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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중증외상센터' 원작자 이낙준 "인기에 얼떨떨…소중한 의학"

등록 2025.02.09 12:00:00수정 2025.02.09 14:58: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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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비인후과 전문의 한산이가 작가 서면 인터뷰

"첫 웹소설 희열 못 잊어…팬들에게 감사"

"인간 죽음 피할수 없으니 지금에 충실해야"

[서울=뉴시스] 네이버시리즈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 한산이가(본명 이낙준) 작가. (사진=작가컴퍼니 제공) 2025.0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네이버시리즈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 한산이가(본명 이낙준) 작가. (사진=작가컴퍼니 제공) 2025.0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신효령 기자 = 올해도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늙어가는 건 일견 서글픈 일이다.

인간 수명 100세 시대라지만, 현대 의료기술은 생물학적 노화를 늦추지 못한다.

인간은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음을 향해 나아간다. 대다수 사람들에게 죽음은 두렵고 무서운 일이다. 언급을 사실상 금기시하는데, 의사에게는 삶의 이면이다.

특히 외과 의사에게 환자의 죽음은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숙명이다. 어떻게든 살려내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은 숭고함 그 자체다.

네이버시리즈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는 의사의 희생 정신을 생각해보게 하는 작품이다.

전장을 누비던 천재 외과 전문의 '백강혁'(주지훈 분)이 유명무실한 중증외상팀을 심폐 소생하기 위해 부임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렇게만 보면 그간 병원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수많은 의학 드라마와 별반 차이가 없어보인다.

뛰어난 의술을 지녔다는 말은 '백강혁'에게 어쩌면 부족하다. 슈퍼맨처럼 초인적 능력을 지닌 의사다. 절체절명의 순간마다 환자를 살려내는 기적을 보인다.

납득하기 힘들 정도의 과장된 판타지와 거리가 멀다. 작가의 철저한 고증으로 끔찍한 사고의 환자들, 현대 의료의 적나라한 상황을 다뤘다. 헌신적으로 환자를 대하는 백강혁의 모습은 마음을 먹먹하게 만든다. 오로지 환자만을 생각한다. 밥을 편히 먹을 시간도, 잠을 제대로 잘 시간도 없다.

한산이가(40·본명 이낙준) 작가에게 지난 4일 서면 인터뷰를 통해 초인적인 힘을 넣어 '백강혁' 캐릭터를 구축한 이유를 물었다.

그는 "말 그대로 초인적인 캐릭터가 아니면 안될 거 같아서였다. 또 하나는 소설적으로 초인적인 캐릭터가 아무래도 독자님들의 사랑을 받기 좋기 때문이기도 하다"고 답했다.
[서울=뉴시스] 네이버시리즈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 (사진=네이버웹툰 제공) 2025.0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네이버시리즈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 (사진=네이버웹툰 제공) 2025.0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병원 내에서 벌어지는 의료 사건과 갈등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카타르시스를 안긴다. 박진감 넘치는 전개가 자연스럽게 흐른다.

현직 의사가 집필해 전문성과 사실성이 높다는 평을 받았다. 이낙준 작가는 이비인후과 전문의이며, 유튜버로 활동 중이다. 본관이 한산 이씨여서 '한산이가'라고 필명을 지었다.

의사를 주인공으로 삼은 것에 대해 작가는 "제가 잘 아는 부분이 의학이라서 의학을 골랐다. 사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밖에서는 잘 알지 못하는 디테일한 고충이나 즐거움이 있는데, 그러한 것을 전달하기 유리할 거라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이낙준 작가는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오진승, 내과 전문의 우창윤과 함께 유튜브 채널 '닥터프렌즈'를 운영 중인 '유튜버'이기도 하다. 유튜브 채널 구독자만 130만명이 넘는다.

그는 "'의학의 역사'라는 코너를 하다보면 현대의학 자체에 대해 감사하게 된다"며 유튜브 활동에 보람을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이 과정을 설명하는 것이 재미도 물론 있겠지만, 의학이라는 학문과 현대 병원에 대한 신뢰를 높이는 작업이 아닌가라고 스스로 생각하고 있습니다. 우연히 어디서 떨어진 산물이 아닌 수많은 피를 대가로 쓰인 학문인 만큼 소중한 학문이라는 생각도 들고요."

이비인후과를 선택하게 된 계기를 묻자 작가는 "의과대학 입학 후에 '하얀거탑'(2007·MBC 드라마)을 보면서 외과의사를 꿈꿨는데, 마침 실습으로 외과를 돌게 됐다. 생각했던 것보다 더 다이나믹해서 재밌게 돌던 차에 테이블 데스(수술중 환자가 사망하는 것)를 경험했다"고 말했다.

"집도의셨던 교수님은 50대가 넘으셨던 분인데 그날 밤 늦도록 불 꺼진 수술방 벽에 기대서 나가질 못하시고 계시더라고요. 단지 보조만 했던 저도 충격이 컸고요. 그때 '아, 이건 일종의 업이다. 아무나 못하는 거다'라는 생각이 들어 외과를 포기하게 됐는데, 그래도 수술은 아쉬워서 이비인후과를 선택했습니다."

그가 쓴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는 연재 당시에도 큰 인기를 끌었지만, 다양한 지적재산(IP) 확장이 이뤄지면서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웹툰을 넘어 드라마화까지 이뤄졌다.

