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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후 살인' 되는 교제폭력…가해자 내버려두며 "피해자 보호"

등록 2026.07.12 08:00:00수정 2026.07.12 08:18:25

가해자 '반성'에 고위험군 제외…기준 도마위

스토킹·교제폭력 구속률 3~4%에 불과

[서울=뉴시스]14일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내 1인가구 밀집지역으로 꼽히는 관악구, 영등포구에서 최근 3개년 동안 데이트폭력 및 스토킹 범죄 발생 건수가 늘어났다. (사진=뉴시스DB) 2025.05.14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14일 이연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서울지방경찰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서울 내 1인가구 밀집지역으로 꼽히는 관악구, 영등포구에서 최근 3개년 동안 데이트폭력 및 스토킹 범죄 발생 건수가 늘어났다. (사진=뉴시스DB) 2025.05.14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항섭 기자, 조서영 인턴기자 = 교제폭력이 이별 후 살인 사건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잇따라 발생하고 있다. 스토킹처벌법의 제도적 문제점이 더 큰 범죄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경찰에 따르면 지난 5일 오전 3시께 성남시 중원구 상대원동 길거리에서 50대 남성 A씨가 4년간 교제하다 헤어진 60대 여성 B씨를 흉기로 찔러 살해했다.

B씨는 지난달 8일 "전 남자친구가 못살게 군다"며 경찰에 신고했고, 경찰 권유로 A씨를 스토킹처벌법 위반 혐의로 고소해 접근금지·통신차단 등 잠정조치를 받았으며 스마트워치도 지급받았다.

그러나 경찰은 A씨가 자진 출석해 범행을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인 점 등을 고려해 그를 '고위험' 대상자로 지정하지 않았고, 결국 불구속 상태에서 범행이 벌어졌다.

B씨의 스마트워치 신고로 경찰이 3분 만에 현장에 도착했지만 이미 중상을 입은 뒤였다.

지난 3월에는 성폭력 전과로 전자발찌를 부착 중이던 김훈(44)이 접근금지 상태에서도 과거 교제했던 여성을 살해한 '남양주 스토킹 살인사건'이 있었다.

5월에는 광주에서 장윤기(23)가 스토킹하던 여성을 감금·성폭행한 뒤 그를 찾아 배회하다 마주친 일면식 없는 여고생을 살해하는 사건도 발생했다.

통제 욕구가 좌절됐을 때 폭력이 피해자 본인을 넘어 주변으로도 번질 수 있음을 보여준 사례다.

김효정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젠더폭력연구본부 연구위원은 이런 사건들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으로 '피해자만 숨기는 방식'의 보호조치 한계를 짚었다.

김 연구위원은 "아무리 피해자가 숨으려고 해도 가해자가 찾아내 해를 가하려고 하면 사실상 방도가 없다"며 "가해자에 대한 아무런 제재 없이 피해자만 가두고 보호하는 방식의 한계가 명확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도 "피해자 보호 조치는 계속 개발되고 적용되는데, 가해자에게는 뭐 하나 물어보면 답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며 "가해자에게는 전혀 관심을 안 가지고 피해자한테만 관심을 가진 기형적인 정책 기조를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가해자의 반성 태도'를 이유로 고위험군 지정에서 제외한 판단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말도 안 된다"며 "관계성 범죄는 여기서 잡히면 피해자를 해하거나 관계가 끊어진다는 절박함 때문에 반성문이든 뭐든 다 하는 것이지, 이게 피해자를 위한 조치라고 보긴 어렵다"고 지적했다.

송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판단 기준 자체의 불투명성을 문제 삼았다.

그는 "고위험군 판단 기준에 '반성하는 태도'가 실제로 포함돼 있는지조차 알 수 없다"며 "경찰에 위험성 판단 기준표 공개를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고 말했다. 이어 "기준표에 반성 태도 항목이 있다면 그것도 문제고, 없는데 임의로 적용했다면 그것도 문제"라고 꼬집었다.

실제로 스토킹·교제폭력 신고는 매년 증가하고 있는데 구속률은 오히려 한 자릿수(3~4%)에 머무는 것으로 나타난다.

김 연구위원은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한 일이라는 이유로 인신을 구속하는 데 한국은 굉장히 엄격한 잣대를 취한다"며 "이별 후 관계처럼 위험성이 큰 사안에는 원스트라이크 제도가 도입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송 대표도 "위험하다고 판단되는 가해자를 구속하지 않으면 피해자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는 여전히 숙제"라며 "교제폭력을 '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폭력'의 문제로 봐야 하는데, 여전히 사랑싸움이나 미련 정도로 치부하는 인식이 크다"고 지적했다.

