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력교정 받으면 조종병과 안뽑는 해군…"인권 침해"

인권위, 해군에 관련 제도 개선 권고

시력교정 땐 해군 조종병과 지원 제한

육군은 시력 기준 충족하면 선발 가능

인권위 "추상적 우려로 기본권 제한"

[서울=뉴시스] 이윤희 기자 = 해군이 시력교정시술을 받은 이들의 조종병과 지원을 사실상 금지한 것은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인권위는 "해군참모총장에게 학사장교 조종병과 선발 시 시력교정 시술자의 지원이 합리적 이유 없이 제한되지 않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할 것을 권고했다"고 8일 밝혔다.

아울러 인권위는 국방부 장관에게 군의 조종병과 선발 기준이 시력교정시술자 등에게 불합리하지 않은지 여부를 전반적으로 검토하라고 권고했다.

A씨는 시력교정시술을 받은 이후 해군 학사사관후보생 항공(조종)병과에 지원하려 했으나, 해군이 시력교정자의 조종병과 지원을 사실상 금지하고 있어 인권위 진정을 제기했다. 헌법상 기본권인 평등권과 직업선택의 자유를 침해받았다는 것이 A씨의 주장이다.

이에 해군은 시력교정술을 받은 사람은 근시 또는 난시가 다시 발생할 우려가 있고, 근시퇴행이 발생하면 시력 저하로 전투력 손실이 우려돼 입교를 제한할 필요가 있다고 반박했다.

다만 인권위 조사 결과 육군의 경우 시력교정술 시술 3개월이 지나고, 굴절도와 원거리 시력이 일정기준을 충족하면 조종분야 사관후보생 지원과 선발이 가능했다.

또 미군 역시 시력교정시술자가 시력 기준을 충족하면 조종사 선발에 제한을 두지 않고 있고, 민간 항공사에서도 시력교정을 이유로 조종사 채용을 전면 금지한 사례는 드문 것으로 조사됐다.

인권위는 "해군의 경우만 시력교정시술자에 대한 기준을 달리 적용해야 할 타당한 이유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시력교정시술을 받은 사람의 구체적 위험성을 개별적으로 판단하지 않고, 추상적인 우려 만으로 국민 기본권인 직업선택 자유와 공무담임권 및 자기결정권을 원천 제한한 것은 인권침해"라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지원자가 국가 지정 병원 등에서 검사한 결과 굴절률 등이 기준범위 내에 해당하는 등 일정조건을 만족하는 경우에는 조종분야 직무수행에 지장이 없음을 증명할 수 있다"며 "시력교정시술자를 선발절차에서 원천 배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해군 뿐만 아니라 다른 군의 조종병과 선발 시에도 과도한 기준을 적용하는 사례는 없는지 전반적인 점검을 실시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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