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당이 없어서?…검찰 내 '격려금 관행' 원인은

밤샘조사·주7일 출근 등 격무에도 보상 미비
"타 부처보다 높은 대우부터 고쳐야" 반박도
"업무 과다가 문제라면 경찰에 수사권 넘겨 해결"
【서울=뉴시스】표주연 기자 = 이영렬(59·사법연수원 18기)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51·20기) 법무부 검찰국장(검사장)이 저녁 자리에 동석한 검사 후배들에게 격려금 명목의 돈봉투를 건넸다는 이유로 감찰을 받게 되면서 이런 관행이 생긴 이유에 새삼 궁금증이 생기고 있다.
18일 법조계에 따르면 그간 검찰 내에선 선배 또는 상급자가 주요 사건 수사를 마친 일선 검사에게 소정의 격려금을 주는 사례가 암묵적으로 존재해 왔다.
사법연수원 기수에 따라 엄격한 서열이 메겨지는 특유의 조직 문화가 있다보니 그 동안은 이런 행위에 별다른 문제 의식을 갖고 있지 않았다. 심지어 '미풍양속'으로 통한 측면도 있었다.
검찰 일각에서는 선배가 후배에게 격려금을 관행적으로 주는 데 대해 업무 강도에 비해 시간외 수당 등이 따로 지급되지 않는 보상 체계를 원인으로 꼽고 있다.
검사는 임관하면 일반직 3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다. 특정직인 검사는 '급'이 없지만 통상 일반 공무원과 비교해 3급 대우라고 표현하는 식이다. 행정고시나 외무고시 출신들이 5급 공무원으로 출발하는 것과 비교하면 훨씬 나은 대우로 볼 수 있다.
검사 1호봉은 월 296만400원을 받지만 사법연수원 경력도 호봉에 산정되기 때문에 초임 검사의 기본 월급은 333만5600원이 된다. 부장검사는 2급, 검사장은 1급 이상의 대우다. 여기에 정근 수당, 관리 업무 수당, 직무 성과금, 수사 지도 수당 등이 포함돼 보수를 받게된다.
다만 검사에게는 야근 수당이나 주말 근무 수당 등 시간외 근무 수당이 지급되지 않는다. 일상적으로 업무가 과다해 야근이 잦고 주말에도 근무를 하고 있지만 별도의 수당은 책정되지 않는 게 현재 시스템이다.
검사에게 시간외 근무수당이 지급되지 않는 이유는 초임 검사라도 고위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기 때문이다. 현재 공무원의 시간외 수당은 5급 이하 직원에게만 지급되고 있다.
검사들에게 보수를 지급하는 근거가 되는 '검사의 보수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는 아예 시간외 수당이 명시되어 있지 않다. 다만 3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는 검사에게는 고위공무원에게 지급되는 월급의 9%에 해당되는 관리업무수당이 지급된다.
따라서 검사들 수당 시스템은 주요 수사가 진행될 때 밤샘조사 등이 빈번하게 이뤄지는 현실을 감안할 때 일견 불합리한 체계로 볼 수 있다.
이 때문에 주요 수사를 마친 뒤 상급자들이 후배 검사에게 일종의 격려금을 주는 게 관행이 됐다는 것이 일부 검사들 설명이다.
이를 두고 법조계에서는 여러 반응이 나온다. 우선 검사들의 시간외 수당이나 수사비 지원을 현실화하고, 음지에서 주고받던 격려금을 성과급 형태로 제도화하는 게 낫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다만 이런 논의가 실제 이뤄지면 검사들의 '급수 인플레'가 주요 쟁점이 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의 한 부장급 검사는 "야근수당은 처음 검사가 됐을 때부터 받아본 적이 없다"며 "수도 없이 밤샘근무를 해도 보상은 거의 없는 구조"라고 말했다. 이 검사는 "고생은 실컷하고 외부에서 늘 비판을 받을 때는 힘이 빠진다"고 토로했다.
서울의 한 고위급 검사는 "초임부터 고위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기 때문에 시간외 수당을 받지않는다"며 "대신 (윗선에서) 수사비 지원 이런 명목으로 좀 챙겨주는게 관행"이라고 귀뜸했다. 이어 "호봉승급도 늦고, 시간외 수당도 전혀 없는 등 일반직 공무원에 비해 다소 불리한 부분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선후배 검사들 사이의 부적절한 돈봉투 관행을 현행 수당 시스템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이번 사태의 본질과 동떨어진 인식이라는 비판도 많다.
서초동 한 변호사는 "검사들은 안 그래도 일반 국민들보다 훨씬 나은 대우와 권력을 가진 게 사실이지 않느냐"며 "다른 공무원에 비해 상당히 높은 대우를 하는 급여부터 손질해야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다른 법조계 관계자도 "수사 등 격무에 비해 보상이 적다보니 격려금 같은 관행이 생긴다는 논리는 납득하기 힘들다"며 "그런 논리라면 수사권은 경찰에 넘기고 검사들은 기소와 공소유지만 담당하면 문제가 해결된다는 결론에 이르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검찰이 과도한 업무와 적은 보상 문제를 거론할 수록 '경찰 수사권 독립' 논리가 힘을 얻게 된다는 아이러니를 지적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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