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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300]장인의 영화, 지옥의 드라마

등록 2021.11.17 06:0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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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 300]장인의 영화, 지옥의 드라마


[서울=뉴시스] 손정빈 기자 = 11월 3주차 개봉 예정작과 최근 개봉작에 대한 간단평을 정리했다.

◇프렌치 디스패치(극장 상영·11월18일 개봉)

'프렌치 디스패치'는 웨스 앤더슨 영화의 정점이다. 앤더슨의 전작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2014)을 좋아했던 관객이라면, 이 영화 역시 좋아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앤더슨 특유의 완벽주의가 '프렌치 디스패치'에 집약돼 있다. 특유의 수평·수직·대칭의 미장센, 정중동(靜中動)하는 촬영 방식은 물론이고 기괴한 유머도 빠지지 않는다. 누가 앤더슨 감독의 영화를 동화에 비유했나. 이건 수없는 반복과 그 반복을 가능하게 한 근성으로 빚어낸 장인의 작품이다. '프렌치 디스패치'를 다 보고나면 이런 얘기를 하게 된다. '집요함과 강박이 예술의 원천이다.'
[서울=뉴시스]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지옥'의 한 장면.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넷플릭스 드라마 시리즈 '지옥'의 한 장면. *재판매 및 DB 금지


◇지옥(넷플릭스·11월19일 공개)

연상호에게 지옥은 따로 있는 게 아니다. 우리에겐 종종 도무지 이해할 수 없고 예측할 수 없는 일이 발생한다는 것. 불가해한 세상에서 인간은 그렇게 갈피를 잃는다. 그렇다면 지옥은 저 멀리 있는 게 아니라 현실 그 자체가 아닌가. 이제 이 해석 불가능의 세상을 어떻게 살 것인가, 어떻게 견뎌낼 것인가. 연상호의 첫 드라마 시리즈 '지옥'은 이처럼 어둡고 깊다. 이때 연상호의 재능이 빛을 발한다. 그는 이 골치아픈 이야기를 단도직입적인 장르물로 말끔하게 가공해낼 수 있다는 것이다. '돼지의 왕'과 '사이비'가 연상호 1기, '부산행'과 '반도'로 2기였다면, '지옥'은 3기를 열어젖힌다. 그리고 3기는 1기와 2기의 장점만 고스란히 이식한 결과물이다.
[서울=뉴시스] 영화 '디어 에반 핸슨'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영화 '디어 에반 핸슨' *재판매 및 DB 금지


◇디어 에반 핸슨(극장 상영 중)

뮤지컬을 영화로 옮긴 작품의 단점은 스토리 라인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또 다른 단점은 약한 스토리를 만회하기 위해 음악을 남발한다는 것이다. '디어 에반 핸슨'에는 이런 약점이 없다. 이것만으로도 이 영화에 돈을 지불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래미 최우수 뮤지컬 앨범상이 증명해주듯 일단 음악이 좋다. 특히 메인 OST인 '유 윌 비 파운드'(You Will Be Found)는 멜로디와 가사 모두 아름답다. 뮤지컬에 이어 영화에서도 주인공 에반 핸슨을 연기한 벤 플랫이 또 한 번 열연하고, 줄리언 무어와 에이미 애덤스 두 스타 배우는 이름에 걸맞는 위엄 있는 연기를 선보인다. 러닝타임이 불필요하게 길다는 건 단점이다.
[서울=뉴시스] 영화 '이터널스'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영화 '이터널스' *재판매 및 DB 금지


◇이터널스(극장 상영 중)

'이터널스'는 마블이 지금껏 내놓은 슈퍼 히어로 영화 중 가장 조용한 작품이다. 새로운 영웅이 등장할 때마다 요란한 신고식을 했던 마블은 '이터널스'에서 히어로 10명을 새로 데뷔시키면서도 차분하기만 하다. 아마도 그건 이 영화를 만든 사람이 클로이 자오이기 때문일 것이다. 자오는 '노매드랜드'로 올해 초 아카데미 작품상과 감독상을 거머쥔 연출가. 그는 이 영화에서 인물과 자연을 담담히 담아내는데, 이 방식은 히어로 장르에서도 변하지 않는다. '이터널스'를 아주 높게 평가하긴 어려워도, 마블이 히어로물의 경계를 넓혀가고 있다는 생각은 하게 한다.
[서울=뉴시스] 영화 '듄'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영화 '듄' *재판매 및 DB 금지


◇듄(극장 상영 중)

'듄'은 관객을 전복(顚覆)한다. 단 두 시간만이라도, 영화가 관객을 새로운 세계로 데려다줄 거라는 믿음을 이뤄준다. 영화를 보는 그 시간만큼은 이 허구의 이야기, 만들어진 그림이 가짜라는 걸 전혀 인식하지 못하게 한다는 말이다. 이 몰입감을 위해 더 큰 화면과 더 압도적인 소리가 필요하다. '듄'은 영화다. 영화는 극장에 있어야 한다. 이 작품은 영화관에서 볼 때만이 이 말도 안되는 SF 이야기를 온전히 다 진짜라고 믿게 된다. '듄'은 영화를 체험하게 한다. 이건 넷플릭스로는 도저히 구현해내지 못하는 종류의 카타르시스다.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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