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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화장품의 미학…아모레퍼시픽 '뷰티포인트'

등록 2023.03.21 06:5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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뷰티제품 부수고 으깨는 영상으로 인기

화장품의 색·질감 재발견…ASMR 효과도

멤버십 홍보 채널에서 의외의 성과 얻어

"새로운 시각적 재미와 자극 드리고 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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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뷰티포인트'의 영상 중 한 장면.(사진 : 아모레퍼시픽 제공) 2023.3.21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안호균 기자 = 액화질소를 붓자 비누와 쿠션 화장품이 하얗게 질린듯 얼어붙는다. 망치로 내려치자 내용물들이 둔탁한 파열음을 내며 부서진다. 형형색색 깨진 조각들이 바닥에 불규칙하게 뒤섞인다. 새총을 쏴서 꽁꽁 언 립스틱을 하나씩 깨뜨린다. 진홍색, 주황색, 연분홍색 파편들이 경쾌하게 흩날린다. 이게 뭐하는 짓이냐고? 화장품 회사가 만든 유튜브 영상이다.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2017년 만든 유튜브 채널 '뷰티포인트(Beauty Point)'는 이런 영상들로 채워져 있다. 온갖 기발한 방법으로 화장품을 해체하고 다른 형태로 재창조한다. 반죽처럼 뒤섞어 음식을 만들기도 하고 붓에 찍어 그림을 그리기도 한다. 스스로 '화장품 회사 직원이 이래도 되나'라고 되물을 정도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부서진 화장품은 피부에 발랐을 때와는 또 다른 심미적 경험을 제공한다. 립스틱, 로션, 아이섀도우 등 다양한 화장품들은 보관 용기에서 벗어나 색감과 질감을 생생하게 노출한다. 무질서하게 뒤섞인 화장품들이 시각을 자극한다. 정적 속에서 화장품이 으깨지고 흘러내리는 소리는 묘한 청각적 안정감을 준다. 뷰티 제품과 ASMR(자율감각 쾌락반응) 콘텐츠의 만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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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뷰티포인트'의 영상 중 한 장면.(사진 : 아모레퍼시픽 제공) 2023.3.21 *재판매 및 DB 금지



뷰티포인트에는 소비자의 구매 욕구를 자극하거나 회사를 소개하는 내용의 콘텐츠가 없다. 화장품으로 기발한 장난을 치는 모습을 예쁘게 연출한 영상만을 일관되게 올린다. 시청자들의 반응은 기대 이상이다. 뷰티포인트 채널 구독자 수는 16일 기준으로 110만명이다. 분홍색 화장품을 소재로 만든 '핑크 덕후들 모여라' 영상은 3775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할 정도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다. 조회수의 70%는 미국, 일본, 인도 등에서 유입될 정도로 해외에서도 인기가 높다. 홍보 목적의 영상을 주로 올려 큰 관심을 받지 못하는 다른 기업 유튜브 채널들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사실 뷰티포인트는 아모레퍼시픽이 통합 멤버십 프로그램 '뷰티포인트' 제도를 활성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만든 채널이다. 그런데 차별화된 콘텐츠를 만들겠다는 구상을 현실화하다 보니 의외의 결과가 나왔다. 지금은 뷰티포인트 제도와 연관이 없는 영상이 올라오고 있지만 기업과 제품 이미지에 상당히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게 내부 판단이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대표 뷰티 기업으로서 화장품을 활용해 완성도 높고 차별화된 오리지널 콘텐츠를 기획하고 싶었다"며 "아모레퍼시픽이 가장 잘 알고 잘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한 결과 심미적 만족감과 오감 자극을 제공하는 콘텐츠들을 선보이게 됐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채널 운영이) 매출에 어느 정도로 직접적인 영향을 주는지는 판단하기 어렵지만, 고객들의 관심을 끌고 화장품이라는 소재를 다양하게 보여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기업 및 제품 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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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뷰티포인트'의 영상 중 한 장면.(사진 : 아모레퍼시픽 제공) 2023.3.21 *재판매 및 DB 금지



다음은 뷰티포인트와의 일문일답
-기업 채널은 보통 제품·브랜드를 소비자들에게 알리기 위해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런 독창적인 영상을 만들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오늘날 고객들은 수많은 기업들이 다양한 채널에서 발신하는 메시지를 동시에 접하고 있다. 이런 환경에서 콘텐츠 자체가 차별화되지 않으면 고객들에게 선택받을 수 없다고 생각했다. 보는 사람들로 하여금 흥미를 느끼고, 보다 매력적으로 다가갈 수 있는 기업 콘텐츠 제작을 목표로 기획했다."

-'핑크 덕후들 모여라' 영상은 3775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이런 폭발적인 반응을 예상했는지 알고싶다. 영상의 어떤 특징이 대중에게 어필했다고 생각하나.

"최선을 다해 제작한 콘텐츠이지만 이 정도로 큰 사랑을 받을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다. '핑크' 색감이 주는 심미성과 다양한 카테고리의 핑크색 제품들을 한데 모아 활용한 것, ASMR 영상 같은 청각적 효과를 입힌 것 등이 모두 복합적으로 시너지를 낸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화장품을 부수거나 제품으로 장난을 치는 내용이 많은데 혹시 회사 내에서 우려하는 목소리는 없었나.

"새롭고 다양한 콘텐츠의 중요성이 높아지면서, 뷰티포인트 채널에 올라오는 콘텐츠들은 회사 내부에서도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제품 관점보다는 콘텐츠 관점에서 새로운 시도를 격려하고 응원하는 분위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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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모레퍼시픽이 운영하는 유튜브 채널 '뷰티포인트'의 영상 중 한 장면.(사진 : 아모레퍼시픽 제공) 2023.3.21 *재판매 및 DB 금지



-영상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어떤 즐거움을 주고 싶은가.

"우리에게 익숙한 제품과 도구들을 전혀 다른 용도로 조합해 보여줌으로써 새로운 시각적 재미와 자극을 드리고 싶다. 우리 콘텐츠를 통해 화장품이라는 소재를 여러 관점에서 바라보게 되는 경험도 제공하고 싶다."

-영상 설명에 '대감집 노비'라는 소개가 가끔 나오는데 어떤 의미인가.

"구독자들이 붙여준 별명이다. 온라인상에서 '노비를 하더라도 대감집에서 하는 게 낫다'는 '밈(meme)'에서 유래한 표현이다. 내돈으로 구매한 화장품으로는 차마 못 할 행위를 담아낸 영상을 보면서 부러움을 표현한 구독자들의 댓글을 차용했다."

-앞으로 채널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 계획인지 알고 싶다.

"변화하는 트렌드에 맞춰 뷰티포인트 채널도 새롭고 차별화되는 콘텐츠를 제공할 예정이다. 정기적인 쇼츠 업로드, 타 기업과의 협업 콘텐츠 기획 등 다양한 시도를 준비하고 있다. 앞으로도 구독자와 고객들이 신선한 재미를 느낄 수 있도록 꾸준히 노력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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