세기말에서 사람들이 갖고 있던 예술의 인식에 대한 전복을 하기 위해서 나왔던 행동 양식이다 보니까 '마그나 카르타'도 전복의 의미가 훨씬 더 큽니다."
-전복을 얘기하는데, 반대로 이번 앨범을 통해 밴드의 정체성이 바로 정립된 느낌이에요.
이현석 "뭔가 다들 지금 할 수 있는 가장 최선의 연주를 들려준 것 같아요. 저번보다는 확실히 연주력적으로도 많이 끌어올려진 상태고 그걸 그대로 다 녹여낸 앨범이라 지금 우리가 뽑아낸 '가장 좋은 명함'인 것 같습니다."
설영인 "저도 이번 작업하면서 완성됐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이전 정규랑 비교해 보자면 정규 때는 되게 불안함이 엄청 컸었어요. 음악 성공에 대한 불안함이 아니라 만들면서 되게 불안감이 컸었는데, 이번 EP 작업은 불안과 걱정 없이, 재미있게 완성도 있게 작업했습니다."
-우문일 수도 있지만, 오랜만에 내는 앨범인데 '왜 정규가 아닌가'라는 생각도 잠깐 했었어요.
진동욱 "딱딱하게 얘기하자면 시간과 소스의 부족 아니었을까 생각해요. EP가 조금 더 작은 규모의 곡들을 모은 단편이라고 생각하면 장편을 준비하기에는 저희한테 시간이 좀 모자랐다고 판단했습니다."
-이번 앨범의 텍스트를 짜는 방식이 매우 건축적입니다. 외부의 시선은 영어로, 당사자의 시선은 한글로 분리해 서사를 전개한 점이 무척 흥미로운데요. 이러한 시선의 분리를 통해 청자들에게 어떤 감각적 전복을 경험하게 하고 싶으셨나요? 또한 노래를 부르실 때, 방관하는 시선과 상처받은 당사자의 시선 사이의 온도 차이를 보컬로서 어떻게 표현하려 하셨는지 궁금합니다.
진동욱 "모호함이 주된 모티브였다보니, 흑과 백은 존재하지 않고 우리는 거대한 회색지대 안에서 살아가는 것을 인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절대적인 선과 악, 명과 암은 존재하지 않고 '기분'이라는 뭉뚱그린 말 안에 삶이 존재한다고 여기는 것 같아요. 비슷한 생각을 하든 안하든 청각적인 쾌감이라던가 메시지와 사운드가 합일하는 어떤 지점에서 갸우뚱함을 가지기를 원했던 것 같습니다. 연극을 해본 적 없으나, 노래를 부를 때에 또 노래가 입 밖으로 나가는 순간에는 연기를 하는 것처럼 가사 안에 있으려고 노력하는 편입니다. 그래서 따로 외부와 내부 시에 구분을 뒀음에도 불구하고 그걸 모른는 것처럼 불렀습니다. 따로 상황을 설정하고 기술적인 어프로치 보다는 진심에 닿아 있을 때 부르는 입장과 듣는 입장이 같아지는 것 같습니다."
-영진 씨는 데카당의 새로운 서사에 합류하면서, 본인의 화려한 기교를 뽐내기보다 '데카당 고유의 색과 어떻게 적절히 섞일까' 하는 균형을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셨다고 했습니다. 앨범 수록곡 중 영진 씨의 이런 '절제와 폭발의 균형'이 가장 철학적으로, 혹은 사운드적으로 완벽하게 구현됐다고 생각하는 기타 리프나 프레이즈는 어느 부분인가요?
