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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사람이나 좋지"…추석이 서러운 무료급식소 노인들[현장]

등록 2026.09.25 07:00:00수정 2026.09.25 07:20:24

독거노인 등 무료급식소 의존…쉬는 날엔 라면·빵으로 끼니

"젊은 사람들이나 쉬니까 좋지"…연휴 앞두고 먹거리 챙겨

전문가 "복지 대상 밖 사각지대 노인 명절 끼니 취약할 수도"

[서울=뉴시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 오전 10시께부터 급식소 앞에는 벌써 노인 15명가량이 줄을 서 점심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2026.09.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 오전 10시께부터 급식소 앞에는 벌써 노인 15명가량이 줄을 서 점심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2026.09.25.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성하 기자, 이지우 인턴기자 = "추석엔 아무도 안 만나. 급식소가 쉬면 집에서 라면 끓여 먹어야지."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 오전 10시께부터 급식소 앞에는 노인 15명가량이 줄을 서 점심 식사를 기다리고 있었다.

전동휠체어를 타거나 지팡이를 짚은 노인들도 눈에 띄었다. 대부분 혼자 찾아왔지만 기다리는 동안 "여기는 언제 쉬느냐", "일요일에도 문을 여느냐"며 자연스럽게 말을 나눴다.

배식 시간이 가까워지자 줄은 빠르게 길어졌다. 오전 11시께 대기 인원은 50명 가까이로 늘었고, 식사를 기다리는 노인들이 몰리면서 이날 배식은 평소보다 10분가량 일찍 시작됐다.

25일 뉴시스 취재를 종합하면 무료급식소를 이용해 끼니를 해결하는 독거노인들에게 명절 연휴는 마냥 반가운 휴일이 아니었다. 급식소가 쉬는 날을 피해 다른 무료급식소를 찾아가거나, 연휴에 먹을 라면과 빵을 미리 챙기는 이들도 있었다.

명절을 맞아 가족이 모이는 풍경과 달리, 이들에게는 평소의 한 끼를 어떻게 이어갈지가 연휴를 앞둔 가장 현실적인 고민이었다.
[서울=뉴시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에서 노인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급식소 관계자들이 식판을 나르며 배식을 돕고 있다. 2026.09.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에서 노인들이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급식소 관계자들이 식판을 나르며 배식을 돕고 있다. 2026.09.25. [email protected]


"추석도 똑같아"…급식소가 일상인 독거노인들

이곳을 찾는 노인들에게 무료급식소는 단순히 식비를 아끼는 곳을 넘어 매일 찾는 생활공간에 가까웠다.

금천구 독산동에 사는 70대 김영필씨는 전동휠체어를 타고 일주일에 네 번 토마스의 집을 찾는다.

이날 오전 9시30분부터 일찌감치 자리를 잡고 배식을 기다린 김씨는 "이번 추석 연휴 급식소가 쉬는 날에는 종로 무료급식소를 찾아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족과 함께 살지 않는다는 김씨는 "친구도 아무도 안 만나고 혼자 다닌다"며 "추석도 똑같다. 밥 먹고 잠자고 똑같다"고 했다.

거동이 불편해 식사를 거르는 노인도 있었다.

지팡이를 짚고 영등포동에서 이곳을 찾은 윤모(84)씨는 "다리가 아파 멀리 가기 힘들어 가끔 굶는 날도 있다"며 "늙은이가 버스랑 전철 타는 것도 힘들다"고 말했다.

윤씨 역시 추석에 만날 가족이나 지인이 없다. 아들과 딸이 있지만 오랫동안 만나지 않았다는 그는 "눈치가 보여 연락도 안 한다. 혼자가 좋다"고 말했다.
[서울=뉴시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을 찾은 한 노인이 배식을 마친 뒤 급식소에서 받은 라면과 빵을 들고 있다. 2026.09.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을 찾은 한 노인이 배식을 마친 뒤 급식소에서 받은 라면과 빵을 들고 있다. 2026.09.25. [email protected]


연휴 앞두고 라면·빵 챙겨…"젊은 사람들이나 좋지"

급식소가 쉬는 날을 대비해 여러 곳을 돌며 먹거리를 미리 챙기는 노인도 있었다.

