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유튜브

"공사 멈춰야 협상"…레미콘 운송노조 파업 왜 매년 반복되나

등록 2026.06.13 07:00:00

  • 이메일 보내기
  • 프린터
  • PDF

건설경기 침체에도 레미콘 운송비 매년 상승…구조적 불균형 심화

수급조절에 막힌 신규 진입…믹서트럭 고령화·번호판 웃돈 '기형화'

법적 지위 갈등에 파업 불씨 키워…삼성·SK 핵심 산업까지 직격탄

운송비 시장 지표 연동 체계 마련…이해관계자 상시 협의체 구축

[서울=뉴시스] 박성환 기자 =

[안양=뉴시스] 김종택 기자 =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휴업에 들어간 8일 경기 안양시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멈춰 서 있다.  노조는 이번 휴업에 수도권 소속 조합원 8000명과 레미콘 운송장비 1만 1000대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2026.06.08. jtk@newsis.com

[안양=뉴시스] 김종택 기자 =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임금 및 단체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휴업에 들어간 8일 경기 안양시 한 레미콘 공장에 레미콘 차량들이 멈춰 서 있다.

노조는 이번 휴업에 수도권 소속 조합원 8000명과 레미콘 운송장비 1만 1000대가 참여한다고 밝혔다. 2026.06.08. [email protected]

수도권 레미콘 운송거부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건설 현장 전반에 공정 차질과 피해가 확산하는 가운데, 협상 때마다 매년 운송 중단이 압박 수단으로 활용돼 반도체 공장 등 국가 핵심 산업까지 영향을 미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매년 레미콘 운송비 협상은 '운송비 인상 요구→파업 예고·실행→협상 타결→운송비 인상'이 반복되고 있다. 매년 파업이 반복되는 근본 원인으로는 불안정한 계약 구조와 미비한 교섭 체계가 지목된다.

레미콘 운송기사의 법적 지위가 명확히 정립되지 않은 데다, 협상 구조 역시 체계화되지 않으면서 유사한 분쟁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제도적 보완과 함께 업계 전반의 구조 개선 논의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건설경기 침체·레미콘 출하량 급감에도 운송비 매년 상승

건설 경기 침체로 레미콘 출하량이 급감한 상황에서도 운송비는 단 한 차례도 인하 없이 상승했다. 실제 레미콘 가격이 2009년 대비 약 77% 오르는 동안 운송비는 150% 상승해 인상 폭이 두 배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구조적 문제는 단가 결정 방식에서 비롯된다. 운송비가 시장 상황이나 물가 상승률과 연동되지 않고, 협상에 의존해 결정되면서 갈등이 반복되는 구조가 고착화됐다는 분석이다. 특히 사전에 합의한 기준을 넘어 추가 인상을 요구하는 사례가 이어지며 협상이 '힘겨루기' 양상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유류비 정산 방식 역시 구조적 불균형을 키우는 요인으로 지목된다. 수도권 레미콘 제조사 대부분은 운송사업자에게 유류비를 지급한다. 기준 연비를 ㎞당 0.58ℓ로 적용하고 있다. 하지만 믹서트럭의 실제 연비는 ㎞당 약 0.45ℓ 수준이다. 차이분(0.13ℓ/㎞)에 해당하는 비용이 사실상 추가 수익으로 운송사업자에게 돌아가는 구조다. 이 같은 구조로 인해 경유 가격이 오를수록 운송사업자의 수입이 자동으로 늘어나지만, 레미콘 제조사의 비용 부담은 가중되는 상황이다.

최근 미·이란 전쟁 여파로 경유 가격이 ℓ당 1601원에서 1927원으로 열흘 만에 20% 이상 급등하면서 부담은 더욱 커졌다. 레미콘업계는 유류비 차액으로 인한 운송사업자 수입이 전년 대비 월 10만~15만원 가량 증가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건설기계 수급조절로 믹서트럭 '독과점'…청년세대 신규 진입 사실상 차단

이와 함께 운송시장 진입을 제한하는 제도 역시 갈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레미콘 믹서트럭은 장기간 증차가 제한되면서 공급이 묶여 있고, 이로 인해 기존 운송사업자들의 협상력이 과도하게 높아졌다는 지적이다.
 
건설기계 수급조절제도 역시 구조적 문제를 키운 요인으로 거론된다. 이 제도는 건설기계 공급 과잉과 덤핑 경쟁을 막아 영세 차주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해 2009년 도입됐지만, 이후 믹서트럭 신규 등록이 제한되면서 신규 진입이 사실상 차단됐다.