표영진 "개인적으로 이번 앨범 수록곡 중 '마그나 카르타'에 말씀 주신것들이 잘 표현됐다고 생각합니다. 분명 아직은 합일의 과정 중에 있어 완벽하다고 생각되지는 않지만 기존 데카당의 색을 이어가며 제가 가지고 있는 것들이 적절하게 버무린 곡이라 생각합니다. '마그나 카르타'의 테마 리프를 짜는데 있어서도 기존에 생각해뒀던 제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멤버들과 함께 고심하며 정말 재밌게 작업했거든요. 절제하다가 뒤에 터지는 기타 솔로 또한 굉장히 마음에 듭니다. 솔로의 전체적인 그림은 제가 짜고 디테일적인 부분들은 친구들의 디렉팅과 좋은 아이디어들이 있었기 때문에 잘 나올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울=뉴시스] 데카당 표영진. (사진 = 래프터스 제공) 2026.07.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7/NISI20260707_0002179648_web.jpg?rnd=20260707091419)
[서울=뉴시스] 데카당 표영진. (사진 = 래프터스 제공) 2026.07.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이현석 "'올가미'의 2절은 동욱, 영진, 영인이 쏟아내는 에너지를 온전히 받아내는데 집중했습니다. 그 에너지가 극점에 이르렀을 때, ‘언젠가 우리는 다 죽을 테니까’라는 가사와 함께 후련하게 짊어진 것들을 내던지는 상상하며 2절 드럼 연주를 그려봤습니다. '사람의 아들' 내레이션으로 저의 일기가 만들어졌을 때, 창작의 희열 다음으로 밀려온 감정은 부끄러움이었어요. 그동안은 연주만으로 저 자신을 드러내왔다면, 여과 없이 적어낸 제 글이 처음으로 다른 사람의 목소리로 발음되고, 그걸 불특정 다수가 듣는다고 생각하니 마치 발가벗겨진 기분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더 라이브가 기대되는 곡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저와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으면서도 언제 화를 내야 하는지, 어디까지 참아야 하는지 잘 모르는 분들께 이 곡이 작은 해방감을 주길 바랍니다. 다만 '다른 이에게 상처가 되는 것이 내게는 별것 아닐 때가 있고, 그 반대도 그러하다'는 점만큼은 함께 마음에 두고 들으셨으면 좋겠습니다."
-가사가 품고 있는 '화(분노)'의 질감에 맞춰 베이스의 드라이브 톤을 정밀하게 맞추셨다는 말씀이 돋보입니다. 특히 '뱅크시' 아웃트로의 숨 가쁜 베이스 라인은 혼란한 채로 휩쓸려 가는 현대인의 심리를 그대로 닮아 있는데요. 과거 정규 앨범 작업 때 느꼈던 막연한 불안감이, 이번 작업에서 확신과 재미로 바뀔 수 있었던 가장 결정적인 내면의 동력은 무엇이었나요?
설영인 "결정적인 이유는 곁에 있던 친구들 덕분인 것 같아요. 과거의 저는 실력에 대한 확신도 없었던 터라 아무 소리도 귀에 들어가지 않았었는데, 지금에서야 저의 베이스를 제가 듣고 또 느끼면서 치고 있습니다."
-8월8일 서울 마포구 무신사 개러지에서 여는 단독 공연은 어떻게 준비하고 있나요?
진동욱 "저희가 했던 단독 공연 중에서 제일 규모가 커요. 그에 따른 편성도 코러스 2명과 세컨드 베이스, 건반을 포함한 8인 편성입니다. 특별하게 저희가 할 수 있는 최선을 선보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분노를 그저 날 것으로 토해내는 것이 아니라, 매우 정교하고 세련된 사운드로 세공해 냈다는 점에서 이 또한 데카당이 도달한 새로운 미학으로 느껴집니다. 네 분이 생각하기에, 이번 앨범에서 데카당만의 '아름다운 분노'가 가장 선명하게 번뜩이는 순간은 언제인가요?
진동욱 "'올가미'의 가사를 적을 때에 묘한 쾌감이 있었습니다. 돌멩이를 던지는 사람에 이입해서 글을 적다보니 '나에게는 그런 경험이 과연 존재하지 않는가?'를 돌이켜 보게 되더라고요. 그 때 비로소 이 곡을 쓰게 됐던 의도에 제가 설득이 되어, '아, 그래도 누군가는 이런 과정을 들으면서 느끼게 되겠구나' 싶어 이내 기뻐졌던 기억이 납니다."
이현석 "이러다가는 둘 중에 누구 머리 하나는 깨지겠다 싶을 만큼 불가항력적인 상황에 놓였던 시간에 적어냈던 일기가 '사람의 아들'의 가사로 되살아날 때 그 희열을 잊을 수 없습니다."
