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도겸 칼럼]달라이 라마에게 더이상 환생을 묻지마라

티베트 망명정부의 달라이 라마 법왕 일본대표부 사무소는 티베트 불교 최고지도자인 달라이 라마(81)가 오는 5월 10~13일 방일해 오사카에서 법회를 연다고 전했다. 달라이 라마의 법회 주제는 '입보살행론(入菩薩行論), 문수보살허가관정(文殊菩薩許可灌頂)'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입보리행론을 중심으로 보리심에 대해서 법문을 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한편, 일본 불교 진언종(眞言宗) 초청으로 4년 만에 두 번째로 일본을 방문한 티베트 망명정부의 롭상 상가이 총리는 지난 9일 티베트 빙하가 중국의 난개발로 녹아내려 아시아의 수원(水源)이 위협받고 있다고 했다. 지난 10일에는, 2009년 이래 중국의 탄압 정책에 항거해 분신자살을 기도한 티베트족이 143명에 이른다고 전하면서, 달라이 라마 사후에도 '환생제도'를 반드시 존속시킬 것이라며 그의 후계자인 환생자도 중국이 아니라 인도 등 망명지에서 찾아 법통을 이어가겠다고 언급했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해 "수주 동안 휴식이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고 미국 방문 일정을 취소한 바 있다. 고령으로 인한 건강이상은 이미 모든 사부대중이 아는 바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상가이 총리는 달라이 라마가 기력을 회복해서 "대단히 건강하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2월 달라이 라마 14세가 공개 강연 도중 통역에게 갑자기 "오늘 강연 주제가 뭔가요?"라고 물어 주위사람들을 당황하게 한 적도 있다. 당시 달라이 라마의 동생은 "나이가 들수록 건망증이 좀 심해지는 것 같다"고 뉴욕타임스에 털어놓았다.
고령의 달라이 라마가 그 정도의 건망증을 가진 것은 오히려 다른 이들보다는 건강하다는 증거이다. 다만 여든을 넘긴 달라이 라마의 기력이 예전 같지 않다는 보도가 속속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티베트 망명정부 관계 인사들에게 달라이 라마 사후에 대해 묻는다면 듣지 않아도 모두들 "그분이 돌아가시면 우리도 끝이다"라고 답할 것이 뻔하다. 달라이 라마의 환생문제도 있지만 사실 이미 티베트 불교계의 환생불이라고 하는 '툴쿠' 가운데 달라이 라마를 대체할 수 있는 '성취자'가 없기 때문이다. 몇몇 법왕과 린포체가 거론되고는 있지만 겔룩파도 아니며 성취도 아직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미미한 이유 때문일 수 있다.
중국 당국은 달라이 라마가 세상을 떠나면 역대 왕조에 주어진 권한에 따라 독자로 그의 후계자를 결정하겠다고 주장해 왔다. 약 15년 전 판첸 라마 때처럼 달라이 라마 사후에 중국이 금항아리 제비뽑기 방식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인물을 후임 달라이 라마로 공표할 것을 재천명한 것이다. 사실 전통적으로는 달라이 라마 환생 여부는 현재 망명 중인 달라이 라마가 결정할 일이 아니라고 하는 중국의 주장은 틀리지 않다. 그래서 주웨이췬(朱維群) 정협 민족종교위원회 위원은 자주 "달라이 라마의 혈통은 환생을 통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달라이 라마의 환생, 그의 혈통 단절과 지속을 결정하는 권한은 중국 중앙정부에 있다"고 강조한다.
지난해 10월 달라이 라마가 자신이 마지막 달라이 라마가 될 수 있다고 밝혔다. 달라이 라마가 자신의 환생에 대해서는 한 두 번 말한 것이 아니다. 오래 전에 달라이 라마 환생은 티베트 사람이 결정할 문제라고 했다. 하지만 "미래에 티베트 불교는 달라이 라마가 없어도 잘 이어갈 것이니 걱정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의 말은 희망일 따름이다. 달라이 라마가 입적하면 티베트 불교도 희망이 사라지고 티베트 독립의 아주 희미한 불꽃도 함께 사라질 것이다. 그가 가끔 '매혹적인 여성'으로 환생할 수 있다는 표현은 어쩌면 이러한 분위기에 대한 자조적인 제스처로 이해될 수 있어 마음이 심란하다.
달라이 라마는 환생하지 않겠다고 하고 상가이는 망명지에서 환생을 유지하겠다고 하고 중국은 그 권한이 중국정부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결국 정치적으로 환생이 필요한 것이지 수행적인 측면에서는 굳이 환생할 필요가 없는 듯하다. 하지만 이유여하를 막론하고 달라이 라마에게 더 이상 환생에 대해 묻지 말아야 한다. 왜냐하면 삶과 죽음이 한 가지라서 결국 얼마 안 가 죽을 것 아니냐는 뜻이 되기도 한다. 그러지 않고서야 그렇게 자주 누구나 쉽게 달라이 라마에게 감히 환생에 대해서는 물어서는 안 될 것이다. 아무리 제도를 말한다고 해도 엄연하게 커다란 실례이며 무례가 되지 않는 것은 아닐 것이다.
달라이 라마는 지난해 9월 인도 다람살라에서 달라이 라마 방한추진위 상임대표 금강 스님과 공동대표 진옥 스님에게 한국을 "신라시대 정중무상 스님이 티베트에 불교를 전한 형제의 나라"라며 "해인사 팔만대장경을 참배하고 싶다"고 말했다고 한다. "중요한 일이 있어도 가장 먼저 한국 방문을 하겠다. 한국 방문을 위해 기도하겠다"고 했다. 금강스님은 "달라이 라마는 우리 사회에 위안과 힐링 멘토의 역할을 할 것이다. 한국 불자들이 달라이 라마를 초청하려는 이유는 달라이 라마가 인류에게 주는 메시지와 실천을 우리가 함께 공유하고자 하기 때문이다"라고 했다.
작년 한 해 세계 최고로 미국 무기를 구입한 우리나라에게 미국은 위안부문제에 대한 일본과의 합의를 강조한 것 같아 마음이 울적하다. 한 가지 다행스러운 것은 중국에 대한 '죽은 카드'였던 달라이 라마 방한이라는 카드가 이제 '히든 카드'가 되었다는 것이다. 언젠가 미국이 우리에게 요구할 수 있는 카드로 달라이라마 방한카드가 우리 손에도 드디어 들려졌다는 점이다. 2017년 4월 우리가 달라이 라마를 한국에서 볼 수 있을 가능성이 비약적으로 커졌다. 이젠 오직 100만명의 서명이 필요할 따름이다.
※이 칼럼은 사부대중 모두가 맑고 밝은 구도의 길을 가기 위한 자성과 쇄신 등 공익적 목적으로 전문가와 신도들의 염려와 우려를 전하는 형식으로 작성됐다. 이는 일방의 의견일 뿐 다른 해석과 반론도 충분히 가능하다. 나무시아본사석가모니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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