낙성대 인근에 사는 강모(93)씨는 이날 버스로 한 시간가량 걸리는 토마스의 집까지 와 식사를 마친 뒤 다른 급식소로 향했다. 연휴 동안 먹을 빵을 받아 며칠에 나눠 먹기 위해서였다.

강씨는 "오늘 선물도 주고 빵도 준다길래 멀리서 왔다"며 "젊은 사람들이나 쉬니까 (추석이) 좋은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연휴에는 문을 안 여는 곳(급식소)이 있으니까 미리 받아두는 것"이라고 했다.

토마스의 집에는 평소 하루 약 400명이 찾는다. 이용자 상당수는 70~80대 독거노인으로, 특히 혼자 사는 남성 노인이 많다. 행사 등이 있는 날에는 이용자가 500명을 훌쩍 넘기도 한다.

목요일과 일요일이 정기 휴무인 이곳은 추석 연휴에도 같은 일정으로 운영한다. 급식소 관계자는 "연휴 운영 여부를 묻는 분들이 많아 오늘도 목요일과 일요일에는 쉰다고 몇 번이나 말씀드렸다"고 했다.

급식소는 평소에도 식사와 함께 라면과 빵, 과일 등을 나눠준다. 특히 라면은 저녁 식사나 급식소 휴무일의 끼니를 대신하는 경우가 있어 꾸준히 제공하고 있다.

관계자는 "비용 부담으로 운영이 힘들어 라면을 주지 않으면 찾는 분도 있다"며 "일부 이용자에게는 실제 한 끼 역할을 한다고 보고 가능하면 (라면 제공을) 끊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추석을 앞두고는 송편과 과일, 속옷 등 먹거리와 생필품도 준비해 나눠줄 예정이다.
[서울=뉴시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에서 노인들이 야외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2026.09.25. photo@newsis.com

[서울=뉴시스] 추석 연휴를 앞둔 지난 22일 서울 영등포구 무료급식소 '토마스의 집'에서 노인들이 야외에 마련된 자리에 앉아 점심 식사를 하고 있다. 2026.09.25. [email protected]


급식소 의존 노인들, 명절엔 더 취약…"맞춤 지원 필요"

전문가들은 평소 복지관이나 경로당, 무료급식소 등에 의존해 끼니를 해결하는 노인들에게는 시설이 문을 닫는 명절 연휴가 더 취약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한다.

허준수 숭실대 사회복지학부 교수는 "평소 복지관이나 경로당, 무료급식소를 통해 식사를 해결하다가 명절에는 이런 곳들이 문을 닫기 때문에 어르신들의 결식이 큰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거동이 어렵거나 인지 기능이 떨어져 스스로 음식을 조리하기 힘든 독거노인의 경우, 긴 연휴 동안 식사를 챙기기가 더욱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허 교수는 "연휴 동안 식사를 제대로 할 수 있는지, 조리 능력은 어느 정도인지 미리 파악해 독거노인종합지원센터나 복지관에서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복지관 등에서는 실제 연휴에 대비해 도시락이나 간편식을 미리 제공하기도 하지만, 이 같은 지원망 밖에 있는 노인들은 여전히 끼니를 거를 가능성이 있다.

정순둘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복지관 등에선) 며칠 동안 먹을 수 있는 포장식을 제공하는 식으로 대책을 마련한다"면서도 "복지관에서 챙겨드리는 범위에서 벗어난 사각지대에 있는 분들은 식사를 거를 수 있다"고 말했다.

명절에는 식사 문제와 함께 홀로 지내는 노인들의 고립감도 커질 수 있다. 정 교수는 "주변에서 가족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보면서 '나만 혼자 고립돼 있구나'라는 생각을 더 크게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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