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레로 훼손된 조선시대 화첩, 국내 기술로 복원…7월 공개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77호 '관서명승도첩' 완벽 복원
19세기 실경산수화로 평안도의 명승 주변 경관 담아
한국원자력연구원과 공동 연구로 국내 첫 보존처리
화첩 속 죽은 벌레로 일본 반출 등 과거 여정 추정
[서울=뉴시스]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77호 관서명승도첩을 1년 6개월 간의 보존처리를 거쳐 복원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서울시 제공). 2024.04.18. [email protected]
[서울=뉴시스] 조현아 기자 = 벌레로 심하게 손상된 조선시대 화첩 '관서명승도첩'이 국내 보존과학기술로 완벽하게 복원됐다.
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77호 관서명승도첩을 1년 6개월간의 보존처리를 거쳐 복원했다고 18일 밝혔다.
관서명승도첩은 작자 미상의 19세기 실경산수화로 평안도의 명승을 중심으로 주변 경관을 담은 총 16면의 화첩이다. 지난 2003년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77호로 지정됐다.
비단에 청록 채색으로 그려진 그림은 평안도 영변, 평양, 강동, 성천, 삼등, 은산, 안주, 강계, 의주를 대표하는 명소를 담고 있다. 총 9개 고을, 14개 명승이 한 폭 또는 여러 폭에 나눠 그려졌다.
박물관에서 화첩을 처음 입수했을 당시 앞·뒤를 관통하는 1㎜~2㎜의 작은 구멍이 수백 개가 뚫려 있는 등 벌레로 인한 손상이 심한 상태였다. 그림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벌레 수십 마리의 죽은 시체와 애벌레, 분비물 등이 나오기도 했다.
해당 벌레는 문화재 가해 해충인 딱정벌레목 빗살수염벌레과로, 국내에 서식이 보고된 적 없는 일본의 대표적인 '서적해충(서적을 갉아 먹으면서 구멍을 뚫는 해충)'으로 밝혀졌다. 유물이 입수되기 전 일본으로 반출됐다가, 국내에 다시 반입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박물관 측 추정이다. 유물에 남은 벌레의 존재로 과거 이동 경로를 추정한 셈이다.
이번 보존 처리는 국내 과학기술로 '전자선 열화비단'을 제작해 사용한 최초 사례다. 훼손이 심한 화첩 비단을 보강하기 위해 전자선을 쬐어 비단의 강도를 인공적으로 약화시킨 전자선 열화비단을 사용했다. 비단의 열화 정도가 다르면 유물의 비단과 복원용 비단이 수축·팽창으로 뒤틀리거나, 기존 비단이 훼손될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뉴시스]서울역사박물관은 서울시 유형문화재 제177호 관서명승도첩을 1년 6개월 간의 보존처리를 거쳐 복원했다고 18일 밝혔다. (사진=서울시 제공). 2024.04.18. [email protected]
그동안 일본에서 제작한 것을 사용해왔지만, 이번에 처음으로 한국원자력연구원 첨단방사선연구소에서 제작한 비단을 활용했다. 향후 전자선 조사 선량별 데이터베이스가 구축되면 시대별 회화 유물을 복원하는 데에 더 많이 활용될 것이라는 기대다.
이번 보존처리 과정에서는 숨겨진 그림도 찾아냈다. 그림의 가장자리에 둘러진 약 2㎝ 폭의 흰색 종이를 분리한 결과 총 16면 중 6~16면 하단에 그림이 숨겨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됐다.
평안도의 아름다운 경관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는 관서명승도첩은 오는 7월 박물관 상설전시실에 전시될 예정이다. 자세한 정보는 서울역사박물관 누리집(museum.seoul.go.kr)에서 확인할 수 있다.
최병구 서울역사박물관장은 "벌레로 손상된 귀중한 유물을 국내 기술로 연구·복원해 보존과학 분야의 새장을 열 수 있게 됐다"며 "보존처리에대한 연구뿐만 아니라 소장품의 다양한 훼손을 막기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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