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이란 무엇인가…'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

아는 사람 하나 없는 휴양지에 혼자 있어도 개를 데리고 산책하는 일 외에 다른 것은 생각도 못하는 순진한 여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이제껏 제대로 행복을 느껴본 적이 없었다. 줄곧 삶에 대한 알 수 없는 갈증에 시달렸다. 남편은 분명 좋은 사람이었지만 그의 무미건조하고 굴종적인 태도에서는 어쩐지 하인 같은 분위기가 풍겼다.
그녀는 솔직한 삶, 진정한 삶을 원했다. 애써 숨겨온 열정과 호기심을 더이상 억누를 수 없었던 그녀는 급기야 남편에게 거짓말을 하고 홀로 얄타로 떠난다. 그곳에서 구로프를 만나 마치 귀신에 홀린 듯 사랑에 빠지게 된다. 하지만 이내 죄책감에 괴로워하며 끊임없이 무언가 잘못되었다는 말을 반복한다. 바람직한 삶만을 살아왔던 그녀에게 휴양지에서의 새로운 만남은 타락을 의미했다
"반복적인 경험, 실상 쓰라린 경험을 통해 그는 이미 오래전부터 잘 알고 있었다. 모든 연애는 처음엔 삶을 다채롭게 변화시켜 사랑스럽고 가뿐한 모험으로 만들어주지만, 점잖은 사람들, 특히 우유부단하고 소심한 모스크바 사람들에게는 아주 복잡한 문제로 커져버려 결국에는 곤혹스럽게 되어버린다는 것을."(p.11)
안톤 체호프의 단편소설 중 단연 수작으로 꼽히는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이 문학동네 ‘일러스트와 함께 읽는 세계명작’ 시리즈로 출간됐다.
스페인의 세계적인 일러스트레이터 하비에르 사발라의 관능적이고 전위적인 삽화로 작품의 의미를 배가했다.
'서평가’라는 이름으로 가장 많이 알려져온 ‘로쟈’ 이현우가 번역했다. 러시아 문학 박사이기도 한 로쟈 의 러시아어 원전 번역을 통해 체호프 특유의 정교하고도 보편적인 문제의식과 간결한 문체가 고스란히 전해진다.
다른 단편들과 달리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에는 체호프 자신의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그가 여배우 올가 크니페르와 사랑을 키워가던 때에 쓴 작품이다. 관계에 진지하지 않던 구로프가 진정한 사랑을 깨닫게 되기까지의 과정에는 체호프가 크니페르를 만나면서 겪은 심경의 변화가 투영되어 있다.
평생 지병이던 폐결핵이 악화되는 바람에 체호프는 1899년부터 얄타에서 요양생활을 했다. 크니페르가 얄타를 방문하면서 두 사람은 급속도로 가까워지기 시작했다. 그해에 체호프는 이 작품을 발표했다. 그리고 2년 뒤인 1901년, 숱한 여자들을 만나면서도 결혼에는 미온적이었던 그가 아무도 모르게 크니페르와 결혼식을 올렸다. 당시 그의 폐결핵은 이미 더이상 손을 쓸 수 없을 지경이었고 그도 이 사실을 알고 있었다. 결국 짧은 결혼생활을 뒤로하고 1904년 7월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인생이란 무엇인가?’ ‘사랑이란 무엇인가?’를 보여주는 이 책은 또 ‘단편소설이란 무엇인가’도 보여준다.
“뭔가 더 나은 걸 원했어요. 스스로에게 이렇게 말하곤 했어요. 분명 더 나은 삶이 있을 거야. 제대로 살고 싶었던 거예요! 정말 제대로 살아보고 싶었어요.” (p.24)
평생 동안 작품을 통해 ‘진실한 인생이란 무엇인가?’를 고민했던 체호프의 마지막 작품이다. 76쪽,1만15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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