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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전의 맨드릴개코원숭이 가족사

등록 2016.01.02 15:40:55수정 2016.12.28 16:24: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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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천=뉴시스】장세영 기자 = 맨드릴 개코원숭이 수컷 '챠트'가 새끼와 17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원숭이사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 2016.01.02.       photothink@newsis.com

【서울=뉴시스】손대선 기자 = 그 맨드릴개코원숭이 부부는 다복했다. 2012년 여름 체코 동물원에서 이역만리 서울대공원까지 하루를 꼬박 지새우며 날아왔지만 둘이 있어서 행복했다.

 5살 난 수컷 챠트와 동갑내기 암컷 맨디. 부부는 서울대공원 원숭이사에서 단란한 가정을 꿈꿨다. 맨디에게 유일한 근심거리는 자신보다 한 살 연하의 암컷 쿠키. 체코의 다른 동물원서 온 이 매력적인 암컷과 혹시 바람을 피울까 봐 항상 노심초사했다.

 멸종위기종인 맨드릴개코원숭이는 무리를 짓고 사는 습성이 있다.  

 성체가 되면 50㎏이 넘는 수컷은 15~20마리의 무리를 이끈다. 극채색의 아름다운 털을 가진 이 원숭이는 하지만 같은 종에서 성질 나쁘기로 둘째가라면 서럽다. 자생지인 아프리카 카메룬에서는 표범을 물어 죽이는 수컷이 목격되기도 했다.

 바람을 피우는 것은 수컷의 권리다. 질투하는 암컷은 수컷의 징벌을 받는다. 물려 죽기도 한다.  

 어인 일인지 챠트는 쿠키에게 눈길 한번 주지 않았다.

 쿠키가 발정이 나 접근하려면 날카로운 어금니를 내보이며 위협했다. 한두 번이 아니었다.

 챠트가 해코지 할까 봐 서울동물원 사육사들은 쿠키를 따로 떼어놓을 수밖에 없었다.

 햇볕 따뜻한 날이면 챠트는 맨디의 등 뒤에 앉아 아내의 털을 고르는 것을 소일거리로 삼았다. 먹이를 양보하는 것은 예사. 일편단심 맨디만 바라봤다. 애처가가 따로 없었다. 

 2013년 봄, 맨디는 암컷 라미를 순산했다.

【과천=뉴시스】장세영 기자 = 맨드릴 개코원숭이 수컷 '챠트'가 새끼들과 17일 오후 경기도 과천 서울대공원 동물원 원숭이사에서 햇볕을 쬐고 있다. 2016.01.02.       photothink@newsis.com

 서울동물원 측은 처음에는 반색했다. 하지만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합사일과 임신 기간을 따져보니 맨디가 낳은 새끼의 친아버지가 챠트가 아니었기 때문이다.

 이형종 홍보팀장은 "자기 자식이 아닌 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래미를 돌보는 부성애가 매우 강했다"고 전했다.

 이듬해 겨울 맨디는 챠트의 친자식 라비(수컷)를 낳았다. 기이한 가족사였지만 챠트는 맨디와 라미, 라비 모두를 살뜰하게 보살폈다.

 서울대공원으로 보금자리를 옮긴 지 8년째 되는 지난해 10월16일 맨디가 죽었다. 맨드릴개코원숭이의 평균 수명이 40년인 것을 고려하면 천수를 누리진 못했다.

 홀아비가 된 챠트는 라미와 라비를 혼자 돌봤다. 겨울이면 양지바른 곳에서 새끼들을 부둥켜안고 체온을 나눴다.

 맨드릴개코원숭이의 양육은 원래 암컷이 담당한다. 모성애가 사람을 능가할 정도다. 단장지애(斷腸之哀·납치된 새끼를 쫓아가다 죽은 어미 원숭이의 배를 갈라보니 창자가 마디마디 끊어져 있었다는 얘기)란 고사가 있을 정도다.

 수년간 홀로 지내던 쿠키는 유일한 새엄마 후보였다. 서울동물원측은 지난해 말부터 챠트와 쿠키의 합사를 시도 중이다. 새끼들과도 접촉면을 넓히고 있다. 얽히고설킨 맨드릴개코원숭이의 가족사는 어떤 식으로 전개될까.

 인간사(人間事)를 잘 알 수 없다지만 인간과 가장 닮았다는 원숭이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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