표영진 "앨범 작업 중, 마지막 마스터링 세션을 하며 스튜디오에서 멤버들과 함께 완성된 작업물을 청취자의 입장으로서 들어보았는데요. 완성 세션 이전까지 개인적으로 우려했던 부분들이 앨범에 담고자 했던 메시지들과 이를 함축하고 있는 사운드들이 온전한 의도대로 표출되지 않을까 봐서였습니다. 하지만 앨범의 수록곡들을 순차적으로 듣고 난 이후부터는, 이전에 했던 걱정들이 무색해질 만큼 5개의 트랙들이 퍼즐처럼 각자의 위치에 자리해 하나의 큰 그림으로서 완성돼, 청자들에게 들려드리고자 했던 에너지와 분노들이 정제돼 온전하게 표출되는 것 같은 기분을 느꼈습니다. 물론 이건 제가 개인적으로 느꼈던 감정들이고 청자들이 저희의 음악을 들었을 땐 다른 감상을 가질 수도 있겠지만요. 그래도 발매 이후 반응을 살펴 봤을 때 저와 비슷한 시선에서 저희의 앨범을 즐겨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 기분이 꽤 좋았습니다. 앨범을 만들며 들어갔던 저희의 수많은 생각과 의도들이 비로소 청자가 들었을 때 인지하게 되고 다양한 시선과 관점에서 해석되는 그 순간들이야 말로 제가 생각하는 '아름다운 분노'가 가장 선명하게 번뜩이는 순간이 아닐까 싶습니다."
![[서울=뉴시스] 데카당. (사진 = 래프터스 제공) 2026.07.07.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7/07/NISI20260707_0002179518_web.jpg?rnd=20260707081626)
[서울=뉴시스] 데카당. (사진 = 래프터스 제공) 2026.07.07.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진동욱 "기쁨과 안정이었습니다. 재결성을 하기 직전까지도 저는 밴드를 다시하는 것에 대한 일련의 알레르기가 있었는데요. 그런 걱정과 불안이 무색하게, 기억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전 곡들의 코드나 가사를 자연스럽게 몸이 이끌어가는 순간에 친구들의 눈을 보며 행복해졌던 기억은 오래오래 남을 것 같습니다."
설영인 "악기를 처음 만져봤을 때의 설렘이 기억납니다. 잊고 있었던 행복감을 다시 느끼기도 했었고요. 바보들은 모이기만 해도 즐겁다고 하잖아요? 볼품없고 실수투성이에 엉망인 합주였던 걸로 기억하지만 그 때의 행복했던 감정은 너무나도 생생하게 기억납니다."
이현석 "아쉽게 헤어진 연인을 다시 만난 기분이 이런 걸까 상상했어요. 어떻게 시작했고 왜 끝났는지 잘 알지만, 그럼에도 다시 한번 함께하고싶은 마음이 그 순간 더 커졌습니다."
-가해자와 피해자의 경계마저 흐려진 지금의 시대에, 데카당이 음악을 통해 끝내 지켜내고 싶은 '인간으로서의 최저선(혹은 인지상정)'은 무엇인지 각자의 언어로 듣고 싶습니다.
진동욱 "사랑의 기준선을 너무 높게 두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사랑을 거창한 감정으로만 여기다 보면 오히려 일상에서 쉽게 무례해지곤 합니다. 내가 아끼는 이들이 듣지 않았으면 하는 말, 겪지 않았으면 하는 일, 맞이하지 않았으면 하는 하루를 다른 누군가에게도 바라지 않는 마음. 그런 마음을 조금 더 넓은 범위로, 그리 무겁지 않게 품고 살아갈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표영진 "자유의지와 개인의 신념을 방패 삼아 서로의 경계선을 침해하고 상처 입히지 않았음 합니다. 개인 간의 바운더리를 항상 존중하고 비판이 아닌 비난, 그리고 타인이 본인과 다르다고 해서 무작정 돌을 던지는 행위는 멈춰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설영인 "서로가 서로를 위해 노력하는 마음이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마음들 다 가벼운 건 없다고 생각하지만 조금 더 위하는 마음을 가지면 흐려진 시대가 조금은 선명해질 것 같아요."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Copyright © NEWSIS.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