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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107.8㎞ 달려 샤모니로…나이키 ACG 고민철, 한계를 넘다

등록 2026.09.20 11:00:00수정 2026.09.20 11:08:23

UTMB CCC 108㎞ 12시간47분30초 완주

국내 선수 중 최고 성적…한계 넘어 도전 계속"

"빨리 끝났으면 생각…'서포터' 아내 큰 도움"

올해 ACG 소속으로 활동…"대회 집중 도와줘"

"경험 못한 코스 많아…한계 넘어설 때 재미"

고민철 나이키 ACG 트레일러닝 선수(사진=나이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고민철 나이키 ACG 트레일러닝 선수(사진=나이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오제일 기자 = 나이키 ACG 소속 트레일러닝 선수 고민철은 돌고 돌아 다시 프랑스 샤모니로 향하는 길에 섰다. 그간 여러 번 봤던 영상 속 장면이다. '꿈의 무대'에 도착했다는 뿌듯함과 '긴 여정'을 앞둔 긴장감이 교차했다. 경험이 있는 레이스의 시작이지만, 감동한다.

"올해로 UTMB 참가는 3번째 입니다. UTMB에는 170㎞, 100㎞, 60㎞ 정도의 메인 종목이 있는데 저는 100㎞ 종목인 CCC에 참가했습니다. 8월 말 열리는 대회이다 보니 여름 시즌 동안 UTMB를 보면서 많은 준비를 했습니다. 고도가 있다 보니 누적 상승고도는 일주일에 약 1만5000m에서 2만m 정도 가져가고, 시간으로는 15시간에서 20시간 정도 훈련합니다."

8월28일 오전 이탈리아 쿠르마예르(Courmayeur)에 몰린 약 2000명의 선수들은 압도적인 에너지를 뿜어냈고, 고민철도 마찬가지였다. 출발을 함께하기 위해 운집한 응원객들의 환호 속에 잠깐 웃었고, 오래 눈을 감으며 호흡했다. 약한 비가 내렸다.

"트레일 러너들과 함께 수십 시간 동안 이 여정을 가야 한다는 긴장감도 있고, 뿌듯함도 있어요. 출발하면 그동안 훈련 과정도 스쳐 지나가고, 한편으로는 '빨리 끝내고 싶다'는 생각까지 여러 감정이 교차하는 것 같습니다."

107.8㎞, 누적 상승고도 약 6200m의 레이스가 시작됐다. 쿠르마예르에서 출발, 스위스 샹페를 지나(Champex) 프랑스 샤모니(Chamonix)로 들어서는 CCC의 여정이다. '빨리 끝날 수가 없는 레이스', 눈앞에 펼쳐진 거대한 자연은 겸손을 말하게 한다. 출발 전날에는 천둥과 함께 비가 쏟아졌고, 코스가 변경됐다.

"답사 등을 하면서 머릿속에 세워둔 코스 전략이 있었는데, 8㎞가 늘어나면서 크게 수정해야 했어요. 대략 한 시간을 더 가야겠다는 생각도 했고요. 그래도 저만 불이익을 받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빨리 받아들이려고 했어요. '조금 더 뛰면 되겠구나' 하는 편안한 마음으로 뛰었습니다."
고민철 나이키 ACG 트레일러닝 선수(사진=나이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고민철 나이키 ACG 트레일러닝 선수(사진=나이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울트라 트레일 러닝은 필연적으로 힘들 수밖에 없는 대회다. 한국과 달리 '굉장한' 긴 오르막과 내리막, 2600m 정도의 고산을 올라야 하는 UTMB는 특히 그렇다. 산 아래와 산 위의 날씨가 다르고, 해가 있을 때와 없을 때가 또 다르다. 몸 상태는 좋았다가 나빠졌다가, 회복하기를 반복한다.

"힘들다는 것을 인정하고 받아들입니다. 그걸 부정하거나 '나는 왜 이럴까'라고 생각하기보다 ‘내가 에너지를 많이 썼으니 지쳤구나'라고 받아들이고 조금 시간을 줍니다. 가지고 있는 것을 먹으면서 천천히 걸어가다 보면 몸에 다시 에너지가 생기는 시점이 있더라고요. '다시 뛸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죠."

'길고 힘든 외로움의 길'을 버티게 해주는 것은 골전도 이어폰을 통해 전달되는 익숙한 음악, 레이스의 중간중간 마련된 체크포인트, 그리고 아내다. 고민철의 아내는 '서포터'로 3년째 UTMB 여정을 함께하고 있다.

