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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혈관질환 막는 '한국형 지중해食', 집에서는 어떻게?

등록 2021.10.24 05:00:00수정 2021.10.24 0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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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중해식=서구식' 아냐…안 좋은 탄수화물 피하는 게 핵심

한국형 지중해식단, 탄수화물·지방·단백질 5:3:2 구성

현대인, 오메가3 섭취 적어…생선·견과류·들기름 등 먹어야

[서울=뉴시스] 흔히 생각되는 지중해식 식단의 재료들.

[서울=뉴시스] 흔히 생각되는 지중해식 식단의 재료들.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세계적으로 건강 식단으로 인정받고 있는 '지중해식 식단'을 한국인에 맞게 바꿔도 심혈관질환 예방, 혈당 관리, 체중 감량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다소 생소한 '지중해식 식단'을 일반 가정에서는 어떻게 만들 수 있는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중해식 식단은 올리브 오일 등 불포화지방산과 견과류·생선·과일·채소·통곡물과 같은 식이섬유를 골고루 섭취하면서 붉은 고기와 첨가당·가공식품 등의 섭취를 최소화하는 식단이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US월드앤리포트에서 매년 선정하는 '최고의 식단' 1위를  3년 연속 차지하기도 했다.

일반적인 지중해식 식이는 채소·과일·콩류 등을 매일 섭취하면서 일주일에 최소 2번 이상 생선·해산물·가금류 등을 섭취하는 방식이다. 다만 '지중해식'이라는 이름 때문에 한국에서는 이런 식이를 매일 유지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인식도 있다. 이 때문에 의료계와 식품업계에서는 우리 현실에 맞는 한국형 지중해 식단을 개발하려는 시도가 활발하다.

'한국형 지중해식', 탄·지·단 5:3:2…"비율 맞으면 집에서도 OK"

23일 의료계에 따르면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 연구팀은 최근 '한국식 지중해식이(KMD, Korean style Mediterranean diet)'를 개발했다. 연구팀에 따르면 KMD는 일반 식단에 비해 열량이 약 300㎉ 정도 낮고,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의 비율을 5:3:2로 구성한 것이 특징이다.

질병관리청이 지난해 12월 발표한 '2019 국민건강통계'에 따르면 2019년 기준 한국인의 영양소별 1일 섭취량은 탄수화물 60.8%, 지방 23.6%, 단백질 15.6%다. 2009년(탄 66.3%·지 19%·단 14.6%)과 비교해보면 10년 사이 탄수화물 섭취량이 줄고 지방 섭취량이 다소 늘었으나 여전히 탄수화물 섭취량이 높다.

연구팀은 KMD는 한국인의 식습관을 고려해 탄·단·지와 오메가3·오메가6의 적정 비율을 유지하도록 구성했다고 소개했다.

실제로 고지혈증을 가진 92명을 대상으로 KMD를 4주, 일반 식단을 4주 동안 먹는 실험을 진행한 결과 몸무게는 1.76㎏, 허리둘레는 1.73㎝가 줄었다. 총 콜레스테롤과 저밀도지단백(LDL) 콜레스테롤, 지방간 지수 등 이상지질혈증에 영향을 끼치는 지표들도 모두 유의미하게 감소했다. 체내 염증 정도를 나타내는 백혈구 수치를 비롯해 공복 혈당, 공복 인슐린, 인슐린 저항성 지수 등 대부분의 수치도 감소 추세를 보였다.
[서울=뉴시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 연구팀이 활용한 '한국형 지중해식 식단' 예시. (사진=강남세브란스 제공)

[서울=뉴시스] 연세대 강남세브란스병원 가정의학과 이지원 교수 연구팀이 활용한 '한국형 지중해식 식단' 예시. (사진=강남세브란스 제공)

연구팀의 실험에서 활용된 KMD 식단에는 흔히 생각하는 양식과 같은 일반 지중해식과 함께 한국인의 입맛에 맞는 소불고기덮밥·오징어해물볶음밥·연근밥이나 두부함박스테이크라이스 같은 퓨전식들도 포함됐다.

한 연구팀 관계자는 "한국형 지중해식이라는 게 식단을 단순히 한식처럼 만들었다는 게 포인트가 아니다. 한국인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적합 배율을 찾아서 적용을 했다는 것"이라며 "꼭 우리가 실험에서 쓴 메뉴가 아니더라도 영양 비율만 잘 지키면 개개인이 집에서 어떤 음식을 만들어도 상관없다"고 설명했다.

"'좋은 음식' 먹는 것도 비율만큼 중요…오메가3 섭취 늘려야"

이번 개발을 주도한 이지원 교수는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지중해식'이라는 이름 때문에 다소 오해를 받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그는 "한국형 지중해식이라는 이름 때문에 이탈리아·스페인 등에서 먹는 토마토·파스타 등으로만 오해하시곤 하는데 그게 아니라 지중해식이가 갖는 '개념'을 가져온 거다. 안 좋은 탄수화물을 안 먹고 단순당 등을 피하고 과일·견과류·올리브유 등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개념"이라며 "한국식이란 것도 한식이 베이스라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들의 사망률·만성률을 낮춰줄 수 있는 음식적인 밸런스를 고려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탄수화물·지방·단백질의 비율을 5:3:2로 맞추는 게 중요하지만 사실 비율만 맞춘다고 다 되는 게 아니다. 지방 비율 맞춘다고 튀김 같은 걸 막 먹어도 된다는 게 아니라 좋은 지방, 좋은 단백질, 좋은 탄수화물로 구성된 음식을 먹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또 이 교수는 KMD의 특징과 관련해 오메가3와 오메가6의 비율을 맞춘 것도 중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원시 시대에는 오메가3와 오메가6를 1대1로 먹었는데 현대인의 식습관은 이 비율이 1대10을 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라고 지적했다.

이 교수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엔 오메가3와 6의 섭취 비율이 1대17에 이르고, 한국도 국민영양건강조사 데이터 분석 결과 1대10 안으로 섭취하는 사람이 거의 없는 수준이다.

오메가3·오메가6와 같은 불포화지방은 우리 몸에서 만들어지지 않아서 반드시 음식을 통해 섭취해야 한다. 오메가6는 흔히 먹는 식용유와 같은 식물성 기름 대부분에 함유된 반면, 오메가3는 등푸른 생선·견과류·들기름·아마씨유 등에 많다. 의식적으로 오메가3 섭취량을 늘리지 않으면 오메가6 섭취 비율이 자연히 높아질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 교수는 "포화지방보다는 불포화지방을 먹는 게 맞지만 오메가6의 일부 비율이 많아지고 가공되고 하다 보면 오히려 안 좋게 염증 반응 등을 일으킬 수 있다"며 "물론 오메가6도 좋은 성분이 있는 만큼 비율을 적게 하시란 거지 아예 먹으면 안된다는 건 아니다. 어떤 건 먹고, 어떤 건 먹지 말라는 게 아니라 모든 걸 다 먹되, 좋은 음식으로 비율을 맞춰서 먹으라는 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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