이로 인해 특정 운송사업자 중심의 시장 구조가 고착화됐고, 운반비 인상 요구와 집단 운송 거부가 반복되며 레미콘 공급 차질이 되풀이되고 있다는 게 건설업계의 설명이다.  제도 시행 이후 18년간 레미콘 믹서트럭만 증차가 제한됐다.

국토교통부 건설기계 현황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믹서트럭 수는 2만6031대(자가용 3557대·영업용2만2474대)로 집계됐다

신규 등록 제한으로 시장 진입이 막히면서 2030 젊은층 유입도 사실상 차단된 상태다. 이로 인해 운전자 고령화가 심화하고, 믹서트럭 번호판이 수천만원에 거래되는 등 비정상적인 시장 구조도 나타나고 있다.

실제 수도권의 한 레미콘 제조사와 계약을 맺은 운반사업자 가운데 60대 비중이 38.9%로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제조사와 계약을 맺은 운반사업자는 총 1022명으로, 평균 연령은 58세다. 연령대별로는 60대가 398명(38.9%)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50대 314명(30.7%), 40대 121명(11.8%), 70대 115명(11.3%) 순으로 집계됐다. 30대는 62명(6.1%), 20대는 11명(1.1%)에 그쳤고, 80대도 1명(0.1%) 포함됐다.

일선 현장에서는 각종 추가 비용 요구와 관행도 문제로 지적된다. 도심 지역 운송 기피에 따른 추가 요금, 근무시간 단축에 따른 단가 보전 요구, 각종 부대비용 부담 등이 누적되면서 건설 원가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운송 지연을 통해 추가 비용을 확보하는 비효율적 관행도 나타나고 있다.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일 서울 여의대로 인근에서 2026년 단체협상 촉구 및 임단협 쟁취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6.08. xconfind@newsis.com

[서울=뉴시스] 조성우 기자 =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 조합원들이 8일 서울 여의대로 인근에서 2026년 단체협상 촉구 및 임단협 쟁취 결의대회에서 구호를 외치고 있다. 2026.06.08. [email protected]


법적 지위 갈등, 파업 불씨 키워…반도체 건설 현장 차질 현실화

최근에는 법적 지위를 둘러싼 갈등도 커지고 있다. 운송사업자의 노조법상 근로자 인정 여부가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전운련)은 법원 판단과 고용노동부로부터 설립필증을 교부받아 운송 기사들이 노조법상 교섭 주체로 인정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레미콘 제조사 측은 믹서트럭 기사 상당수가 개인사업자 형태로 계약을 맺어온 데다, 항소심이 진행 중이라며 맞서고 있다.

앞서 레미콘 제조사와 전운련의 운송비 단가 인상 잠정 합의안이 노조 투표에서 부결됐다. 지난 10일 전운련 소속 수도권 재적 조합원 7517명 가운데 7222명(투표율 96.1%)이 투표에 참여해 찬성 2213명(30.6%), 반대 4931명(68.3%), 무효·기권 78명(1.1%)으로 잠정 합의안이 부결됐다.

전운련 관계자는 "잠정 합의안이 부결된 만큼 사측 과의 후속 협상을 재개할 예정"이라며 "최종 합의에 이를 때까지 파업을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투표 결과는 단순히 합의안에 대한 거부를 넘어 실질적인 운반비 현실화를 요구하는 조합원들의 절박함과 그간의 불공정한 관행에 대한 강한 경고로 해석된다"며 "조합원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실질적인 인상안을 마련하기 위해 투쟁 수위를 높여갈 방침"이라고 전했다.

문제는 매년 반복되는 파업 사태가 국가 핵심 산업 현장까지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이다. 삼성전자 평택캠퍼스와 SK하이닉스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등 대형 프로젝트 현장에서는 운송 중단이 공정 지연으로 이어진다. 반도체 공장은 공기 지연 시 손실 규모가 막대한 만큼 사실상 협상에서 취약한 구조다.

건설업계는 레미콘 운송 갈등이 단순한 노사 문제를 넘어 제도와 구조 전반의 문제라고 지적한다. 운송비를 시장 지표와 연동하는 체계를 마련하고, 공급 제한 제도와 계약 구조를 개선하지 않는 한 유사한 갈등은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현재 구조에서는 파업이 가장 효과적인 협상 수단이 될 수밖에 없다"며 "제도 개선 없이 갈등을 봉합하는 방식으로는 매년 반복되는 파업 사태를 해결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어 "수급조절 제도 개선과 함께 운송시장 구조를 보다 투명하게 정비하고, 이해관계자 간 상시 협의체를 구축해 갈등을 사전에 조율할 필요가 있다"며 "중장기적으로는 표준 운임 체계 마련 등 제도적 보완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다음 구독베너
네이버 구독베너

많이 본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