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견 '철수'시킨 '영희' 영광과 기쁨…'영희 페스티벌'
오지은 기획 '영희 페스티벌' 첫날 현장
12일 마포아트센터서 개막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12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영희 페스티벌' 첫날 싱어송라이터 이랑이 공연하고 있다. 2026.06.13. realpaper7@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https://img1.newsis.com/2026/06/13/NISI20260613_0002160133_web.jpg?rnd=20260613165127)
[서울=뉴시스] 이재훈 기자 = 12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영희 페스티벌' 첫날 싱어송라이터 이랑이 공연하고 있다. 2026.06.13.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지난 12일 서울 마포구 마포아트센터에서 개막한 '영희 페스티벌'은 한자 '영희(榮喜)'가 지닌 '영광과 기쁨'의 의미를 무대 위로 소환했다. 각자의 자리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며 창작해 온 모든 '영희'들에게 전하는 연대와 환대의 장이었다.
예매자 통계(놀(Nol) 티켓 기준)는 이 축제의 맥락을 짚어보는 흥미로운 지표다. 관객의 87.3%가 여성, 12.7%가 남성이었으며, 20대와 30대의 비중이 83.4%에 달했다. 여타 페스티벌과 비교해도 압도적인 젊은 여성 관객의 비율이지만, 역설적으로 이곳은 수많은 '철수'들이 마땅히 도달해야 할 무대이기도 하다. 여성 뮤지션들을 향해 덧씌워진 낡은 편견을 기꺼이 '철수(撤收·거두어들이거나 걷어치움)'시킬 수 있는 해방의 공간이기 때문이다.
이날 무대에 오른 아티스트들은 각자의 고유한 미학으로 이 선언에 응답했다.
피아니스트 남메아리가 이끄는 남메아리 밴드는 신시사이저와 키타(Keytar)를 오가며 역동적인 연주를 쏟아냈다. 남성 기타리스트 신현빈과 탁월한 여성 드러머 서수진 등이 어우러진 세션은 이 축제가 근사한 음악적 연대의 장임을 증명했다. 특히 보아의 '아틀란티스 소녀'와 김추자의 '거짓말이야'를 밴드 스타일로 재편곡한 '챌린지 커버' 무대는, 과거의 영희들이 남긴 발자취를 동시대의 감각으로 재해석한 찬란한 오마주였다.
싱어송라이터 이랑의 무대는 예술가가 세계의 폭력에 어떻게 맞서야 하는가를 보여주는 증명이었다. 첼로 편곡의 '세상 모든 사람들이 나를 미워하기 시작했다'로 무대를 연 그는 "더 많은 여성 창작자들이 무대에 오르면 좋겠다"며 송성미, 손서정 등 6명의 여성 싱어송라이터를 무대로 불렀다.
이들이 함께 만들어낸 아카펠라는 고립된 개인의 목소리가 어떻게 집단의 화음으로 확장되는지를 보여주는 청각적 은유였다. 이어 "재판, 제가 이겼습니다"라는 짧은 선언 뒤에 울려 퍼진 '늑대가 나타났다'는, 이전 정부의 검열이라는 폭력 앞에서도 결코 훼손되지 않는 창작자의 존엄을 확인하는 눈부신 순간이었다.
선우정아는 다채로운 장르의 변주로 축제의 미학적 정점을 찍었다. '시머(Shimmer)'를 시작으로 테크노 버전의 '봄처녀', 새롭게 해석한 대표곡 '도망가자'까지, 비브라폰 연주자 마더바이브와 빚어낸 무대는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가득했다. 가장 사적인 감정이 가장 보편적인 예술로 승화되는 궤적을 무대 위에서 완벽하게 직조해 냈다.
쾌적한 마포아트센터를 가득 채운 높은 수준의 공연들은 그 자체로 이번 페스티벌 기획자인 싱어송라이터 오지은이 증명하고자 했던 바를 명징하게 보여줬다. '여성' 페스티벌의 온전한 상실을 향해 타오르는 이 기꺼운 축제는, 편견이 거세된 자리에 예술의 본질만이 남는다는 가장 당연한 진실을 향해 나아가고 있다.
마포문화재단·유어썸머, 공공과 민간의 조화로운 주최가 돋보이는 이번 페스티벌은 14일까지 이어진다. 이상은, 김윤아를 헤드라이너로 내세웠고 안다영, 요조, 해파, 우희준, 정우 등 다채로운 여성 아티스트들 무대도 마련된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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