넷플릭스 드라마 '중증외상센터'는 지난달 24일 전 세계에 동시 공개됐다. 넷플릭스 공식 사이트인 '넷플릭스 톱 10'에 따르면, 1월 다섯째 주(1월27일~2월2일) '중증외상센터'의 조회수는 1190만회(총 시청시간 8270만 시간)으로 비영어부문 TV쇼 1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12월 26일 공개돼 5주 연속으로 1위 자리를 지키던 '오징어 게임2'는 2위(520만 시청 수)로 밀려났다.

이 작품은 동명 웹소설을 원작으로 한 시리즈로, 영화 '좋은 친구들'(2014) 이도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배우 주지훈·추영우·하영·윤경호·정재광 등이 출연했다. 주지훈이 불의에 굴하지 않는 백강혁을, 추영우가 백강혁 제자 1호인 엘리트 펠로우 양재원을 맡았다.

중증외상은 환자가 교통사고·추락사고 등으로 심각하게 다쳐 목숨이 위급한 상황이다. 외상외과 역할이 매우 중요하지만, 현실에서는 중증외상 전문의 확보가 어려운 실정이다. 외상 분야는 업무 강도가 세고 고난도 수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아울러 병원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집단 파업 사태로 인해 의료 공백이 장기화되면서, 방송가에서 메디컬 드라마는 자취를 감췄다. '중증외상센터'의 성공이 더욱 값진 이유다.

한산이가 작가는 "제 소설을 베이스로 한 드라마가 인기가 많으니 얼떨떨하기도 하고 신도 난다"고 털어놨다. "2차 창작 때마다 원작보다 반응이 좋은 걸 느낀다. 저번에는 웹툰 작가님 복, 이번에는 감독님 복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원작 팬분들이 있어 드라마가 나올 수 있었다. 감사하다"고 인사했다. "드라마로 접하신 분들은 원작에 드라마에 나오지 않는 설정이나 이야기들이 많이 있으니(더 재밌을지 없을지는 미지수) 혹 관심이 가신다면 원작도 읽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시스] '중증외상센터'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5.0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중증외상센터' 포스터. (사진=넷플릭스 제공) 2025.0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중증외상센터는 교통사고, 대형재해 등 중증외상 환자가 전문적인 치료를 받을 수 있는 의료 기관으로, 생사의 기로에 선 환자를 살리지만 예산 문제로 문을 닫는 실정이다.

작품 속 중증외상센터도 환자를 살릴수록 적자가 쌓이는 구조였으며, 외상외과 의사들의 치열한 삶·고뇌를 진솔하게 그려냈다.

특히 백강혁의 처절한 고군분투는 대한민국의 열악한 필수의료 현실과 닮아 있다. 사람을 살리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하는 그는 중증외상팀과 함께 치료 '골든타임(환자의 생명을 구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하고 제한된 시간)'을 사수하기 위해 앞뒤 가리지 않고 위급한 상황에 뛰어든다.

작가는 이런 현실적인 부분을 불편하지 않게 다루기 위해 매우 노력했다. 이를 위해 그는 "한 번에 너무 딥하게 다루는 대신 짧게 여러 번 다루는 방식을 사용했다"고 설명했다. "드라마에서는 임팩트 있게 딱 나오지만 원작 소설에서는 상당히 여러 번, 그러나 짤막하게 여러 부분을 다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작가는 2016년 '군의관, 이계가다'로 데뷔했다. 이후 'A.I. 닥터', '열혈 닥터, 명의를 향해!', '의느님을 믿습니까', '포스트 팬데믹', '검은 머리 영국 의사' 등 여러 웹소설을 썼다.

웹소설 집필 과정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무엇인지 묻자 그는 "아무래도 첫 소설을 썼을 때, 그리고 그 소설에 댓글이 달렸을 때의 희열과 설렘을 아마 앞으로도 잊지 못할 거 같다. 비록 맞춤법 지적 댓글이었고 내용에 대한 피드백은 없었다"고 떠올렸다.

작품을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메시지를 전하고 싶은지 묻자 그는 딱 한마디만 했다. "상업 작가가 줄 수 있는 최고의 메시지는 그저 제 작품을 보실 때 재밌게 즐겨 주시는 것일 뿐이다."

최상위권의 학생들이 의대로 몰리는 '의대 블랙홀'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 현대인들은 치열한 경쟁 사회를 살아가느라 바쁘다. 때로는 번아웃이 오고, 가끔은 어디로 달려가는지도 모를 정도로 달리다 보면 알게 된다. 인간 누구나 '죽음'이라는 마지막 종착지에 반드시 다다르게 된다.

이 작품은 죽음에 대한 철학적 화두를 던진다. 우리 인생에서 뭐가 정말 중요한지를 알고 있냐는 물음을 건넨다. 죽음이 생각보다 우리 가까이에 있고, 언제라도 닥칠 수 있는 천재지변과도 같다는 걸 느끼게 만든다. 언제든 죽을 수 있는 운명임을 절실히 느낀다면 남은 인생을 허투루 보내지 않을 것이다.

의사로서 인간의 죽음에 대한 작가의 생각을 묻자 진중한 답변이 돌아왔다.

"죽음은 피할 수 없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생각보다 갑작스럽게 찾아오기도 하고요. 그렇기 때문에 지금 이 순간에 충실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서울=뉴시스] 네이버시리즈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 한산이가(본명 이낙준) 작가. (사진=작가컴퍼니 제공) 2025.02.0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 네이버시리즈 웹소설 '중증외상센터: 골든 아워' 한산이가(본명 이낙준) 작가.  (사진=작가컴퍼니 제공) 2025.02.0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공감언론 뉴시스 [email protect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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