박경수 법무법인 지름길 변호사는 스토킹처벌법 자체가 사전 예방보다는 사후 처벌에 방점이 찍힌 법이라는 한계를 지적하며 "이렇게 하면 처벌받는다는 위하력이 약해지다 보니, 화를 못 참으면 그냥 죽이고 들어가는 것 아니겠느냐"는 개인적인 견해를 밝혔다.

스마트워치와 같은 보호장비에 대해서도 "흉기로 위협하는 급박한 상황에서는 사실상 큰 의미가 없다"며 실효성에 의문을 표했다.

그러면서 피해자가 즉시 몸을 피할 수 있는 별도의 쉼터·안전가옥 등 제도적 뒷받침이 마련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런 사건이 반복되자 법무부와 경찰청은 지난 6일부터 '고위험 대상자 협력 대응 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전자발찌를 부착한 대상자가 스토킹·가정폭력으로 피해자 접근금지 명령을 받으면 두 기관이 관련 정보를 실시간 공유하고,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접근을 시도하면 보호관찰관과 경찰이 동시에 출동하는 게 골자다.

김 연구위원은 이 방안에 대해 "효과적일 수 있을 것 같다"면서도 "성폭력 전자발찌처럼 명백히 고위험군인 대상자 정보조차 여태 파편적으로 처리되고 있었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피해자의 죽음 이후에야 나오는 사후약방문식 대응이 계속되는 게 안타깝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전자발찌를 차고 있는 사람 중 교제폭력·스토킹을 저지르는 사람이 신고돼 인지되는 경우는 훨씬 적을 것"이라며 "특정 소수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어도 전체 피해자에게 영향을 준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접근금지 명령이 기습 범행 앞에서 무력한 이유에 대해 김 연구위원은 "가해자에 대한 제재가 없기 때문"이라며 "지금은 접근금지 위반이 확인돼도 곧바로 구속되는 게 아니라 피해자가 또다시 대응해야 하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송 대표 역시 "가해자만 빼고 피해자한테만 온갖 조치를 다 갖다 대니 무슨 수로 막을 수 있겠느냐"며 "이미 많은 가해자가 보호조치를 받던 피해자를 공격하는 데 성공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치권의 대응은 더딘 상황이다.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22대 국회 개원 이후 발의된 스토킹처벌법 개정안은 32건에 달하지만 전부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이 중 15건은 지난해 7월 울산·의정부·대전 등에서 잇달아 발생한 스토킹·교제살인 사건 이후 제출됐지만, 소관 상임위인 법사위가 검찰·사법개혁 등 다른 쟁점에 밀려 반년 넘게 심사에 착수하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일에는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남양주 사건에서 드러난 '위치추적 스토킹'의 법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피해자나 가족의 차량·소지품에 위치추적장치를 부착하는 행위를 스토킹으로 명시하는 개정안을 대표발의했지만, 이 역시 법사위 문턱을 넘어야 하는 상황이다.

송 대표는 "국회가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다만 두 사람 모두 스토킹처벌법 개정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짚었다.

김 연구위원은 "모든 교제폭력 피해자가 스토킹 피해를 경험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폭력의 맥락을 고려해 가정폭력처벌법을 전면 개정하거나 별도의 친밀관계폭력처벌법을 만드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송 대표는 특히 최근 법무부가 추진 중인 '교제폭력을 스토킹처벌법에 포함하는 방안'에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그는 "교제폭력에는 성폭력·폭행·특수폭행·살인까지 다양한 범죄가 발생하는데 이를 스토킹의 하위 행위로 넣으면 다른 폭력이 비가시화될 위험이 있다"며 "스토킹은 별도로 두고, 교제폭력은 가정폭력과 함께 법명과 목적을 바꿔 전면 개편해야 한다"고 말했다.

가해자에 대한 대응 방식을 둘러싼 제언도 나왔다. 송 대표는 해외 일부 국가의 '가해자 의무체포제'를 대안으로 제시하며 "신고되면 의무적으로 체포하고 위험성을 평가하는 조치인데, 우리나라는 아직 법 개정 논의에서 다뤄지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피해자도 방어 과정에서 함께 체포되는 폐해가 있을 수 있다"며 "주가해자를 판단할 수 있는 장치와 함께 도입돼야 한다"고 균형 잡힌 시각도 덧붙였다.

가해자 상담·치료 개입에 대해서는 강한 처벌이 우선이라고 강조했다.

김 연구위원은 "가해자 교육보다 확실한 처벌이 선행돼야 한다"며 상담조건부 기소유예 제도에 비판적 입장을 보였다.

송 대표도 "가정폭력처벌법에서 상담만 하고 처벌하지 않아 실패한 전례가 있다"며 "처벌과 병행되지 않는 단독 상담은 안 된다"고 말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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