"100㎞ 이상이나 100마일 대회에서는 대회 측이 지정한 지점에 외부 서포터를 미리 신청해서 물을 채워주는 등의 도움을 받을 수 있어요. 해외의 낯선 선수들 사이에서 저를 기다리고 있는 아내가 있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의지가 돼요. 에너지를 많이 받습니다."

고민철의 아내는 50㎞ 넘게 달리고도 빠르게 멀어지는 고민철을 향해 '사랑한다'고 외치기도 했다. 레이스에 집중하고 있던 고민철은 듣지 못했으나, 몇 시간 뒤 결승선에서 아내와 다시 만나 포옹했다. 스타트 지점에서 출발한지 12시간47분30초만이었다. 전체 58위의 기록이자 국내 출전 선수 중 가장 좋은 기록이다. 약 8㎞를 더 달렸지만, 지난해 12시간45분30초와 비슷한 시간이 걸렸다.
고민철 나이키 ACG 트레일러닝 선수(사진=고민철 선수 인스타그램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고민철 나이키 ACG 트레일러닝 선수(사진=고민철 선수 인스타그램 갈무리)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첫 대회가 12년 전이었어요. 그때는 '다시는 안 한다'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이틀, 사흘이 지나면 또 생각이 나요. 그 힘든 것을 넘어선 뒤에 나 자신을 증명했다는 느낌, '내가 더 할 수 있구나'라는 내 안의 가능성을 발견하는 느낌이 있는 것 같습니다."

감귤 농사를 짓던 '제주의 아들'을 UTMB 무대에 세운 것은 '하면 된다'는 막연한 의지가 아니라, '하면 되겠다'는 가능성에 기반한 긍정의 태도다. 레이스의 끝에서 가능성을 발견했고, 찾지 못하면 찾으려 또 달렸다.

"트레일 러닝은 경험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특히 울트라 트레일 러닝은 제가 가본 거리나 뛰어본 시간까지는 어느 정도 머릿속으로 계산이 되거든요. 경험을 더 쌓으면 더 긴 거리도 가능할 것 같아요. 다만 거리가 길어질수록 실패할 가능성도 커집니다. 실패할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어느 정도 받아들이면서 도전합니다."

2022년 트랜스제주(103㎞), 2023년 장수 트레일 레이스(20㎞), 2023년 UTNP(44.4㎞), 2024년 거제 60K(62㎞)에서 가장 먼저 레이스를 끝냈다. 그리고 3~4년 전부터 '선수'로 불리기 시작했다. 올해부터는 ACG 소속이다.

고민철 나이키 ACG 트레일 러닝 선수(사진=나이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고민철 나이키 ACG 트레일 러닝 선수(사진=나이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이번에 ACG 선수가 되면서 대회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많이 만들어줬어요.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을 보면서 굉장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고, 피드백도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본격적으로 트레일러닝에 많은 관심을 갖고 다양한 제품을 선보이려고 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UTMB를 함께한 레이싱화는 카본 플레이트가 삽입된 나이키 ACG '울트라플라이'다. 방수 재킷 등도 ACG 러닝 베스트에 담겨 100K를 함께했다. 하반기 대회를 앞두고는 내년 하반기 출시 예정인 '피클주스'도 만지작거리는 중이다. 고민철은 이미 관련 피드백을 ACG 개발팀과 주고받고 있는 중이다.

"피클주스는 장거리나 테크니컬한 지형에 적합하게 나온 신발이라고 생각해요. 피클주스를 신고 ACG 선수들이 입상하는 모습도 많이 봤기 때문에 저도 좀 더 적응해서 신어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하반기 트랜스제주 100마일과 GTWS(골든 트레일 월드 시리즈) 무주 트레일 그랜드 파이널 출전을 앞두고 있다. UTMB의 피로가 가시기도 전이지만 내년 UTMB에서는 메인 대회인 100마일을 달리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그 거리에서 다시 '이 고생을 왜 사서 하나'라는 생각을 떠올리겠지만, 그것은 또 미래의 고민철이 감당할 일이다.

고민철은 "전 세계에는 굉장히 많은 트레일과 산이 있고, 국내에도 마찬가지"라며 "아직 경험하지 못한 코스와 산, 그리고 아직 발견하지 못한 제 안의 능력에 도전하고 그 한계를 넘어서는 재미가 있다"고 말했다.

고민철 나이키 ACG 트레일러닝 선수(사진=나이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고민철 나이키 ACG 트레일러닝 선수(사진=나이키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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